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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926호

공교육으로 사교육 이긴다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여덟 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신정희(가명) 씨는 한동안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일하고 돌아올 때까지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종일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그의 걱정은 자연스레 해결됐다.
 

신 씨처럼 보육이 어려운 학부모들을 위한 종일돌봄교실은 방과 후부터 밤 9시까지 아이들에게 학습 지원은 물론 식사도 제공하는 정부의 방과후 학교 활성화 사업의 하나다. 정부는 서민들의 보육 및 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공교육 강화 정책과 경제적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소득 격차에 따라 학력 차가 더욱 벌어지고, 양육 부담 때문에 출산까지 기피하게 만드는 사교육의 폐해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다.

 


 

올해 2학기부터 학자금 대출금리가 1~1.5퍼센트 포인트 떨어졌다. 정부는 최근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등록금 대출금리를 기존 7.3퍼센트에서 5퍼센트대 후반으로 낮췄다. 등록금 대출이자 면제 대상도 확대했다. 종전에는 연소득 1천8백13만원 이하만 면제 혜택을 받았지만 이젠 연소득 2천3백84만원 이하도 같은 혜택을 받는다. 대출이자 전액은 정부가 지원한다.

 


 

만 5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기회도 늘어났다. 지난 7월부터 차상위계층 41만 가구뿐 아니라 소득하위 50퍼센트에 해당하는 20만명도 무상보육 혜택을 보고 있다. 종전에는 소득을 기준으로 5계층으로 구분해 보육비를 차등 지급했지만, 7월부터는 3계층으로 축소해 지원 범위를 넓혔다. 결국 총 61만 가구가 소득과 연령에 따라 월 52만~73만원의 보육비를 지원받게 됐다.

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1세 이하 영아를 둔 취약계층에게도 월 10만원의 양육비가 지원된다. 보육비 지원을 원하는 사람은 거주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이돌보미 지원 사업은 현재 2백32개 시군구에서 실시 중이다. 이 사업은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신청에 따라 월 80시간, 연 4백80시간 이내로 아이돌보미를 파견해 등·하교부터 병원 데려가기, 간식 챙겨 먹이기 등의 보육활동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시간당 이용 요금은 기본 5천원. 전국 가구 평균소득 50퍼센트 이하인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본인부담이 1천원밖에 되지 않아 이용에 부담이 없다.

올해는 특히 지원 대상의 소득 기준을 전국 가구 평균소득 1백 퍼센트 이하(월 평균소득 4인 가구 3백91만원 미만)로 완화해 아이돌보미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정이 5천5백 가구로 크게 늘었다. 이용을 희망하는 가정은 해당 시군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인터넷이나 전화,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이용회원으로 등록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이용회원이 되면 전화나 인터넷 등록만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또한 특목고와 대학 입학전형을 성적 위주에서 학생의 잠재력과 소질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선발 체제로 바꾸기 위한 입학사정관제 내실화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입학사정관 전문 양성·훈련 프로그램’ 지원기관 5곳을 선정해 입학사정관을 훈련시킬 계획이다. 사교육 과열을 부추겨온 외고 입학전형의 지필고사는 2010학년도 이후 금지된다. 과학고의 경우 2011년 입시부터 중학교 내신 반영 시 수학과 과학 가중치를 합리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추진되며 각종 경시·경연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할 수 없게 된다.

특히 과학고는 2011년 입시부터 경시대회·영재교육원 수료자 특별전형을 없애고, 일반전형도 단순화해 입학사정관 전형(7~10월)과 과학창의캠프를 활용한 KAIST식 과학창의성 전형(10~12월)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현직 교사나 외부 인력을 활용해 학교별로 2명 이상 배치한다. 과학고 입학사정관 연수과정은 KAIST에서 운영하게 된다.






 


 

현재 33개 중고등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인 교과교실제는 공교육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일환이다. 교과교실제는 교과목에 맞게 특성화된 교실에서 교사가 상주하고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수준별, 맞춤형 수업을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 용인시 동백고등학교는 이를 도입해 수학과 영어 과목의 8, 9등급 학생 비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대부분의 교과에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는 ‘선진형’ 45개교에 학교당 15억원을 지원하고 수학, 과학, 영어 등 핵심 교과에 도입하는 ‘과목중점형’ 2백40~2백60개교에는 학교당 5억원을 지원한다. 또한 일부 교과에 대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실시하는 ‘수준별 수업형’ 3백50~3백70개교에는 학교당 3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교원 능력개발 평가제’를 도입해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학력 향상 중점학교’ 지원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학력 향상 중점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과 학생 수 등을 고려해 전국 1천3백80여 개교에 학교당 평균 5천만~1억원을 지원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오는 2012년까지 ‘사교육 없는 학교’ 1천 개를 육성하고 학부모의 방과후 학교 참여율을 전체 학생의 75퍼센트 수준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는 전국 4백 개 초중고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선정해 학교당 평균 1억5천만원씩 총 6백억원을 지원한다.

방과후 학교에서는 학부모를 ‘방과후 학교 코디네이터’로 활용해 교육 서비스를 높이는 한편 ‘엄마품 멘터링제’를 도입해 맞벌이 가정 학생의 방과후 돌봄과 교육을 병행한다.

이와 별도로 학원과 교습소 등의 교습시간 위반, 학원비 초과 징수, 무등록 학원, 미신고 과외 등을 단속하는 ‘신고포상금제’도 실시된다.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실 노경원 사교육대책팀장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글·김지영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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