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도전 사례 공모전’ 대상
서동광 매일새옷 대표
도전은 늘 실패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실패 후 재도전은 더욱 그렇다. ‘7전8기’라는 단어에는 여덟 번째의 성공보다 여덟 번째 재도전에 대한 박수의 의미가 크다. 실패에는 책임도 따른다. 책임의 무게만큼 다음 도전은 더 무겁다. 그 무게를 견뎌낸 이들에게 성공이 허락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실패의 경험을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만들고 재도전의 불꽃을 일으키기 위해 매년 ‘재도전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3회째다. 12월 11일에는 ‘재도전 응원본부’도 출범했다. ‘실패를 자산으로, RESTART THE SPARK’라는 슬로건 아래 11월 14일 개최된 ‘2025 재도전의 날’에는 재도전 가치 확산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재도전 사례 공모전’에서 수상한 5명의 기업인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성공 이전에 실패를 얼마나 잘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 공모전의 대상(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은 세탁업 중개서비스 기업 ‘매일새옷’ 서동광 대표에게 돌아갔다.
서 대표가 첫 창업을 한 것은 27세였던 2003년이다. 그 후 22년 동안 그는 여섯 번의 폐업을 경험하고 일곱 번의 도전을 했다. 우연히 동네 세탁소에서 ‘수기(手記)’로 장부를 쓰는 것을 보고 전산시스템을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창업의 시작이었다.
전사적자원관리프로그램(ERP) 초기 모델을 아이템으로 잡고 겁 없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은 물론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전화번호부와 전국 지도책을 손에 들고 무작정 전국 세탁소를 돌아다녔다. 전국 곳곳 4만여 개의 세탁소 문을 두드렸지만 계약에 성공한 점포는 50여 곳뿐. 수익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당시 돌려막은 카드만 6개가 넘었다. 3년 만인 2006년 그는 첫 폐업의 쓰라림을 경험했다.
이후 재도전과 실패의 과정은 책 한 권을 써도 부족할 정도다. 투자자와의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등 숱한 위기가 그의 발목을 꺾었다. 실패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가 멈추지 않고 재도전한 이유는 한 가지였다. 자신이 만든 세탁업 프로그램인 ERP를 사용하는 수많은 세탁소 사장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ERP를 넘어선 플랫폼을 개발하자”는 것이 일곱 번째 재도전의 목표였다. 2022년 9월 장부 관리를 포함해 동네세탁소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세탁 중개업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음식 배달앱의 ‘세탁업’ 버전인 셈이다. 그의 일곱 번째 기업인 ‘매일새옷’이 탄생했다.
디지털 전환(DX)으로 새 옷을 입은 매일새옷은 빠르게 성장했다. 전략도 달라졌다. 숱한 실패가 그를 성장시켰다. ‘제품 고도화’보다 ‘일단 시장의 평가를 받자’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평가를 적극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는 전략은 정확히 통했다. 매일새옷은 국내 세탁업 ERP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고 2024년 매출 10억 원을 달성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 제도도 큰 도움이 됐다. 매일새옷은 2024년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이 구글플레이와 함께 주관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 프로그램 6기’에 선정됐다. 올해는 중기부가 유망 창업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 3년 이내 초기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 및 보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초기 창업 패키지’에도 선정됐다. 12월 9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매일새옷 본사에서 서 대표를 만났다. 실패로 다져진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힘들지 않은 때가 없었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2020년 여섯 번째 창업 때였어요. 직원 20여 명과 함께 미국 한인시장 세탁소를 공략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어요.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유행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외출을 안하니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세탁 시장이 어려워진 거죠.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직원들끼리 갈등도 커졌습니다. 목표도 잃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2022년 법인을 청산했어요.
기존에는 제 도전을 위해 폐업과 재창업을 한 거였다면 그때는 대규모 투자를 받고 직원들과 함께 큰 도전을 했는데 너무 높은 데서 처음부터 떨어져버리니까 바닥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세탁업을 놓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일단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기도 하고요. 처음부터 세탁소 사장님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전통시장의 소상공인과 상생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상공인들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해야만 혁신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도전했습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많은 세탁소 사장님들 덕분이에요.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재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할 수밖에 없으니까’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저의 인생이고 저와 함께한 동료의 가족이 있었으니까요. 책임져야 하는 위치잖아요. 제가 멈추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무조건 버티고 또 버티면서 성장하면 어느 순간 준비된 자에게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게 투자자든, 좋은 파트너든, 안 열렸던 시장이 갑자기 잘 풀리는 환경이든 말이죠.
재도전 사례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2025년은 팀에게도, 개인적으로도 울컥한 한 해였어요. 특히 정부 지원사업의 도움이 컸어요. 예전에는 ‘그냥 내가 벌어서 하나씩 성장해야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매일새옷 설립 후 정부 지원사업이나 정책 등을 알게 되면서 큰 도움이 됐죠. 2024년 ‘창구 프로그램 6기’에 선정되면서 지원금 1억 3000만 원을 받았어요. 작은 업체에는 정말 소중한 돈이거든요. 덕분에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고 품질 향상에도 집중했습니다.
중기부 ‘창업 패키지’ 사업에도 선정됐다고요.
감사하게도 ‘초기 창업 패키지’와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 모두 합격했습니다. 우선 ‘재도전 성공 패키지’에 지원해 최대 지원금인 1억 원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올해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게 해줬고 ‘초기 창업 패키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재도전 사례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면서 멋지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정부로부터 ‘이런 도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법인이 폐업하면 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각종 세금이 많습니다. 특히 직원 수가 많다 보면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아예 세금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각자 사정에 따라 감면 혜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보면 다들 폐업 후 남은 세금에 대한 부채를 가장 힘들어하더라고요.
창업하려는 젊은이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가볍게 실행해서 먼저 시장 검증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역시 여섯 번 실패하고서야 그걸 깨달았거든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혈기가 왕성해요. 밤새 토론해도 대화가 끝이 없을 만큼 자기 주장이 강한 경우도 있는데 조금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고집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이의 조언을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분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요?
저를 포함해 실패와 도전을 거듭한 중장년 대표들을 보면 자신만의 내공이 있습니다. 청년 세대보다 에너지가 조금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열정만큼은 지지 않거든요. 자신만의 장점과 노하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바랍니다. 다만 단점 또한 잘 봐야 합니다. 분명히 사업에 방해가 됐거나 잘못된 루틴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장점을 살리기보다 단점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합니다. ‘본인의 나쁜 습관을 최대한 빠르게 제거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늘의 부족한 내가 하루하루 성장해가면서 최종적으로 가고 싶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도전은?
더 많은 고객이 저희 서비스를 알아주고 많이 사용해주면 좋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저희가 준비하는 ‘글로벌 세탁 ERP’ 버전이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세탁업에서 사용되도록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최고 세탁 서비스는 ‘매일새옷’이라고 불리면 좋겠네요.
오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