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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뉴스

‘고향 사랑’이 키운 걸그룹 K-팝의 성공 공식을 바꾸다

- K-성장의 새 동력, K-팝의 새 얼굴 리센느

(왼쪽부터) 리센느 멤버 메이, 리브, 제나, 원이, 미나미가 추석을 맞아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다섯 명의 소녀가 초등학교 운동장 흙바닥을 무대 삼아 노래하고 춤춘다. 또 다른 무대에서는 관객의 반응이 없자 “음원 차트 114위까지 했던 곡”이라며 머쓱하게 웃는다. 시간이 없다는 진행자의 만류에도 “1분만요”라고 사정을 하며 무대를 보여줄 기회를 청한다.
불과 2년 전 리센느(RESCENE)의 모습이다. 지금 리센느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4년 3월 데뷔한 걸그룹 리센느(원이·미나미·리브·메이·제나)는 올해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꼽힌다. 2024년 8월 발매 당시 900위권으로 출발했던 ‘러브 어택(LOVE ATTACK)’은 680일 만에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리메이크 싱글 ‘프리티 걸(Pretty Girl)’은 데뷔 840일 만에 첫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었다. 8월에는 6만 관객이 들어찬 서울월드컵경기장 하프타임 쇼에 올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6’에서는 관객들의 떼창이 쏟아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리센느가 대형기획사의 아이돌이 아니라는 점이다. 리센느는 신생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가 처음 선보인 아티스트다. 막대한 자본과 제작·유통망을 가진 대형기획사가 장악한 K-팝 생태계에서 신생기획사 아이돌이 대중에 이름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다.
‘2024 음악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2023년 대기업의 연간 음악제작비는 평균 431억 1000만 원으로 중소기업(14억 9000만 원)의 약 29배에 달했다. 해외 공연 횟수도 대기업은 연평균 83.4건, 중소기업은 4건으로 20배 넘게 차이가 났다.
그런데 리센느는 이 격차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넘어섰다. 음악방송이나 대규모 프로모션의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자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대중과 만나는 통로를 만들었다. 특히 멤버들의 솔직한 일상을 담은 원이의 유튜브 채널 영상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영상 속 장면이 쇼츠로 재생산되면서 팬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음악까지 역주행시키는 동력이 됐다. 무대가 없어도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팬이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그 힘이 음악을 듣게 하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써내려간 것이다.
여기에 멤버들의 고향이라는 새로운 자산도 더해졌다. 경상남도 거제 출신 원이와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소개한 거제 덕포해수욕장은 ‘거제, 야호!’라는 밈과 함께 화제를 모았다. 리센느는 멤버들의 고향인 거제·경주·고양·수원의 홍보대사로 잇따라 위촉되며 ‘지역균형발전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새롭게 추진하는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사업’도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획사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으로 리센느를 비롯한 10개 그룹이 첫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기획사별 지원 규모는 연간 최대 약 3억 원이며 성과 평가를 거쳐 최대 3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수출용 음반·뮤직비디오 제작부터 현지 마케팅과 공연까지 기획사의 필요에 따라 지원 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한복 차림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리센느를 만났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세계 무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리센느의 다섯 멤버를 만나 달라진 일상과 성장의 비결,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들었다.

리센느는 대규모 프로모션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자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사진 ‘RESCENE’·‘안원잘부’ 유튜브.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요.
원이: 공연에서 우리를 알아봐주시고 노래를 함께 따라 불러주실 때 실감해요. 예전에는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리센느 아니에요?” 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시는 분도 많아졌어요.
메이: 이동할 때 음원 차트 순으로 음악을 듣는 편인데 최근에는 우리 곡이 연달아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신기하고 놀라워요.

해외에서도 리센느를 알아보는 팬이 많아졌다고요.
원이: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였어요. 아무도 우리를 모를 거라 생각해서 민낯으로 편하게 갔는데(웃음), 공항에서 팬들이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메이: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 한국어뿐 아니라 여러 언어로 실시간 댓글이 올라와요. 한국에서 방송하는데도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와주시는 걸 보면 신기해요.
리브: 시차가 큰 나라에서도 함께해주시더라고요. 한국어로 번역해서 댓글을 남겨주시기도 하는데 번역기 특유의 말투가 있어요. 이제는 그것만 봐도 해외팬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일본 출신인 미나미 씨가 느끼기에 한국과 일본 팬들의 응원 문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미나미: 일본 팬은 비교적 조용하고 한국은 반응이 크다고 하잖아요. 우리 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세요. 특히 일본에서는 자주 만나지 못해서인지 만날 때마다 마음껏 반겨주시는 것 같아요.

리센느가 음악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미나미: 리센느가 K-콘텐츠를 알리는 하나의 통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연습생 때부터 회사에서 한국어의 아름다운 표현을 살리자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저는 한국어를 이해하기 전부터 노래와 어우러지는 발음이나 부드러운 어감이 좋았어요. K-팝만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한국어의 느낌을 음악에 담아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어요.

리센느 멤버 다섯 명이 탁자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자체 콘텐츠 영상 화면. 자막 ‘LIV 여러분 저희가 사진 많이 줄게요’. 사진 ‘RESCENE’·‘안원잘부’ 유튜브.

리센느 노래 중에서 한국어와 K-팝의 매력이 잘 드러난 곡을 꼽는다면요.
미나미: ‘데자뷰(Deja Vu)’요. ‘처음 스친 그때 이 향길 기억해줘’라는 후렴 가사를 정말 좋아해요.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 특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문장이에요.
메이: 저는 ‘러브 어택’이요. 한국어 가사가 많고 어느 나라에서 무대를 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은 곡이에요.
제나: 저도 ‘러브 어택’이에요. ‘너를 숨김없이 보여줘’라는 가사가 발매 당시와 지금은 다르게 들려요. 예전에는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점점 더 많은 분께 우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면서 이제는 리센느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지역균형발전돌’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는데요. 고향을 대표하는 홍보대사가 된 소감은 어떤가요.
메이: 지역균형발전돌이라는 말 자체가 처음 들어보는 조합이라 재밌었어요. 각자 나고 자란 곳의 홍보대사가 되면서 붙은 별명이라 더 감사하고 ‘좋은 부담감’도 생겼어요. 부모님도 주변에서 축하 연락을 많이 받으신대요. 누구보다 기뻐하시면서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하세요.
원이: 제가 어릴 때 거제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부모님도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지역경제를 어떻게 살릴까’를 주제로 한 교내 포스터 그리기 대회에 참여한 적도 있고요. 아이돌이 된 뒤에는 ‘나도 거제를 알리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홍보대사까지 맡게 돼 뜻깊어요.
제나: 얼마 전 촬영 때문에 경주에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알아봐주셨어요. “제나 보고 경주 놀러왔어요”라는 말씀까지 들으니 홍보대사가 됐다는 게 새삼 와닿았어요.

고향에서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리브: 저는 수원 행궁동이요. 수원화성 주변을 따라 걷다 보면 골목골목 둘러보는 재미가 있어요.
메이: 고양 일산 호수공원이 떠올라요. 어릴 때부터 다녔던 곳이라 개인적으로도 추억이 많아요. 산책하거나 러닝하기에도 좋아서 일산에 오신다면 한 번쯤 들러보셨으면 해요.
제나: 경주에서는 황리단길을 많이 찾으시지만 보문관광단지도 소개하고 싶어요. 호수를 따라 둘러볼 수 있어 경주의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원이: 거제 장목면에 예쁜 카페나 ‘감성 숙소’가 많이 있어서 여행객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에요. 그런데 팬들은 제가 어릴 때 놀던 바닷가나 자주 가던 치킨집을 찾아가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정말 나를 보고 거제까지 오시는구나’ 싶었어요.
미나미: 제 고향 일본 치바현에 오신다면 나리타의 장어덮밥을 꼭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서핑을 좋아한다면 다테야마도 추천해요.

금발 가발을 쓴 두 사람이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며 외치는 영상 화면. 일본어 자막과 함께 ‘거제 야호-!’ 자막이 떠 있다. 사진 ‘RESCENE’·‘안원잘부’ 유튜브.

고향에서의 경험이 지금 활동하는 데 힘이 되겠어요.
제나: 경주에서 댄스학원을 다니면서 유튜브에 올릴 영상도 많이 찍고 무대에도 자주 섰어요. 그 경험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연습생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미나미: 저희가 자란 곳에서 공연을 할 때 객석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면 ‘이런 순간을 위해 아이돌이 됐구나’ 싶어 더 힘이 나요.

중소기획사 글로벌 도약 지원사업에도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메이: 요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관심을 발판 삼아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미나미: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더 많은 K-팝 팬을 만나고 싶어요. 해외 투어도 하고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리센느가 어떻게 성장하고 달라지는지도 지켜봐주세요.
제나: 지금 많은 분이 알아봐주시는 게 한순간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면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가수가 아니라 향처럼 오래 남는 리센느가 되겠습니다.

추석을 맞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리브: 리센느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빛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메이: 오랜만에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분이 많을 텐데요. 이동하는 길에 리센느 노래도 함께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제나: 추석을 맞아 한복을 차려입었습니다. 이런 모습도 예쁘게 봐주시고 다음 무대도 기대해주세요.
미나미: 연휴 동안 건강하게 지내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면서 푹 쉬세요. 다시 힘을 채우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연휴에도 리센느 많이 생각해주세요.
원이: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 나누면서 따뜻한 추석 보내시면 좋겠어요. 귀성길과 귀경길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이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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