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서울 주변 산에 가면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 끝마다 붉은 열매가 10여 개씩 조롱조롱 달려 온통 붉은색으로 보이는 나무가 있다. 팥배나무다.
팥배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지만 남산·안산·북한산 등 서울 주변 산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경계를 이루는 봉산은 팥배나무 군락으로 유명하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5월쯤 꽃이 피는데 꽃잎이 5장이고 새하얀 것이 꼭 배꽃을 닮았다. 잎도 단정하게 생겼다. 달걀 모양 잎에 규칙적인 물결 구조가 있고 10~13쌍의 잎맥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잎과 꽃으로도 구분하기 쉬운 나무이니 눈여겨보면서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새하얀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역시 팥배나무는 요즘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 개씩 붉은 열매를 달고 있을 때가 더욱 좋다. 팥처럼 붉고 작은 열매는 새들의 겨울 양식이다. 이가 없는 새가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다.
새들이 좋아해 숲속 열매 중 가장 먼저 없어지는 열매라고 한다.
그래서 팥배나무 열매가 달려 있을 때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붉은 껍질을 벗겨보면 약간 노란 과육이 있고 길쭉한 씨가 몇 개씩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먹어보면 시큼한 맛 뒤에 단맛도 살짝 따라와 먹을 만하다.
새들이 먹는 것은 사람에게도 해가 없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팥배나무는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말 ‘곶 됴코 여름 하나니(꽃 좋고 열매 많으니)’에 딱 어울리는 나무다. 꽃과 열매가 좋으니 덤으로 벌과 새가 드나드는 것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엔 공원에도 많이 심어놨고 가로수로 심는 곳도 늘고 있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