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내어촌체험휴양마을
주소 인천 중구 무의동산 189 | 문의 (032)752-5422
인천국제공항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리면 작은 어촌, 인천 중구 포내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로부터 포구 안쪽에 자리해 ‘포내’라 불린 이곳은 2019년 해양수산부의 ‘어촌체험휴양마을 고도화사업(이하 고도화사업)’을 통해 새롭게 단장했다. 갯벌체험장과 실내체험관, 숙박시설이 어우러진 체험형 어촌으로 거듭난 뒤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으로 붐빈다. 고도화사업 이후 체험객 발길이 부쩍 늘어 연평균 약 23.8%가 증가했다.
고도화사업은 어촌마을의 편의시설을 개선해 방문객이 어촌체험과 숙박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특화형 어촌마을’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체험객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마을의 직접소득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총 40개 마을이 참여했으며 해수부는 2025년 대상지로 경기 화성시 백미리마을, 경남 통영시 궁항마을, 경남 거제시 산달도마을, 제주 서귀포시 법환마을을 선정했다. 이들 4개 마을에는 마을당 2년간 총 8억 원이 지원되며, 지난해 해수부가 개발한 어촌체험휴양마을 공동숙박 통합브랜드인 ‘스테이바다70’을 접목해 숙박에 특화된 어촌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조개 맛이 제대로 드는 11월을 앞두고 포내마을을 찾았다.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바다 마을
코끝을 스치는 바다 냄새와 탁 트인 수평선이 마을의 초입을 알렸다. 도심에서 불과 20분 거리지만 이곳의 시간은 훨씬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포내마을의 여정은 ‘워케이션센터’에서 시작된다. 넓은 통유리창을 통해 바다가 펼쳐지는 공유오피스로 일과 여가, 도시와 어촌의 경계를 허물며 ‘창의적 일터’로 확장된 공간이다. 이날은 짙은 안개가 내려 목재 탐방로가 희미했지만 그마저도 운치를 더했다. 널찍한 책상과 10여 대의 데스크톱이 놓인 실내는 사무실을 벗어나 일하기에 충분한 환경이었다. 한쪽에서 화상회의가, 다른 쪽에서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업 연수객부터 개인 여행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과 휴식을 병행한다. 성수기·주말 중심이던 어촌 방문은 비수기와 주중에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센터 한편에는 ‘소라 양초 만들기’, ‘석고 방향제 만들기’ 등 이색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색모래와 조개껍데기로 바다를 닮은 양초를 완성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작품을 들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선반에는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이 만든 소라화분과 조개장식품이 작은 전시처럼 놓여 있었다. 워케이션센터 이용과 체험 프로그램은 포내마을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센터를 나와 2㎞가량 이동하니 하나개해수욕장에 닿았다. 썰물 때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갯벌이 드러나고 바지락과 동죽, 맛조개가 그 아래 숨 쉬고 있다. 장화와 호미, 장갑, 조개망을 챙겨 작은 트럭 위에 올랐다. 어촌계장이 운전대를 잡자 트럭은 천천히 갯벌 중심부로 나아갔다.



조개 캐고 탐방로 걷기
갯벌에 내려서자 발끝이 진흙 속으로 푹 빠지며 묵직한 감촉이 전해졌다. 계장의 시범을 따라 호미로 펄을 뒤집으니 손가락 하나 들어갈 법한 작은 물구멍이 보였다. 그 위에 소금을 한 움큼 뿌리자 보글보글 거품이 일고 조개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재빨리 손을 뻗어 잡는 순간 옆에서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어른이 아이보다 더 신날 때도 있다”는 한 남성은 해마다 이맘때 아이들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한 번 오면 또 오게 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그늘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진흙을 헤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땀이 흘렀다.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누구도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조개 한 줌이라도 더 캐보려는 손길이 바빴다. 돌아가는 트럭 위 체험객들의 손에는 조개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하나개해수욕장을 지나 조금 더 달리자 호룡곡산과 마주했다. 옛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와 용이 싸웠다고 해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해발 200m를 조금 넘는 낮은 산이다. 산림욕장 입구에서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니 정상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오를수록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더 세게 불어왔다. 정상에 서자 인천 앞바다와 포내마을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갯벌 위 점처럼 서 있는 사람들, 붉은 지붕의 숙박시설, 멀리 송도국제신도시까지 이어지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자월도와 영흥도, 인천대교가 차례로 시야에 들어왔고 발아래서는 햇빛을 머금은 갯벌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호룡곡산에서 내려와 남쪽으로 향하니 무의도 해상관광탐방로가 이어졌다. 포내마을 여정의 마지막 코스다. 바다 위로 길게 뻗은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 동안 파도 소리와 바람이 교차하며 귓가를 스쳤다. 탐방로 초입에는 기암괴석과 해안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전망대마다 바다와 마을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썰물 때 드러난 바위틈 사이로 작은 게가 바쁘게 움직인다. 파도와 햇살의 변주가 어촌의 오후를 장식하고 있었다.
탐방로 끝에 닿자 포내마을에서 보낸 하루가 한 장면처럼 겹쳐졌다. 갯벌에서 흙을 뒤집던 손끝의 감촉, 바닷바람에 실린 냄새, 탐방로 위로 번지던 햇살. 워케이션과 갯벌 체험, 해안 탐방로가 어우러진 포내마을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어촌의 일상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고도화사업을 통해 다시 태어난 포내마을이 지속가능한 어촌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근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