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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불혹의 좌완’ LG 트윈스 류택현의 뜨거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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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 시즌 종료 후 류택현(43·LG 트윈스)에게 찾아온 것은 구단의 방출 통보였다. 한국 나이 마흔 살, 그것도 부상까지 안고 있던 선수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의 야구 인생이 그렇게 막을 내린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류택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순히 방출 통보에 대한 투쟁심 같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조금 더 야구를 하고 싶었다. 류택현은 팔꿈치 수술을 결정했다. 방출 선수에게 구단의 지원은 없었다. 철저히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야 했다.

다들 미쳤다고 했다. 마흔이면 아프지 않아도 유니폼을 벗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다. 설령 수술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에게 주어질 자리가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류택현 스스로도 흔들렸다. 하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도박이었다. 도박의 밑천으로 삼은 것은 순전히 ‘열정’이라는 두 글자뿐이었다.

자비를 들여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도 소화했다. 조금씩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시 1군 무대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2011 시즌이 끝나고 LG는 류택현에게 플레잉 코치직을 맡겼다. 정식 선수는 아니었지만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스프링 캠프에 참가하게 된 류택현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다가오는 2012 시즌을 준비했다. 어린 후배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땀을 쏟았다. 가슴속에 담고 있는 절박함을 결과로 내보이기 위해서는 더 많이 뛰는 수밖에 없었다. 코치로서의 업무까지 할일이 두 배였지만, 다시 마운드의 투구판을 밟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류택현은 힘들지 않았다.

일본 프로야구 팀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 경기가 있던 지난해 3월 6일은 류택현에게 의미 있는 하루였다. 수술 후 첫 실전경기에 등판하게 된 날이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류택현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그동안의 재활 성과를 확인했다. 경기 후 어깨에 아이싱을 한 채로 나타난 류택현은 떨리는 눈빛과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감개무량합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장면이 잠깐 사이에 하나둘 스쳐 지나갔어요. 정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1차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하지만 아직 만족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투구 내용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만족을 모르던 그는 결국 남은 캠프 기간 동안 착실히 몸을 만들어 2012 시즌 개막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개막 두번째 경기였던 4월 8일 삼성과의 경기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무려 630일 만의 1군 등판, 960일 만에 맛보는 승리의 기쁨이었다. 복귀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로 기록되는 드라마를 연출해낸 것이다.

 

역대 최다 경기출장·최다 홀드… ‘역사를 던진다’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스스로 써내려간 인간 승리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0 대 0’ 박빙의 상황에서 등판했다는 것은 류택현의 구위에 대한 코칭 스태프의 믿음이 있었다는 뜻이다. 류택현은 무실점 투구로 그 믿음에 보답했고, 동료들은 곧바로 점수를 뽑아 대선배의 복귀전에 ‘승리’라는 선물을 안겼다.

“신인 때보다 훨씬 설레네요. 그때는 야구가 뭔지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야구를 좀 알게 됐고, 그 야구가 재미있다는 것도 느끼게 됐는데 그걸 못할 뻔했던 거죠. 지금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지금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도 않을 정도예요. 사실 오늘은 오랜만의 등판이라 긴장도 많이 되더군요.”

복귀전의 감격은 그가 써내려갈 대기록의 시작에 불과했다.

복귀전으로 통산 813경기 출장을 기록한 류택현은 닷새 뒤인 4월 13일 KIA와의 경기에 등판해 814번째 마운드를 밟았다. 역대 최다 경기 출장 신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이었다. 복귀전에서의 승리가 후배들이 만들어준 선물이라면, 이날의 신기록은 류택현의 열정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감동의 선물이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반짝 1년 정도는 통할 수도 있다고. 제아무리 뜨거운 열정을 지녔다 하더라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그러나 류택현은 이번에도 자신을 향한 세상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

류택현은 2013 시즌에도 여전히 LG 트윈스에 없어서는 안 될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 그는 47경기에 출전해 23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담금질을 멈추지 않은 결과다.

류택현의 열정은 또 하나의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바로 역대 최다 홀드 신기록이다. 홀드는 승리나 세이브를 얻지는 못했지만 자기 팀이 리드한 상황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해 세이브 조건을 충족시키고 물러난 투수에게 주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홀드는 중간 계투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값진 기록이다. 지난 7월 16일 롯데와의 경기에 등판해 홀드를 따낸 류택현은 통산 118홀드로 이 부문 최다 기록자로 우뚝 섰다.

그는 아직 멈춰서지 않았다. 900경기, 1천 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아직도 달리고 있다. 올 시즌에는 소속팀 LG의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아들뻘 되는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아직 밀리지 않는다. ‘마흔셋’ 청춘 류택현의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글·정명의(조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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