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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후암동에서 숨은 보물 찾기! 도시재생 스탬프투어 떠나보실까요?

“다음 정류장은 후암동 종점입니다.”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평일 오전,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10여 분 남짓을 달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내렸다. 남산자락에 기대앉은 동네다. 10여 년 전만 해도 후암동은 낡고 오래된 동네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생활기반을 정비하고 오래된 주택을 고치는 한편 지역자산을 살리는 방향으로 마을에 개성을 더하면서 지금은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는 ‘핫플’로 거듭났다.
이날 후암동을 찾은 건 국토교통부가 8월 18일부터 11월 15일까지 진행하는 ‘도시재생 스탬프투어’에 직접 참여해보기 위해서였다. 도시재생 스탬프투어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달라진 지역을 직접 찾아가 둘러보고 자연스럽게 지역상권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전용 앱을 켜고 스탬프존에 들어가면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한다. 주요 포인트를 방문할 때마다 화면에 뜨는 안내에 따라 버튼을 누르면 스탬프가 찍힌다. 모은 스탬프 수에 따라 단계별로 선물 응모도 가능하다.
2025년 처음 시작한 스탬프투어에는 전국 10개 지역, 40곳이 참여해 총 1526명이 다녀갔다. 2026년에는 강원 삼척, 경기 수원, 경북 경산 등 도시재생 우수 경진대회 수상 지역을 비롯해 방문 매력도, 관광객 접근성, 권역별 균형 등을 고려해 모두 13개 지역, 52곳으로 확대됐다. 10월 6일 기준 1만 1500여 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
108계단 따라 흘러온 역사
후암동 정류장에서 내려 오래된 숯불구이집과 편의점을 낀 골목으로 들어갔다. 몇 발자국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긴 계단이 나타났다. 108계단이다. 이름 그대로 수없이 많은 계단이 오르막을 따라 이어진다. 스탬프투어 앱에서 알림이 떴다.
‘후암동 108계단 스탬프존에 들어왔어요. 눌러서 스탬프를 획득하세요.’ 화면 하단의 ‘스탬프 획득하기’ 버튼을 눌렀다. 첫 번째 스탬프가 찍혔다.
계단 한가운데에는 경사형 승강기가 설치돼 있었다.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승강기는 비스듬한 레일을 따라 4개층을 오르내렸다. 계단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집들을 보니 이곳 주민들에게는 요긴한 시설로 보였다.
승강기에 올라탔다. 레일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자 낡은 시멘트 계단과 집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이 내놓은 꽃화분이 계단 곳곳에 놓여 있고, 타일을 활용해 만든 모자이크 벽화도 보였다. 담쟁이덩굴이 자랄 수 있도록 철망을 짜놓은 집도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 살던 산동네 골목이 떠올랐다. 새로 단장한 시설이 들어섰지만 골목의 시간까지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108계단에는 이 동네의 오래된 역사도 켜켜이 남아 있다. 계단은 일제강점기에 경성호국신사로 올라가는 참배길로 만들어졌다. 경성호국신사는 일본의 전몰장병을 추모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졌다. 광복과 함께 신사는 사라졌지만 계단은 남았다.
광복 이후에는 해외에서 돌아오거나 월남한 동포들이 이 일대에 빠르게 정착하면서 ‘해방촌’이 형성됐다. 가건물이 대부분이었던 마을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춰갔다. 이 과정에서 경성호국신사도 해체됐다. 그 시절 이곳에 터를 잡았던 주민들의 삶을 떠올리니 해방촌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묻어나는 고단함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다.

골목을 걷다 만난 작은 이국
스탬프투어 앱을 확인했다. 다음 스탬프존인 신흥시장은 약 300m 떨어져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골목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에 일부러 빠른 길 대신 둘러가는 길을 택했다. 낡고 오래된 주택들이 주는 안정감이 두 발을 이곳저곳으로 이끌었다.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로 이곳저곳을 촬영했다. 사진에 담고 싶은 풍경들이 이어졌다.
신흥시장으로 들어서자 골목의 분위기가 또 한 번 달라졌다. 좁은 길이 미로처럼 여러 갈래로 이어졌다. 옛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개성 넘치는 간판과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홍콩이나 태국의 야시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음식점뿐 아니라 소품숍, 즉석사진관, 옷가게 등 다양한 가게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신흥시장은 1953년 휴전 이후 70년 넘게 이어져온 시장이다. 1970~1980년대 니트산업이 번성하면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 시작된 도시재생 과정에서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낡은 것은 그대로인데 분위기는 낡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가게가 한 공간에 어울리면서 오히려 빈티지한 멋이 났다. 천장에 구름처럼 매달린 비닐지붕 아케이드는 비를 막아주면서도 바람과 빛은 통과시키고 있었다. 기존의 상권은 살리면서 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 덕분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시장 안은 금세 북적이기 시작했다. 문을 연 음식점마다 손님들이 들어찼다. 마침 자리가 난 곳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마치 해외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득 저녁 풍경이 궁금해졌다. 가게마다 불이 켜지고 시장의 조명이 밝아지면 지금과는 또 다른 표정일 것이다. ‘다음에는 저녁에 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시장을 나섰다.
풍경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시장 밖으로 나오자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채소를 진열해 놓은 슈퍼마켓, 문구점 등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이어졌다. 마을로 들고나는 길목인 해방촌오거리를 지나 해방촌 전망대로 향했다.
해방촌 꼭대기에 올라서자 시야가 확 트였다. 아래로는 골목이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골목을 따라 시선을 옮길 때마다 누군가의 삶이 재생되고 있었다. 리어카를 끄는 사람, 장을 봐서 돌아가는 사람, 책가방을 메고 지나가는 아이 등. 등 뒤로는 N서울타워가 이를 굽어보고 있었다.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낮 풍경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해방촌 전망대에서 스탬프를 하나 더 찍고, 서울 용산구의 마지막 스탬프 인증장소인 녹사평 보도육교로 향했다. 원래라면 마을버스로 여섯 정거장을 간 뒤 내려야 했지만 날씨가 좋아 한 정거장 전 미리 하차해 가을을 만끽하며 걸었다.
녹사평 보도육교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이름을 알린 곳이다. 특히 N서울타워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 좋아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이날도 육교에 올라서자 외국인 한 명이 가방까지 바닥에 내려놓은 채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육교에는 증강현실(AR) 콘텐츠와 함께 남산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정보무늬(QR코드)도 설치돼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휴대전화로 정보무늬를 스캔하고 사진을 촬영했다. 풍경을 재미있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여행도 하고 선물도 응모하고
처음에는 선물을 받기 위해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가 더 컸다. 그런데 네 곳을 차례로 둘러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108계단에서는 오래된 동네의 역사를 만났고, 신흥시장에서는 도시재생으로 다시 활기를 찾은 시장의 현재를 봤다. 전망대에서는 그 모든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봤다. 스탬프 하나가 단순한 방문 인증이 아니었다.
주머니 속 휴대전화 알림이 다시 울렸다. 녹사평 보도육교 방문 스탬프를 찍으라는 알림이었다. 마지막 인증까지 마치니 총 4개의 스탬프가 모였다. 바로 1단계 선물 추첨에도 응모했다. 당첨되면 3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1만 원 이상 소비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역시 3만 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영수증 인증 이벤트’에도 응모했다.
이벤트 종료까지는 아직 한 달여가 남아 있다. 스탬프를 찍을 기회도 아직 남아 있다. 다음에는 어느 동네를 걸어볼까.
글·사진 고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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