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게이트 UAE
11월 18일(현지시간)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 오픈AI와 추진 중인 3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UAE’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주요 20개국(G20) 참석을 계기로 중동 순방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 공동선언’을 채택, 인공지능(AI)·반도체·원자력·국방·물·보건·교육·문화 등 8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은 이날 경제효과 추정치도 함께 제시했는데 AI 협력 분야에서만 약 200억 달러(약 29조 4000억 원)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타게이트 UAE’는 무엇이고 이 프로젝트가 본격 실행될 경우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아보겠습니다.
30조 원 스타게이트 UAE 참여하다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최대 5000억 달러(약 71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사업입니다. 미국의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함께 주도하는 사업으로 전 세계 AI 모델을 돌릴 초거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삼성과 SK그룹은 지난달 초 오픈AI 최고경영자인 샘 올트먼이 방한한 것을 계기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번에 UAE 대통령과 함께하기로 합의한 스타게이트 UAE는 이러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중에서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망을 비롯한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초기 투자금만 30조 원가량입니다.
UAE 정부는 수도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5기가와트(GW)급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2026년 2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UAE 기업인 G42가 미국의 오픈AI, 엔비디아,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즈와 협력합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파트너로 참여하고요.
우리나라가 이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하게 되면 에너지·배터리·기후테크·데이터센터 운영 기업 등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축적한 AI 관련 역량을 국가 주도로 해외시장에 확대하는 첫 사례기도 합니다.
반도체·공급망 시장 입지 굳히나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대규모 AI 센터를 건설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원전·가스·재생에너지 등을 함께 활용하는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라면서 “반도체 공급망까지 협력을 확대, 스타트업 기업도 해외 대규모 사업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협력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향후 UAE에 지어질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칩·메모리·서버용 부품 등을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로이터’ 등 외신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초기 공급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죠.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은 UAE를 비롯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신규 시장 공급망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전력망 산업도 ‘새 돌파구’
이번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는 원전·가스·재생에너지 등의 전력 인프라 구축과도 결합돼 있습니다. 초거대 AI데이터센터를 돌리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니까요.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재생에너지 기술이 해외 수출로 연결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 것입니다.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경험이 많은 한국수력원자력과 UAE 바라카 원전 수출을 성공시킨 주체였던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SMR 기술을 갖춘 한화오션, 두산에너빌리티, SK이노베이션, SK E&S, 재생에너지 기술을 갖춘 한화큐셀 같은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 셈입니다.
아울러 스타트업·중소기업 서비스 업체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까지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된 것입니다. 가령 데이터센터 한 기를 건설하려면 냉각기술 업체나 AI 서비스 운영 업체, 보안 솔루션 업체, 물류·항만 자동화 설비 업체의 역량이 모두 필요합니다. 해외로 진출하는 고급 일자리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산업구조 고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한국이 AI 기술의 수입국을 넘어 ‘공급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AI 인프라 공급 국가’로
우리나라는 이번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전력망·데이터센터·AI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초대형 생태계에 국내 기업이 ‘초기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될 테니까요.
이를 통해 전 세계 각국이 추진할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한국의 협상력과 존재감이 높아질 테고요. 앞으로 우리가 AI 기술의 수요국을 넘어 AI 인프라를 설계·공급·운영하는 시대로 진입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