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이들의 눈은 마법사의 안경과 같습니다. 어른에게는 수명이 다한 건전지나 쓸모없어진 플라스틱 조각이 아이의 손을 거치는 순간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이 되기도 하고 깊은 바다를 탐험하는 로봇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창의성’이라 부르지만 그 바탕에는 주변의 모든 사물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아끼는 아이의 다정한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아이의 놀라운 상상력을 존중해주고 “참 멋진 생각이야”라고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세상은 무한히 확장됩니다.
아홉 살 태준휘가 만든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집니다. 화면 중앙을 당당하게 차지한 노란색 잠수함 로봇에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준휘는 다 쓴 건전지로 눈을 만들고,
노란 플라스틱 통과 수평계 조각들을 이어 붙여 몸체를 완성했습니다. 주변을 헤엄치는 종이 물고기와 반짝이는 구방울은 로봇이 바닷속 보물을 찾아낸 순간을 축하해주는 듯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작품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질감의 재료들입니다. 꼬불꼬불한 모루(털 철사)와
거친 느낌의 수수깡, 동그랗게 말린 털실 조각은 산호초와 물결로 변신해 생동감을 더해줍니다. 파란색 바탕 위에 원형 무늬를 찍어내어 공기 방울을 표현한 부분에서 준휘만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이 돋보입니다. 정형화된 재료에 갇히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을 예술 도구로 삼은 소년의 유연한 상상력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겉모습 너머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 내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야말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글 김윤섭
예술나눔 공익재단 아이프칠드런 이사장,
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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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