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누가 농사짓나, 제대로 쓰이나… 농지 136만㏊ 첫 전수조사

▶ 1996년 이후 취득 농지 136만㏊ 우선 대상
▶ 상속·고령농 등 5개 유형, 특별조치법으로 농지 처분 대상서 제외 추진
▶ 10월 특별조치법 발의·12월 입법 추진… 투기성 농지에는 엄정 대응
우리나라 농지를 실제로 누가 소유하고 누가 농사를 짓고 있는지 전국 단위로 들여다보는 ‘농지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월부터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소유관계와 실제 경작 여부, 불법 임대차·전용, 휴경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의 목적은 농지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있다. 우리 헌법과 농지법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 상속 등으로 농지의 소유·이용 형태가 크게 달라졌고 농지 관련 정보도 여러 행정자료에 흩어져 있어 실제 이용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현실에 맞게 농지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조사 대상 농지 97% 기본조사·‘위반 의심’ 27%
조사는 두 단계로 진행된다. 올해는 1996년 1월 1일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가 대상이다. 5~7월 진행한 기본조사에서는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농작물재해보험 등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활용해 소유관계와 실제 경작 여부, 시설물 설치·전용, 휴경 여부 등을 확인했다. 7월 29일까지 조사 대상의 97%인 132만㏊, 1013만 필지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쳤다. 전국 공무원 5313명과 민간 조사원 2964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는 284만 필지(30만 2000㏊)로 전체의 27.0%였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11.6%, 불법 전용 9.0%, 소유 제한 위반 1.4% 등이었다. 하나의 농지가 여러 유형에 해당할 수 있어 항목별 비율의 합은 27%를 넘는다.
다만 현시점에서 ‘위반 의심’이 곧 ‘불법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본조사는 행정정보 등을 비교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농지를 골라내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농지대장에는 자경한다고 돼 있지만 관련 행정자료에서 영농 실적이 확인되지 않으면 우선 불법 임대차 의심 농지로 분류될 수 있다.
기본조사에서 선별된 농지는 8월부터 12월까지 심층조사를 받는다. 조사원이 현장을 찾아 실제 농사를 누가 짓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소유자의 소명도 듣는다. 1996년 이전에 취득한 농지는 2027년에 조사한다.
농지법 위반 확인 땐 자진처분 기간 1년 부여
최근 농촌 현장에서는 ‘조사 대상의 27%가 불법 농지로 판정됐다’거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곧바로 농지를 처분해야 한다’는 식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지 가격 하락이나 거래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농지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곧바로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대한 위법이 아니라면 먼저 1년의 자진처분 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유자가 성실하게 경작하고 있다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한 뒤 소멸시킬 수 있다.
이에 정부가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일반적·관행적 위반은 이번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농지법상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조치법을 추진한다. 처분 제외를 추진하는 대상은 ▲상속 농지 ▲고령농·관행적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이 있는 농지 등 5개 유형이다.
이들 유형은 현행 농지법 규정과 맞지 않는 사항이 확인되더라도 이번 조사 결과만으로 처분 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도 관계없이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투기 목적의 농지 취득이나 중대한 불법 전용까지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명백한 투기성 위반에는 소명 절차 등을 거쳐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은 10월 중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고 12월까지 국회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특별조치법으로 일반적·관행적 위반에 따른 처분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이후 농지법을 농촌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10월 8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명백한 투기가 아니라면 이번 조사 결과 때문에 농지를 처분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알아두세요! 농지 전수조사 Q&A
Q 기본조사에서 ‘위반 의심’으로 분류되면 불법 농지인가요.
아닙니다. 기본조사는 행정정보와 항공사진 등을 비교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농지를 선별하는 단계입니다. 현장 확인과 소유자의 소명 등을 거쳐 실제 위반 여부를 판단합니다. 따라서 기본조사에서 나온 ‘27%’는 불법 농지 비율이 아닙니다.
Q 부모에게 상속받은 농지를 다른 사람이 경작하고 있습니다. 처분해야 하나요.
상속농지는 특별조치법을 통해 이번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인 5개 유형 중 하나입니다. 다만 아직 법이 제정된 것은 아니므로 구체적인 적용 요건은 입법 과정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Q 고령이나 질병 때문에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다면 어떻게 하나요.
고령농과 관행적 임대차 농지도 처분 제외를 추진하는 대상에 포함됩니다. 정부는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도록 하고, 농업인이 원하면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나 매도를 선택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Q 농사를 짓지 않고 땅을 놀리고 있으면 모두 ‘무단 휴경’인가요.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곧바로 불법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휴경이 의심되면 심층조사를 통해 실제 이용 상태와 휴경 사유 등을 확인합니다. 정부는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한 경우와 고령·질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 경우를 구분해 살펴본다는 방침입니다.
Q 농지법 위반으로 확인되면 바로 농지를 팔아야 하나요.
위반 의심만으로 곧바로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농지법에는 처분의무 통지와 처분명령 등의 절차가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특별조치법을 통해 상속·고령·관행적 임대차 등 일반적인 사안이 전수조사 결과만으로 처분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반면 명백한 투기성 위반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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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