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요즘 전국 어느 산에 가든 꽃며느리밥풀을 볼 수 있다. 종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산 입구부터 정상 부근까지 등산로 주변에 이 꽃 무리가 피어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현삼과 한해살이풀로 꽃은 길이 1.5~2㎝의 긴 통 모양인데 끝이 입술 모양으로 갈라졌다. 그런데 그 입술 모양으로 벌어진 분홍 꽃잎 사이로 딱 밥풀처럼 생긴 흰 무늬 두 개가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진짜 밥알이 아닌가 만져볼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생긴 꽃이 있나 신기해 한다.
꽃며느리밥풀은 ‘며느리 설움’이라는 슬픈 꽃 이야기를 갖고 있다. 옛날에 며느리를 심하게 구박하는 시어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부엌에서 밥에 뜸이 들었는지 밥알을 조금 먹어보는 순간 시어머니가 들어와 “어른이 먹기도 전에 버릇없이 먼저 먹는다”면서 심하게 꾸짖었다. 그 바람에 며느리는 밥알을 입에 문 채 쓰러져 죽었다. 며느리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자 이듬해 무덤가에서 분홍색 꽃이 피어났다. 꽃잎에 하얀 밥알이 두 개씩 달려 있어서 며느리밥풀로 이름 지었다는 얘기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1970년대 말 나온 박완서의 단편 ‘황혼’에서도 이미 갈등의 주도권은 며느리에게 넘어가 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 구박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이름을 새로 짓는다면 꽃며느리밥풀은 어떤 이름을 가질까?
꽃며느리밥풀 외에도 줄기나 포(꽃 밑에 있는 작은 잎)의 색깔, 털의 유무 등에 따라 수염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등이 있다.
꽃며느리밥풀은 꽃이 예쁘고 신기하게 생겨 식물원이나 정원에도 심을 만한데 산 말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만날 수가 없다. 자체적으로 광합성을 하면서도 다른 식물 뿌리에 붙어 영양분을 얻는 반(半)기생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막 옮겨 심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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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