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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2002년, 재선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역정책의 방향을 확 틀었다. 수도권 분산 등을 통해 국토의 균형을 추구하던 지역정책을 대도시 중심으로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보다 한 해 앞선 2001년. 제1차 고이즈미 내각 출범과 더불어 일본의 지역정책은 과거의 ‘균형발전’에서 ‘지역 간 경쟁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전환했다. 수도권 공장제한법도 폐지됐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영국의 ‘신노동당’은 1997년 집권 후 제조업 와해로 위축된 경제를 되살리고자 지역격차 해소 중심에서 지역의 자생적 성장을 강조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글로벌화와 더불어 세계 각국의 지역정책도 이처럼 새로운 방향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대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실용정신은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는 합리적 원리이자 세계화 물결을 헤쳐나가는 데에 유효한 실천적 지혜입니다.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개인과 공동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삶을 구현하는 시대정신입니다.”






 

2008년 2월 25일 취임사를 통해 밝힌 이명박 대통령의 공동체에 관한 발언 역시 이 같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역시 지역발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이명박 정부의 ‘20대 국정전략’ 가운데 하나가 지방분권, 지방경제 활성화다. ‘균형·혁신·분산’에서 ‘상생·경쟁·분권’의 지역발전 정책으로 전환한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의 요체는 지난해 12월 15일 발표된 ‘지역발전 5개년계획’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2월 23일 ‘이명박 정부 2년 지역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성과와 과제’란 주제로 열린 제2차 국정성과 평가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세계 각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산술적, 결과적 형평에 치우쳐 행정구역 간 키 맞추기식 균형정책에 머물러왔다. 그 결과 수도권과 지방, 지방 간 대립구조가 심화되고 중앙 주도의 나눠주기식 분산투자로 성장잠재력이 확충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그간 지역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장관은 이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정부는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경제, 특성화 발전이라는 기본 방향 아래 광역경제권, 기초생활권, 초광역개발권의 3차원적 지역발전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9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역발전위원회로 개칭됐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은 아울러 시도를 초월한 광역 단위의 지역발전을 도모하고자 지역발전 정책의 공간 단위를 종전의 ‘16개 시도 단위’에서 벗어나 ‘5+2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 강원권, 제주권)’과 ‘초광역개발권’ 등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그리고 시도 단위를 초월하는 지역정책 추진을 위해 각 광역권별로 광역권발전위원회와 해당 위원회의 사무국을 설치하고 광역경제권 발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말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가 구성됐고, 각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별로 광역경제권의 비전과 추진전략, 부문별 추진방안, 시도 간 연계협력 사업 등을 담은 계획을 수립했다.

지역발전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지역발전 계획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광역경제권 발전 방안은 전 국토를 △지역의 자생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5+2 광역경제권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1백63개 기초생활권 △‘벨트식 개발’로 열린 국토를 구현하고 인근 국가와의 연계와 협력을 위한 4+α의 초광역개발권 등 3개 유형의 공간 범주로 구획했다. 이 범주별로 각각 성장잠재력 확충,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개방협력 촉진에 목표를 둔 특성화된 발전전략을 추진하도록 구상했다.
 

4대강 살리기와 새만금 사업과 같은 국책 사업도 수변 개발을 통해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역발전 정책이기도 하다.

각 권역에서 작성한 계획안은 앞으로 관계 부처와 지역발전위원회의 검토,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중앙정부는 광역경제권 발전계획 수립과 실행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국가 차원의 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중앙과 지역의 이러한 구도는 종전의 중앙집권적, 시혜적인 지역균형 정책을 지양하고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분권적 지역발전 촉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역발전위원회 송유경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현 정부의 지역정책은 균등발전을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화발전을 추구하며, 지역의 경쟁력 제고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가장 큰 관심사”라며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5+2 광역경제권,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1백63개 기초생활권정책이다.

이 두 정책이 대내적 관점이라면 초광역개발권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인근 국가와의 협력과 연계를 통해 국가발전의 새로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외적 관점에 따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등을 이번 정부의 지역정책과 어떻게 연계하고 보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며 “지역발전위원회나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 등 새롭게 편성된 광역경제권 추진체계들이 하루빨리 우리 현실에 맡게 조화와 통합, 관리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정착시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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