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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냥 가져가도 되나요?”…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 전국 확대

자료 성평등가족부

“진짜 그냥 가져가도 되나요?”
7월 7일 서울 은평구 녹번종합사회복지관 지하 1층 화장실. 공공생리대 지급기 앞에 선 김이슬(30대) 씨가 취재진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나 무료로 공공생리대를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벽 한쪽에 설치된 수동형 지급기는 일반적인 휴지케이스보다 두 배가량 컸다. 안에는 두 개씩 포장된 생리대 18팩이 들어 있었다. 별도의 신청이나 인증 절차 없이 필요한 사람이 직접 꺼내 쓰는 방식이다.
7월 20일부터는 은평구청 본관 1층 화장실에 대형 자동형 지급기가 설치됐다. 최대 170팩까지 들어가는 지급기는 얼핏 음료자판기와 비슷해 보인다. ‘받기’ 버튼을 누르자 생리대 한 팩이 바로 나왔다. 회원가입이나 개인정보 입력은 필요 없었다.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재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음성 안내와 점자 기능도 갖췄다. 1인당 이용 수량에도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필요한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사람이 연속해서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약 20~30초간 수령 간격을 뒀다.

공공생리대 지원 시범사업 시행 첫 날인 7월 6일 서울 광진구 자양3동 주민센터 화장실에서 한 시민이 생리대를 꺼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7월 23일 경기 광명 광명동굴 내부에 설치된 공공생리대 자동지급기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 성평등가족부

생리대는 왜 비싸야 할까
‘모두의 생리대’는 성평등가족부가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생리용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공공생리대 시범사업이다. 주민센터와 공공도서관, 청소년시설 등 공공시설에 생리대를 비치해 필요한 순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범사업은 7월 6일 서울 은평구에서 처음 시작됐다. 현재 서울 은평·광진구를 비롯해 경기 광명·수원시, 충남 서천군, 대전 중구, 전북 정읍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시·북구, 경북 구미시, 경남 거창군, 제주 제주시 등 전국 12개 지역, 500여 곳에 지급기가 순차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수동형 지급기 300대와 자동형 지급기 400대 등 총 700대 규모다. 구체적인 설치 장소는 성평등가족부 누리집(mogef.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공생리대가 정책으로 추진된 배경에는 생리용품 가격 부담이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생리대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5년 119.31로 약 19.31% 올랐다. 영국 런던 민간 연구기관 IBMNC가 발표한 2024년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생리대 가격은 조사 대상 30개국 중 7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부처 업무보고와 올해 1월 국무회의 등에서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한 이후 공공생리대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그동안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구매비용을 지원해왔다. 9~24세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 4000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이 같은 선별지원과 함께 모두의 생리대 사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통해 이용량과 시설별 수요, 재고 관리 효율성 등을 분석한 뒤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재판매도 차단한다. 공공생리대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당근마켓 등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제한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가격 낮추고 품질은 지켰다
공공생리대 사업이 지속되려면 안정적인 공급과 함께 가격과 품질을 모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시범사업에 공급되는 모두의 생리대는 기존 시판 제품을 공공용으로 소포장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이미 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을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였다.
정부가 조달한 생리대는 2개입 소포장 제품으로 최종 입찰 단가는 팩당 약 288원이다. 입찰에서는 ‘깨끗한나라’가 ‘유한킴벌리’와 ‘LG유니참’을 제치고 1순위 적격심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깨끗한나라는 날개형 생리대(중형) 540만 팩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생리대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기획 단계만 짧게는 6~8개월이 걸린다. 흡수체 소재 배합부터 착용감 테스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기능성 검증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깨끗한나라는 이미 식약처의 품질 기준을 통과한 기존 제품을 활용하고 포장 단위만 공공용 2개입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과 단가 부담을 줄였다. 성평등부도 관련 협의 기간 등을 단축하는 등 사업 착수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지원했다.
공급 과정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변수도 있었다. 중동 전쟁 등의 영향으로 생리대 제조에 사용되는 흡수체와 부직포 등 원부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하보영 깨끗한나라 HL사업부장(상무)은 “흡수재와 부착재 등 필수 원자재 매입가가 기존보다 40% 정도 올랐지만 공공사업의 취지를 고려해 조달 단가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의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을 통해 지급되는 공공생리대 제품. 사진 뉴시스

생리대도 ‘휴지’처럼 일상 속으로
사업 초기인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용자에게 사업을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7월 10일 서울 광진구 구의2동 가족센터에 설치된 모두의 생리대 시범사업 현장을 찾아 “지역주민이 사업 내용을 잘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시행 시기와 설치 장소를 상세히 안내해달라”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위생용품인 만큼 품질관리와 훼손, 오염, 이물 등 위생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은평구 시범서비스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은 “급할 때 편의점에서 소포장 제품을 구입했는데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웠다”며 “이제 무상으로 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몇 분 뒤 또 다른 이용자가 지급기 앞에 섰다. 버튼을 누르자 생리대 한 팩이 나왔다. 이름도, 개인정보도 묻지 않았다. 공공화장실의 화장지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듯 생리대도 필요한 순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로 자리 잡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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