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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이 기뻐하고 있다.

12년 만의 정상 복귀, 5회 연속 우승, 40년 만의 금메달.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은 종목과 세대를 넘나들며 굵직한 기록을 쏟아냈다. 남녀 농구 동반 우승부터 야구의 5연패, 체조와 승마의 오랜 금맥 회복까지 금메달의 의미도 다양했다. 이름조차 낯선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왔고 육상에서도 한국 기록을 새로 쓰며 메달을 보탰다.
특히 구기 종목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남녀 농구가 나란히 정상에 오른 데 이어 남자 3대 3 농구까지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세 종목을 석권했다. 야구는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5회 연속 정상에 올랐고, 여자 핸드볼도 일본을 제치고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
펜싱에서는 오상욱, 카누에서는 조광희·김효빈 등 다관왕이 탄생했고, 17세 황서현은 여자 평균대에서 40년 만의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은 동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육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승마 마장마술에서는 12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고, 스케이트보드에서는 한국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메달의 숫자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기록과 장면이 쌓인 대회였다.

여자 기계체조에서는 황서현(평균대)과 여서정(도마)이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이준석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테크볼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일전이 금빛 원동력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장면 가운데 하나는 한일전이었다. 남녀 농구와 야구, 여자 핸드볼에서 일본을 잇달아 꺾으며 금메달을 따냈다.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는 점까지 더해졌다.
이현중을 앞세운 남자 농구는 9월 20일 결승에서 일본을 67대 57로 꺾고 12년 만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자 농구도 26일 결승에서 일본을 75대 70으로 제압했다. 남녀 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금메달을 딴 것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여자 대표팀은 박지수와 박지현이 각각 부상과 WNBA 일정으로 빠진 가운데 11명으로 대회를 치렀다. 남자 3대 3 농구는 25일 결승에서 카타르를 19대 10으로 꺾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자 한국 선수단의 하계 아시안게임 통산 800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야구는 9월 27일 결승에서 일본을 3대 1로 꺾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5회 연속 우승이다. 여자 핸드볼도 일본을 상대로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27일 일본과의 풀리그 최종전에서 27대 23으로 승리하며 6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우승으로 일본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던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아픔을 깨끗이 설욕했다.
펜싱에서도 한일전이 금빛으로 이어졌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45대 44로 꺾고 단체전 4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2회 연속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한국 펜싱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수확하며 전통적인 강세 종목의 저력을 다시 확인했다.
배드민턴에서는 안세영이 역사를 새롭게 쓰며 세계 최강을 재확인했다.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세계 랭킹 3위인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게임 스코어 2대 0으로 완파하며 역대 최초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2회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도 중국의 천위페이를 단 40분 만에 2대 0으로 제압했다. 이에 앞서 여자복식에서도 이소희·백하나 조가 중국의 류성수·탄닝 조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남자 농구 대표팀의 이현중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상욱은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사진 뉴시스

17세 금메달리스트 등장
여자 기계체조에서는 여서정과 황서현이 나란히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체조의 금빛 부활을 알렸다. 여서정은 9월 24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에서 열린 여자 도마 결선에서 평균 14.483점을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이자 자신의 아시안게임 두 번째 도마 금메달이다.
다음 날에는 17세 황서현이 평균대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예선 5위였던 황서현은 결선에서 난도점수 6.6점과 실시점수 8.1점을 합쳐 14.7점을 기록하며 역전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여자 평균대에서 우승한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스케이트보드에서는 18세 강준이가 새로운 기록을 썼다. 강준이는 9월 27일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남자 스트리트 결선에서 일본의 사사키 도아를 제치고 우승했다. 스케이트보드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8년 이후 한국의 첫 금메달이다.
강준이의 마지막 도전은 특히 극적이었다. ‘런’에서 84.83점과 69.79점을 받은 뒤 3차 시기에서 88.45점을 기록했다. 이어진 ‘트릭’에서는 1·2차 시기 모두 실패했지만 마지막 3차에서 92.40점을 받아내며 합계 180.85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승마에서는 남동헌이 12년 만에 마장마술 개인전 금메달을 되찾았다. 남동헌은 27일 일본 도쿄 승마공원에서 열린 개인전 결승에서 마필 ‘레오니다스’와 호흡을 맞춰 75.19점을 받았다. 중국의 위자이(75.05점)를 0.14점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의 마장마술 개인전 금메달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축구와 탁구를 결합한 형태의 테크볼에서는 이준석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번 대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크볼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준석은 이라크의 알리 잘릴 메즈헤르 알레야위를 2대 0(12-11, 12-5)으로 제압했다. 이준석은 조별리그 5경기와 토너먼트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대회 내내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왼쪽부터) 나마디 조엘진, 이재성, 서민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가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김나현, 문나윤은 다이빙 여자 싱크로나이즈드 10m 플랫폼에서 사상 첫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수확했다.

36년 만에 카누 정상 섰다
카누에서는 조광희와 김효빈이 나란히 2관왕에 올랐다. 두 선수는 9월 24일 남자 K4(4인) 500m에서 장상원·최민규와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데 이어 25일 K2(2인) 500m에서도 1분 31초 859로 일본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카누가 아시안게임 K2 500m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36년 만이다.
근대 5종에서는 성승민이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여자 근대 5종의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이다. 이어 남자 단체전에서는 전웅태·서창완·이종현이 4779점을 합산해 2연패를 달성했다. 전웅태는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단체전 금메달을 추가했다.
수영에서는 김영범이 남자 자유형 50m에서 21초 66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예선에서도 21초 71로 대회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결승에서 0.05초 더 단축했다. 자유형 100m 은메달에 이은 금메달이었다.
사격에서는 추가은이 16년 만의 금맥을 되살렸다. 9월 23일 열린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46.3점을 쏴 중국의 선이야오를 5점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앞선 본선에서 582점으로 대회 신기록을 세운 데 이어 결선에서도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한국 선수가 이 종목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이다.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에서는 김종호(현대제철)가 대만 장정웨이를 149대 145로 꺾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에 앞서 여자 단체전은 동메달, 혼성 단체전은 은메달을 추가했다.
중앙아시아 전통 격투 종목인 쿠라시에서는 김민영이 여자 87㎏ 초과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에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10월 4일 나고야시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열전을 끝낸 이번 대회에서 빛난 것은 메달의 숫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훈련과 땀,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순간들이 모여 값진 장면을 만들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는 한국 스포츠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근대 5종 여자 개인 결승 레이저런(육상+사격)에서 성승민이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여자 핸드볼 풀리그 최종전에서 류은희가 일본을 상대로 골을 넣고 있다. 이날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8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았다. 사진 뉴시스

백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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