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오늘 당신의 밥상은 어땠나요? 박물관에 차려진 ‘우리들의 밥상’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 법학자이자 미식가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의 이 말처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우리를 대변한다.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먹는지는 한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 경제 수준,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방금 전 먹은 한 끼를 떠올렸다면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을 찾아볼 만하다. 전시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우리 밥상의 역사를 고고학 자료와 조선왕실의궤, 문인 기록, 회화 작품, 현대 전문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전시는 1부 ‘삶과 함께한 우리 밥상’, 2부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으로 구성된다. 밥상을 ‘삶의 기록’이자 ‘자연에 대한 응답’이라는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밥 한 그릇에 담긴 삶의 역사
1부는 밥상의 주인공인 ‘밥’에서 출발한다. 3000년 전 불탄 볍씨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루와 솥을 통해 쌀이 우리 식문화의 중심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밥·국·반찬으로 이뤄진 한식의 조합과 그에 맞춰 발달한 식기 문화도 소개한다.
주요 전시품은 6세기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숟가락과 젓가락, 5·7·9첩 반상을 기록한 19세기 말 조리서 ‘시의전서’, 총 96종의 국물 요리 레시피가 담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36년 판본)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도마로 알려진 부산 기장군 고촌리 출토 도마와 박수근의 1952년작 ‘도마 위의 굴비’가 만나는 지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홍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보물 세 점도 나란히 만날 수 있다. 그림 속 사람들은 주막에서, 들판에서, 강가에서 음식을 먹으며 당시의 식사 풍경을 그려낸다.
어머니와 함께한 정조의 8일간 식사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 순원왕후의 육순 잔치를 그린 ‘통명전에서 열린 왕실 잔치’를 통해서는 팔도 특산물이 담긴 왕실 음식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자연이 빚어낸 맛의 세계
2부는 제철 먹거리와 발효, 양념의 역사를 다룬다. 허균이 유배지에서 자신의 기억 속 팔도 별미를 끌어내 적은 ‘도문대작’은 당시 사람들이 계절마다 즐긴 맛의 지도를 보여준다. 윤용의 ‘나물 캐기’, 박수근의 ‘봄’에서는 봄나물 문화를, 6세기 신라 서봉총에서 출토된 해산물 담긴 항아리와 19세기 성협의 그림 ‘고기 굽기’에서는 바다와 육지를 넘나든 우리 식재료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가장 오래된 메주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3~5세기 불탄 콩 덩어리와 젓갈을 넣은 김치 조리법을 담은 가장 오래된 조리서 ‘주초침저방’은 발효 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불탄 들깨와 꿀이 담긴 청자 매병은 양념의 오랜 역사를 짚는다. 장욱진의 ‘독’, 변월룡의 ‘어머니’ 그림은 숨 쉬는 그릇, 옹기를 둘러싼 한국인의 정서를 전한다.
배우 류수영이 읽어주는 전시
51개 기관이 협력해 마련한 이번 전시는 488건, 684점(보물 5점, 국가민속문화유산 6점)의 식문화 관련 전시품을 한자리에 모은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특별전이다.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품 21점은 배우 류수영의 오디오 가이드로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음식 없는 음식 전시’라는 한계를 다양한 연출로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밥상을 차리는 소리와 오물오물, 고슬고슬, 허겁지겁 등 다양한 의성어·의태어, 조선 지식인이 즐긴 상추쌈 먹는 법 등은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전시에 생동감을 더한다.
다큐멘터리 감독 이욱정,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오너셰프 강민구, 백양사 천진암 주지 정관스님, 한식연구가 조희숙 등 전문가 9인의 인터뷰 영상도 한국 밥상의 매력과 가치를 다양한 시각에서 들려준다.
10월 2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기간 중에는 다양한 행사도 만날 수 있다. 어린이 대면 교육 ‘애들아, 밥먹자!’(8월), 식문화 전문가 초청 강연토론회(8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특별 강연(9월), 청소년 전시연계 교육(9월), 북토크(9월), 한국식생활문화학회와의 공동 학술대회(10월), 2026 한식 페스타(10월 23~25일) 등이다. 세부 일정과 참여 방법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순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말, 휴관일,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4시에는 무료 해설도 진행된다. 해설은 전시 관람권과 별도로 사전예약해야 한다. 예매는 티켓링크 누리집(www.ticketlink.co.kr)에서 가능하다.
우리들의 밥상
전시기간: 7월 1일~10월 25일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2
전시품: 삼천 년 전 불탄 볍씨, 김홍도 ‘새참’,
박수근 ‘도마 위의 굴비’ 등 488건, 684점
운영시간: 월·화·목·금·일요일 9:30~17:30(입장 마감 16:50)
수·토요일 9:30~21:00(입장 마감 20:20)
※ 휴관일 9월 7일(정기휴실), 9월 25일(추석 당일)
관람료: 성인 5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3000원
문의: 국립중앙박물관 1644-7169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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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