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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올겨울 설원 위로 10대들이 날아오른다

유승은(왼쪽)이 12월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 치러진 2025~2026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2위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FIS 인스타그램

‘동계올림픽 메달’ 하면 빙상 종목을 먼저 떠올리지만 스키와 스노보드를 앞세운 설상 종목도 이젠 메달 기대 종목이다. 설상 종목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노보드 시상대에 처음으로 태극기가 올라간 것이다. ‘배추보이’ 이상호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불모지로 불렸던 설상 종목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도 ‘눈 위의 메달’을 노리는 새로운 스타들이 있다. 특히 스노보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노보드 종목 특성상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최전성기를 맞이하는 이들은 모두가 유망주이자 스노보드의 ‘현재’다.

이채운이 2월 8일 중국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결승에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겨울 사냥꾼들의 생존 질주가 스포츠로
스노보드는 사냥꾼들이 눈 덮인 산을 내려오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알려진다. 스포츠로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춘 것은 1980년대였다. 1985년 첫 스노보드 월드컵이 개최됐고 1994년 국제스키연맹(FIS)이 스노보드를 공식 종목으로 도입하면서 제도권 스포츠에 안착했다.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등장했다.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종목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높은 곳에서 출발해 스피드 경주를 펼치는 ‘알파인 계열’과 자유롭게 내려오며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프리스타일 계열’이다. 알파인 계열에는 4~6명이 1개 조로 동시에 출발해 내려오는 ‘스노보드 크로스’, 2명이 동시에 기문을 출발해 빨리 내려오는 선수가 승리하는 ‘평행대회전’ 종목이 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강세다. 다만 평행대회전의 경우 앞서 이상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며 비서구권의 도약을 알렸다.
프리스타일 계열은 레일, 박스, 벽 등 여러 기물과 점프대로 구성된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묘기를 펼치는 경기인 ‘슬로프스타일’과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며 묘기를 펼치는 ‘하프파이프’ 종목이 있다. ‘스노보드의 꽃’으로 불린다.
여기에 슬로프스타일과 유사하지만 30m에 달하는 점프대를 도약해 다양한 공중묘기를 선보이는 ‘빅에어’ 종목도 백미다. 빅에어는 2018 평창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프리스타일 계열 종목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의 강세가 뚜렷하다.

최가온이 12월 13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시에서 열린 2025~2026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2000년대 후반생들의 질주
이번 대회에서 2000년대 후반에 태어난 메달리스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생 이채운(경희대), 2008년생 최가온(세화여고)·유승은(용인성복고)이 주인공이다. 각종 세계대회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 세계 최정상을 다투고 있다.
우선 남자 하프파이프 종목에 출전하는 이채운을 향한 기대가 뜨겁다. 이채운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최연소(만 15세)로 출전해 이름을 알린 후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만 16세 10개월의 나이에 남자 스노보드 최연소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에서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 두 종목 금메달, 2025년 초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슬로프스타일 금메달을 따냈다. 이제 10대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위한 묘기를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이채운을 뒤따르는 2008년생 두 선수,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과 빅에어 유승은도 주목해야 한다.
최가온은 이미 우리나라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간판이다. 12월 펼쳐진 2025-2026시즌 FIS 월드컵 2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다가오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최가온은 2023년 1월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엑스게임(X Games)’에서 역대 최연소 기록으로 파이프 종목 우승을 차지하고 같은 해 12월 월드컵에서도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2018 평창올림픽과 2022 베이징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2연패를 달성한 ‘세계 최강’ 클로이 김(미국)을 넘어 새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유승은도 12월 14일 펼쳐진 2025~2026시즌 FIS 월드컵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3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은메달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빅에어 종목 메달을 획득, 화려한 성인 무대 데뷔를 알렸다. 수십 미터를 도약해 화려한 기술을 선보일 유승은이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시상대 위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노보드는 개회식 전날인 2월 5일 예선전을 시작으로 2월 18일까지 펼쳐진다. 올겨울 눈 위에서 펼쳐질 10대들의 ‘매서운 반란’이 기다리고 있다.

오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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