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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 보고 인사 나눠 “행복해요” 단톡방 실시간 질의응답에 ‘바쁘다 바빠’
▶4월 9일 인천시 서구 초은고등학교에서 오승주 교사(오른쪽)가 ‘과학 과제 연구’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옆에 앉은 강병진 교사는 학생들의 실시간 질문글에 답변하는 등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온라인 개학 모범 현장 가보니
“현수 안녕. 아현이 왔고 수아 왔고, 태희는 들어왔는데 ‘음소거’로 되어 있구나. 마이크 켜봐.”
4월 9일 인천시 서구 초은고등학교 2층 교실에서는 오승주 교사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학생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선택과목인 ‘과학 과제 연구’의 첫 수업이었다. 화면 속 학생들은 각자의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오 교사는 미리 카카오톡에 단체대화방(단톡방)을 만들어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 13명을 초대했고,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다양한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기반 서비스)인 줌(Zoom)의 주소와 비밀번호를 공유했다.
온라인 개학 소감 묻자 “행복해요” 까르르
“얘들아, 오늘부터 온라인 개학했는데 어때? 행복하다고? 너무 감정 없는 얘기 아니니?”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왔다. “오늘은 여러분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따라 모둠을 나눠볼까 합니다. 우선 연구 대상을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오 교사의 말이 끝나자 뒤에 있던 스마트 칠판에 ‘1. 연구 대상 선정할 때 고려할 사항’이 나타났다. “여러분, 칠판 잘 보이나요?”라는 물음에 “화질이 안 좋다”던 학생들은 스마트 칠판 쪽으로 휴대전화 위치를 옮기자 “잘 보여요”라고 답했다.
“학생들이 하기 쉬운 실수 가운데 하나가 연구하기 쉬운 주제를 짜야 수월하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본인이 관심 없는데 쉬운 주제를 선정했다가는 나중에 좋은 결과를 보기 힘듭니다.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종이에다 단어로 적어보세요. 막막할 테니까 선생님이 예시를 적어놓았어요.”
스마트 칠판의 화면이 ‘2. 연구 대상 구체화하기’로 바뀌었다. 각 과학 분야마다 학생들이 관심 가질 만한 주제가 나열되어 있었다. 과학은 육상식물, 수중 생물, 환경문제, 광합성, 이산화탄소 저감 등, 화학은 마이크로 물질, 나노 화학, 신소재, 수질 환경, 물질의 분석 등, 물리는 유체, 신재생, 발전기, 풍력, 수력, 소수력 구조, 수차 등이었다.
“어제 선생님이 관심 있는 분야를 생각해보고 교과서와 참고서도 가지고 오라고 했죠? 그것 찾아봐도 됩니다. 화학이랑 생물이랑 합쳐도 괜찮습니다. 요즘은 융합 과학적 시대이기 때문에 합친 거 상관없습니다. 다 적으면 종이를 들어 선생님에게 보이면 됩니다.”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앞서 오승주 교사(오른쪽)와 임정은 교생이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점검하고 있다. 얼굴 크게 잡힐까 목소리 낮추고 타이핑만
모니터 화면에는 학생들이 각자 교과서나 참고서를 뒤져보며 종이에 적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는 줌의 메시지 입력창에 질문을 입력하기도 하고, 카카오톡 단톡방에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 옆에 앉은 강병진 교사가 읽고 일일이 답변했다. 오 교사는 기자에게 “줌의 특징이 목소리를 내면 그 사람의 얼굴이 큰 화면에 잡히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목소리를 내지 않고 대부분 자판에 입력하고 있다. 밖에서 보기엔 아무도 얘기를 안 하는 것 같지만 메시지는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질문에는 다른 과학 선생님이 대신 답변하면서 수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관심 분야를 범주화한 오 교사는 같은 범주에 속한 3~4명씩 4개의 모둠을 구성했다. “선생님 마음 같아서는 한 명씩 연구하라 하고 싶은데 3학년에게 부담이 너무 클 것 같아 3~4명씩 구성했습니다. 모둠별 점수가 있지만 개인별 점수도 있고, 생활기록부에도 들어가는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모둠에서 주제에 대한 의견이 다를 경우엔 한두 명씩 연구해도 괜찮습니다.”
모둠을 구성한 ‘과학 과제 연구’는 앞으로 콘텐츠 활용 강의와 모둠별 과제 수행을 적절히 혼합해 진행하게 된다. “오늘 온라인 개학 첫날인데다 실시간 방송까지 해서 힘들었을 텐데 감사합니다. 그러면 여러분 안녕~.” 학생들이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했지만 모니터 화면에는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이제 줌에서 나가도 됩니다. 어떻게 나가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자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수업이 끝난 뒤 오 교사는 “교사도 새로운 플랫폼을 익혀야 하지만 학생들이 익혀야 하는데, 서로 만나지 않는 상태에서 새 플랫폼을 알려주기 쉽지 않다”며 “선택과목이라 학생 수가 13명으로 적어서 같이 단톡방도 만들고 소통할 수 있으니까 실시간 수업이 가능하지, 학생 수가 많은 수업에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앞서 강병진·오승주 교사와 임정은 교생(왼쪽부터)이 학생들의 줌(Zoom) 접속을 돕고 있다.선택과목 중심으로 20%만 실시간 수업
홍지연 교감은 “고3 수업 가운데 과학(물리2), 사회(토론), 예체능(연극) 등 선택과목을 중심으로 약 20%만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수과목 등 다른 수업들은 교사들이 미리 콘텐츠 영상을 만들어 올리거나 ‘EBS 온라인 클래스’와 연계한 학습 활동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이들 콘텐츠를 보며 학습 활동을 한 뒤 제시받은 과제를 수행하면 교사들이 다시 확인하는 식으로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초은고는 개학이 연기된 3월 초 포털사이트 카페에 ‘초은고 사이버학교’를 개설하고, 주당 학습계획과 일일 학습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교사들은 사이버학교를 통해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올린 과제를 확인하는 식으로 학습을 이어왔다.
배경자 교장은 개학일인 4월 9일 아침 사이버학교에 인사말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개학식을 대신했다.
이 영상에서 배 교장은 “앞으로 학교는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 두 개의 모습을 지니게 된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잘 적응하고 미래를 이끌어가는 여러분이 되기를 소망한다”며 “행여 온라인 학습이라고 방학의 연장선으로 생각해서 조금 게을리하는 학생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데, 온라인 개학도 정규 개학과 동일하게 운영된다는 점 유념해서 성실하게 수업에 임해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좋은 학습 태도가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수백만 동시접속 어떻게 가능했나
온라인 개학 전 비상 체제 가동하고 서버 크게 늘려 트래픽 과부하 낮춰
4월 9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생들이 한꺼번에 접속하면 통신망과 서버의 소통량(트래픽) 과부하로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온라인 개학 첫날, 통합 로그인 과정에서 일부 ‘병목현상’이 발생했지만 원격 수업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정부는 온라인 개학에 앞서 통신망 긴급 점검 및 서버 증설 등을 마쳤다. 우선 학생들이 접속해 수업을 진행할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의 동시접속 인원을 300만 명 수준으로 늘렸다. EBS 온라인 클래스는 교사가 EBS 콘텐츠 등으로 강의를 구성하도록 지원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이다. 기존에는 150만여 명이 동시접속할 수 있었다.
교육 콘텐츠를 보거나 온라인 학급방을 운영할 수 있는 e학습터의 기존 동시접속자 용량은 80만 명 수준이었다. 중·고등학교는 EBS 온라인 클래스를 주로 이용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일부는 e학습터를 많이 쓴다. 2019년 기준 국내 중학교 3학년 학생 수는 44만여 명,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수는 50만여 명으로 모두 94만여 명인 점을 고려할 때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 모두 충분한 동시접속 용량이다.
4월 16일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중고등학교 저학년까지 ‘2단계 개학’으로 해당 학년 학생 수는 모두 448만여 명이 돼 교육부가 증설한 서버 용량을 넘지만 “모든 학생이 동시접속을 하는 것이 아니며 교과별, 지도교사별 교육과정(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에 서버 용량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교육부 판단이다. 교육부는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과 함께 비상 점검(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시스템 운영에 문제가 있는지 집중 관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통신 3사, 클라우드 포털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EBS에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서비스를 제공하는 SK브로드밴드는 EBS 콘텐츠 다시보기(VOD) 서비스에 접속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CDN 수용 용량을 기존 1테라바이트(TB)급에서 2테라바이트로 두 배 증설했다. 과기정통부는 SK브로드밴드의 VOD 전송 용량을 늘리고 다른 통신사가 SK브로드밴드에 접속해 VOD를 제공하는 교환회선(IX) 용량도 확대해 EBS 콘텐츠를 방송하는 데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업계는 온라인 개학을 3단계에 걸쳐 순차적으로 하는 데다 학습 플랫폼을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 말고도 위두랑, 구글 클래스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TV 등으로 다양하게 분산한 점이 트래픽 과부하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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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