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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빙상의 또 다른 자존심 스피드스케이팅 밴쿠버 영광을 다시 한 번!

이나현이 2월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막내가 사고를 쳤습니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대회 4일 차 한 중계방송 아나운서의 멘트다. 이날은 우리나라 빙상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됐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주목도 받지 않았던 21세 모태범(한국체대)이 주인공이었다. 이 대회에서 우리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남자 500m 모태범을 포함해 이상화(여자 500m), 이승훈(남자 1만m) 등이 금메달을 추가하며 금 3개·은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은 쇼트트랙과 함께 동계올림픽 주력 종목으로 우뚝 올라섰다. 밴쿠버올림픽 이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누적 금메달 5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5개 등 총 20개의 메달을 우리나라에 안겨줬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밴쿠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우리 선수단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월드컵에서 연이어 메달을 획득하며 밀라노에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준호가 2월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빙상 위 육상, 네덜란드가 종주국
스피드스케이팅은 과거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원주민과 에스키모가 꽁꽁 언 바다 위를 다니는 이동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현재의 경기 형태로 모습을 갖춘 것은 18세기 네덜란드에서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에서 경기를 펼치면서부터다. 19세기 말인 189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창설됐으며 1924년 제1회 동계올림픽인 샤모니대회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400m 타원형의 아이스링크를 달려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경기다. 링크 위에는 2명의 선수가 경쟁한다. 올림픽 종목으로는 최단 거리인 500m를 시작으로 1000·1500·3000·5000m, 그리고 ‘빙판 위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1만m 경기가 있다. 여기에 쇼트트랙처럼 단체로 출발해 기록에 관계 없이 가장 빠르게 들어오면 되는 ‘매스스타트(mass start)’ 종목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단순 기록경기에 긴장감을 더했다.
단체 경기로는 3명이 한 팀을 구성해 서로 다른 직선 주로의 중앙에서 동시에 출발하는 ‘팀 추월’ 종목이 있다. 남자는 8바퀴, 여자는 6바퀴를 3명의 선수가 함께 도는 경기로 마지막 주자가 들어오는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진다.
전통적 강호는 종주국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다. 네덜란드는 1950~60년대부터 이미 중장거리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남자 500m 종목에서도 메달을 싹쓸이하며 단거리에서도 최강국으로 올라섰다. 동계올림픽 절대 강자 중 하나인 노르웨이 역시 최근 강자로 급부상한 국가다. 1990년대 이후 메달권에서 멀어졌던 노르웨이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다시 ‘빙상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국가 역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괴물 신예 조던 스톨츠는 2022~23시즌과 2023~24시즌 세계선수권에서 500·1000·1500m ‘3관왕’을 두 시즌 연속 기록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꾸준한 강국이다. 특히 이상화의 맞수였던 고다이라 나오, 2022 베이징올림픽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다카기 미호 등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제2의 모태범’처럼 깜짝 금메달 나올까
아직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25~26시즌 월드컵 대회가 진행 중이지만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서 빙판 위를 질주할 기대주들을 살펴보자. 이번 시즌을 앞두고 10월 펼쳐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남자부 10명과 여자부 6명이 최종 대표팀으로 선발됐다.
우선 여자부 단거리 종목에서는 이나현(한국체대)이 주목된다. 이나현은 11~12월에 진행된 월드컵 1차 대회 여자 500m 동메달, 월드컵 3차 대회 1000m 8위를 기록하며 밀라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매스스타트 종목에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박지우(강원특별자치도청) 역시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기록해 올림픽을 앞두고 순항 중이다. 박지우는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전체 1위를 기록하고도 심판의 실수로 메달을 놓쳤으나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장거리 간판’ 정재원이 월드컵 2차, 3차 대회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올림픽 시상대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단거리 기대주’ 김준호(강원특별자치도청)는 월드컵 2차 대회 남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대회에서도 한국 신기록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차지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대회 첫날인 2월 7일부터 폐회 전날인 2월 21일까지 펼쳐진다. 400m 얼음 트랙에서 펼쳐지는 ‘겨울의 육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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