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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33만㎡(10만 평)에 달하는 억새 군락지인 간월재. 1000m대의 웅장한 능선이 부드러운 굴곡으로 뻗은 모습이 유럽 알프스를 닮았다 하여 ‘영남알프스’라고 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울산광역시 부근을 지날 때면 차창 너머로 시선을 압도하는 준봉들이 나타난다. 거대한 장벽처럼 하늘에 초록빛 선을 긋고 길게 뻗은 산, 영남알프스의 심장이라 불리는 신불산(1159m)이다.
낙동정맥의 굵은 뼈대 위에 우뚝 솟은 신불산은 가지산(1241m), 운문산(1188m), 천황산(1189m)과 함께 영남알프스를 대표하는 산 중 하나로 꼽힌다.
영남알프스는 울산과 경남 밀양시·양산시, 경북 청도군·경주시에 걸쳐 있는 해발 1000m 안팎의 웅장한 산악지대다. 유럽 알프스의 수려한 풍광에 빗대어 붙은 이름으로, 가을이면 능선을 가득 메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신불산(神佛山) 이름에는 ‘신령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예부터 ‘왕봉’이라 불렸고 ‘산꼭대기에 묘를 쓰면 역적이 난다’는 서슬 퍼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불산의 진면목은 가을의 문턱에서 드러난다. 경기 포천·강원 철원 명성산, 강원 정선 민둥산, 충남 보령·홍성 오서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장흥 천관산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능선에 올라서는 순간 끝 모를 억새 바다가 펼쳐진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물결이 출렁인다.
신불산을 가장 지혜롭게 만나는 방법은 계절의 결을 미리 읽는 일이다. 10월에 찾으면 황금빛으로 무르익은 억새가 온 능선을 뒤덮으며 화려한 절정을 뽐내지만 한발 앞선 9월도 좋다. 초록에서 연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억새 숲에서 바람이 억새를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기 좋은 시간이다.
영남알프스에서 신불산을 심장으로 꼽는 이유는 또 있다. 접근성이 좋은 데다 간월재와 신불재 등 드넓은 억새밭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신불산군립공원’이라는 이름과 자연휴양림 명칭이 ‘국립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인 것만 보더라도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간월재는 약 33만㎡(10만 평)에 이르는 억새 군락지로 영남알프스를 대표하는 ‘억새의 바다’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신불산은 익숙한 이름이다. 2025년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내 100대 명산 인증 순위에서 7위(1만 4930회 인증)를 기록할 만큼 많은 등산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접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산행 기점인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함양울산고속도로 배내골IC에서 약 2㎞ 거리다. 반대편 대표 기점인 등억알프스리(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는 KTX가 정차하는 울산역에서 약 8㎞ 거리다. 고속도로 나들목과 기차역에서 차로 10~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신불산의 매력은 거친 야성과 부드러운 평온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데 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신불공룡릉’은 칼날처럼 솟은 바위들이 능선을 이룬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까마득한 벼랑과 계곡이 굽이친다. 시야가 맑게 트인 날에는 울산 울주군과 경남 양산시 너머 부산 해운대의 고층빌딩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품에는 울산 12경 중 하나인 ‘파래소폭포’가 자리한다. 명주실 한 타래를 다 풀어 넣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처럼 깊고 시퍼런 소(沼)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산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지가 되는 등억알프스리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는 매년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다.
가을 산은 사람의 마음을 비우는 힘이 있다. 복잡한 세상사로 마음이 어지럽다면 신불산 능선으로 걸음을 옮겨보자. 가파른 바위 능선을 올라 광활한 억새의 바다 앞에 서는 순간 숨이 멎을 만큼 벅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신불산 정상 부근의 암릉지대. 정상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신불공룡릉이다

간월재 정상 돌탑과 표지석.

간월재휴게소에서는 컵라면, 생수, 초코바, 즉석밥, 아이스크림 등을 판다. 과거 간월재 일대는 백패킹 성지로 꼽혔으나 지금은 야영이 금지돼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신준범 월간<산> 기자

신불산 등산 개념도

알고 가면 좋은 정보
추천 코스 ❶ 간월재 편도 왕복 코스(대중적 초급 코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임도~간월재~복합웰컴센터.
약 10㎞, 4시간 소요.
길이 완만하게 잘 닦여 있어 가벼운 걸음으로 억새 평원의 진수를 누릴 수 있는 대표 힐링 코스. 간월재는 고개지만 넓은 억새평원이며 데크산책로와 테이블 쉼터가 있어 정상으로 삼기에 제격.

추천 코스 ❷ 신불산~간월산 코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간월재~간월산 정상~간월재~신불산 정상~간월재~복합웰컴센터. 약 15㎞, 7시간 소요.
억새평원의 우뚝 선 명봉 간월산과 신불산을 하루에 오르는 코스. 가파른 계단이 많지만 흘린 땀 값을 하고도 남는 두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경치가 압권이다.

주의사항
1 간월재와 신불산 정상은 사계절 내내 바람이 거세게 분다. 땀이 식으면 급격히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니 방풍재킷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2 가을 단풍·억새 성수기와 산악영화제 기간에는 주차장이 일찍 만차가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새벽 일찍 출발해야 주차할 수 있다.
3 간월재에는 군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쉼터 건물이 있다. 생수, 아이스크림, 컵라면 등을 판다.

대중교통
KTX 울산역(통도사역)에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까지 직행하는 343번 버스가 운행한다. 30~40분이면 들머리에 닿는다. 울산역 앞에는 항상 택시가 줄지어 서있다. 15분이면 산 입구에 닿는다. 1만 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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