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박찬규 서울 문백초등학교 교사가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활용 선도학교 서울 문백초등학교
“우리 가족은 집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괌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도착한 다음 날 이파오 해변으로 갔다. 수영도 하고 튜브 보트도 탔다. 다음으로 ‘사랑의 절벽’으로 갔다. 300년 넘게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당한 괌에는 스페인식 건물이 많다. 유럽식으로 지어진 성당 안에도 가보고 코코넛 간식도 먹었다.”
여행지의 모습을 화면에 띄운 채 학생이 발표를 이어간다. 설명이 바뀔 때마다 화면에는 다른 여행지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치 비행기를 탄 채 지상을 내려다보듯 이동하는 과정까지 화면으로 보여줘 실제 여행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책에 있는 평면지도가 아닌 온라인 입체지도를 활용함으로써 발표자는 기억을 떠올려 더욱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고 듣는 이들은 이해가 쉽다. 여러 친구의 여행기를 들으며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서울 문백초등학교 박찬규 교사는 학생들이 여행 경험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구글 어스’를 활용한 수업을 개발했다. 발표에 앞서 학생들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에 접속해 여행과 관련된 퀴즈도 풀었다.
“여정이 뭐죠? 정답에 가서 줄을 서보세요. 감상이란 뭘까요? 줄 섰으면 정답을 확인해볼게요.”
교사의 진행에 따라 학생들은 화면상에서 자신의 아바타(가상인물)를 움직여 정답을 맞힌다. 이후 기행문에 어떤 내용을 쓸지 학생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교사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피드백을 준다. 발표가 끝난 후엔 퀴즈를 통해 배운 기행문의 특징을 바탕으로 기행문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온라인 문서로 정리한 뒤 수업을 마친다.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로 선정된 문백초등학교에서 박찬규 교사와 학생들이 크롬북으로 수업하고 있다.“온라인 교과서 활용 수업은 이제 필수”
박찬규 교사는 “코로나19로 여행을 마음껏 갈 수 없게 돼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기회를 주고 자신의 경험을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자 했다”며 “기행문의 요소인 여정, 견문, 감상을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를 활용해 퀴즈로 학습하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게 했다”고 말했다.
“그 뒤엔 구글 어스를 통해 여행지를 검색해보며 기억을 되살려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죠. 감상문은 온라인 공용 게시판에 올려 서로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했어요. 항상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는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 창구가 만들어진 셈이죠.”
디지털전환 시대를 맞아 이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한 학교 수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원격수업이 일상화되면서 동영상과 이미지, 클라우드서비스,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학습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박 교사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한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6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에 선정됐다. 이에 앞서 문백초는 박 교사의 주도 아래 2020년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2020년 9월부터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온라인 교과서)를 시범적으로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교과서란 최신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해 학생의 흥미와 수준에 맞게 교사가 직접 제작해 활용하는 신개념 교수학습 자료를 뜻한다. 박 교사는 “온라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은 이제 필수”라면서 맞춤형 학습 도구로서 장점을 짚었다.
박 교사는 “기존처럼 교사는 설명하고 학생은 듣는 일방적인 수업은 교사와 학생 모두 힘들다. 온라인 교과서는 학생 중심의 활동이기 때문에 교사가 준비해야 할 게 많지만 학생에게는 맞춤형 학습 도구로서 최고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협업과 탐색, 토의·토론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고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 데도 좋아요. 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학생들에게 최신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어요. 코로나19 등으로 갑자기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학생도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편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죠.”
▶‘온라인 콘텐츠활용 교과서 선도학교’로 선정된 문백초등학교에서 박찬규 교사와 학생들이 크롬북으로 수업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퀴즈 풀고 댓글로 토론하고
박 교사는 구글 어스와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 외에 ‘온책읽기’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의 독서 의욕이 떨어지자 책 한 권을 온전히 읽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활동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책의 일정 부분을 배정하면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에서 질문 3~5개를 퀴즈 형식으로 만들어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다. 친구들은 정답을 댓글로 달고 퀴즈 문항이 좋으면 하트 표시를 누른다. 수업 시간에는 퀴즈를 함께 풀며 댓글을 제일 먼저 단 학생이나 답을 맞힌 학생이 누구인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자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고 독서 의욕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 교사는 “온라인 콘텐츠 수업에서는 모든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시간으로 협력·소통할 수 있다. 특히 평소 소극적이거나 목소리가 작은 학생도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콘텐츠 활용 수업이 활발한 건 디지털 환경이 잘 구축된 덕분이기도 하다. 문백초는 2020년부터 5·6학년 학생 전원에게 개인용 노트북인 크롬북을 지급했다. 또 교내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기반시설(인프라)을 갖추고 수십 대의 크롬북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허브데크도 설치했다.
기존에는 학생들이 개인 휴대전화나 노트북, 태블릿피시(PC)를 가지고 수업에 참여했는데 기기별로 프로그램 접속 방식이 서로 다르거나 특정 기기에선 앱이 작동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지금은 모든 학생이 같은 기기를 사용하면서 이런 불편이 사라졌다.
6학년 박서우 학생은 “처음엔 크롬북 다루는 게 서툴렀는데 자주 사용하다 보니 지금은 공책처럼 편해졌다. 필요한 자료도 바로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같은 학년 서문다빈 학생은 “휴대전화는 화면이 작아서 보기 힘들었는데 크롬북은 화면이 크다. 무선인터넷 덕분에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친구들과 같은 기기를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박찬규 교사는 “온라인수업은 학생 맞춤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제와 토론을 할 수 있는 참여형 수업”이라고 말했다.‘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우선돼야
학습 효과와 흥미 요소를 두루 갖춘 온라인 교과서는 이제 원격수업뿐만 아니라 등교수업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반면 온라인교육에 대한 일각의 우려도 여전히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 교사는 디지털경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온라인 교과 수업을 하기 전부터 유튜브나 틱톡 같은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되고 있지만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눈은 부족하다”며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보가 유익한지, 유해한지 구분하고 절대 보면 안 되는 채널을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온라인수업을 단순히 실시간 비대면 수업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학생 맞춤형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제와 토론 등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참여형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지식 습득은 물론 발표력을 키우고 예의 있게 말하는 법, 상처 주지 않는 대화법 등 온라인 매너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죠. 앞으로 디지털 도구를 쓰지 않고 살아갈 순 없어요. 따라서 학교교육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접하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하려고 합니다. 학습용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글씨를 크게 하고 쉬는 시간에는 온라인 활동을 제한하는 등 여러 여건이 같이 변화할 때 건강한 온라인 학습 환경이 만들어질 겁니다.”
글 조윤 기자, 사진 문백초등학교

온라인 콘텐츠 활용해 학생 맞춤형 수업 지원
교육부는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을 강화한 학생 맞춤형 수업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9월부터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를 선도학교에서 시범적으로 개발·활용하고 있다. 2021년 1학기 기준 전국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는 836개교로 그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통해 2021년 초·중등학교 전체 교실 약 20만 곳에 고성능 무선망을 구축하고 노후 컴퓨터와 노트북 20만 대를 교체했다. 또 수업 활동 유형에 따른 교과서 시안 220종을 개발해 선도학교 교사들에게 공개했다.
이어 2021년 12월 ‘2021학년도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우수 수업사례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하고 총 30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입상작은 에듀넷·티클리어 누리집과 선도학교 교원 밴드 등에 게시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이상수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가 미래 지능정보사회의 새로운 교수학습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수 수업 사례 발굴, 교원 역량 강화 연수, 다양한 예시 자료 개발 등 현장 지원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