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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919호

인터뷰 -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기획자 이재국






“우리 농산물, 유기농 농산물을 사랑해주세요!” 지금 서울 대학로 바다씨어터에서는 ‘유기농 뮤지컬’이라는 부제를 단 ‘총각네 야채가게’ 시즌2(기획·작 이재국, 연출 김한길) 공연이 한창이다. 무대에는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 좌판이 늘어서 있다. 김정훈, 지우석 씨 등 ‘총각’ 다섯 명이 운영하는 일명 ‘총각네 야채가게’ 풍경이다. 극 중에서 배우들은 우리 농산물을 관객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고, 친환경 생활을 자연스레 권한다.
 

유기농 뮤지컬이라는 특이한 부제만큼 이 공연의 출발은 신선했다. 이 작품을 기획하고 쓴 이재국(35) 씨는 극단 ‘목화’ 출신 연극배우이자 방송작가로 3년 전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극의 모티프를 얻고, 유기농 열혈 전도사가 됐다. 그 시작은 이러했다. 경기방송 라디오 ‘박철의 굿모닝 코리아’ 방송작가였던 그는 생방송 중 농산물을 구입해 매장으로 싣고 가던 채소 체인점 ‘총각네 야채가게’ 직원들의 사연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는다.
 

“부지런히 열정적으로 사는 그들 이야기에 감탄했죠. 분당 이매점으로 찾아가 봤어요. 총각들이 채소를 팔고 일하는 모습이 뮤지컬처럼 보이더라고요. 물건 파는 소리도 노래로 들릴 정도였으니까요.”

 


 

이 씨는 그 길로 ‘총각네 야채가게’ 본사의 이영석 사장을 찾아갔다. 상호를 공연에 쓰고 뮤지컬로 만드는 판권을 사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이 사장은 처음에는 “웬 뮤지컬이냐?”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2년의 준비 기간 끝에 지난해 9월 초연되고, 올해도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총각네 야채가게’ 본사는 되레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본사에서 2, 3일에 한 번씩 우리 토종 과일과 채소를 보내줘요. 극 중에서 소품으로 쓰고, 관객들에게도 듬뿍 나눠드립니다. 여름에는 수박을 드렸고, 이제부터는 사과와 귤이 나가겠죠. 버섯과 상추, 파, 채소 종류도 골고루 나눠드려요. 관객들에게 드리는 거라서 맛과 신선도에 신경을 더 쓰고, 당연히 ‘메이드 인 차이나’는 사절이죠. 배우들이 ‘우리 농산물 사랑해주세요’라고 외치면서 중국산을 주면 안 되니까요.”
 

배우들은 극 중에서 신명나게 우리 농산물 자랑을 늘어놓는다. 좋은 과일, 채소 고르는 요령도 알려준다. 극 중 잔재미인 농산물 공세는 이제 이 공연의 마니아들을 낳았다. 공연 사이트 게시판에 ‘오늘 쪽파 받은 걸로 파김치를 해 먹었어요’ ‘덕분에 상추쌈 맛있게 먹었어요’ 등의 후기를 요리 사진과 함께 올릴 정도다.
 

이렇게 신토불이 유기농 농산물 사랑에 앞장서다 보니 ‘총각네 야채가게’는 각종 유기농 농산물 축제의 홍보대사가 됐다.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2009 천안 웰빙 식품 엑스포’에서 뮤지컬 갈라쇼를 선보였고, 올 상반기에는 ‘2009 내 나라 여행 박람회’ ‘서울시 식품안전의 날 기념행사’ 등에도 참여했다. 오는 11월에는 경기지역 농특산품을 소개하는 ‘지푸드 쇼(G-FOOD SHOW)’에 참가할 예정이다. 기업체들의 연수 프로그램의 하나로도 공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입소문이 나서 초청을 받기도 하고, 유기농협회나 광주 김치축제 등의 관계자 분들이 직접 공연을 보러 오시기도 해요. 우리 농산물을 뮤지컬에 넣었다고 격려해주시면서 ‘유기농’이나 ‘친환경’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도움을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각종 농산물 관련 단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총각네 야채가게’는 공연 팀과는 별도의 행사 팀까지 움직인다. ‘액션 팀’ 배우 2명이 비트박스, 애크러배틱, 비보잉, 아카펠라 등의 쇼를 선보이며 별난 채소가게의 재미를 공연장 밖에서도 전달한다.
 


‘총각네 야채가게’ 공연장인 바다씨어터는 낮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낮에는 ‘유기농 아동극-고고씽! 채소나라’를 공연하기 때문이다. 비보이들이 채소 캐릭터로 변신한 ‘고고씽! 채소나라’는 가족 관객을 겨냥한 아동극으로 ‘채소를 먹자’는 주제를 전파한다. 영국에서 학교 급식 바꾸기 운동을 벌여 패스트푸드를 지양하고 채소 중심의 급식 문화를 전파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사연에 착안해 만든 작품이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부러 찾아오고 ‘우리 애가 드디어 당근을 먹어요’ ‘우리 애가 웬일로 두부를 먹겠대요’ 같은 공연 후기를 올리면 기분이 좋죠. 어린이 단체관람이 많았는데, 최근 신종플루 때문에 단체관람이 취소될 때 많이 속상해요.”
 

이 씨는 요즘 ‘총각네 야채가게’ 시즌3와 함께 다른 버전의 공연도 기획하면서 유기농 전용극장에서 유기농 공연 축제를 여는 날을 상상한다.
 

“공연에 G마크나 KS마크처럼 유기농 마크를 다는 거예요. 남녀노소 모두 볼 수 있는 공연이죠. 극단 ‘목화’에 있을 때 우리 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출가 오태석 선생님의 작품에는 욕이 거의 나오지 않거든요. 저도 우리 배우들에게 ‘가족들이 보는 작품인데, 연습 때나 애드립 때도 거친 말은 쓰지 말자’고 하죠.”

 


 

이 씨는 무공해 농산물처럼 때 묻지 않은 유기농의 순수한 마음을 되찾자는 일명 ‘유기농 정신’을 강조한다.
 

지난해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비보이 전문 공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원작자이기도 한 이 씨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극도 구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가수 김창렬 씨와 함께 <김창렬의 아빠 수업>이라는 육아 책도 발간했다. 자신의 9개월 된 딸 연우를 위한 세심한 관심 역시 유기농 정신에 맞닿는다고 믿는다.
 

“딸아이 얼굴이 점 하나 없이 깨끗해요. 병원에도 한 번 안 가고 건강하게 크니 감사하죠. 아내가 임신했을 때부터 친환경 음식으로 까다롭게 신경 쓴 덕분이에요. 애를 기르다 보니 유기농 농산물에 더 관심이 가는 게 당연하죠.”
 

이 씨는 인터넷에서 ‘유기농’이라는 검색어를 치고 자료를 찾아 공부하면서 새벽 4시든 5시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스태프들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공유한다. 이젠 뮤지컬 스태프들도 ‘친환경’ ‘우리 농산물’ ‘유기농’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귀가 쫑긋해진다. 내년에 공연할 ‘총각네 야채가게’ 시즌3 준비에 바쁜 그의 우리 농산물과 ‘유기농 뮤지컬’에 대한 사랑은 계속될 듯하다.
 

 

글·변인숙 객원기자
 

 

총각네 야채가게 cafe.naver.com/musicalchonggak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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