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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길어지며 중요성 커진 ‘심리 방역’ “우리의 적은 감염병이지 감염자가 아냐”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국립정신건강센터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인터뷰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세요.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세요.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세요.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세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리 서로를 응원해주세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감염병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심리적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발표한 10가지 마음건강 지침이다. 개인에 대한 혐오는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오히려 숨게 만들어 방역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인신공격과 신상 노출이 2차 트라우마(사고 후유 정신장애)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편견과 인신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을 인터뷰했다.

심리적 안정감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는 어떤 일을 하나?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업무를 네다섯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난 시 지침을 개발하고, 재난 심리지원과 협력체계 구축, 연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난이 없을 때는 표준적인 지침을 만드는 등 재난 시에 있을 재난 심리지원을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재난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 이들 중 일부는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이들에 대한 치료를 진행한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과 같은 재난 시에는 이런 상황을 총괄하면서 뛰어들기도 하고, 저희가 개발한 지침이나 인력, 기술적인 부분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만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그리고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물리적인 안전, 즉 감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 해도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다. 심리적 안정감, 자기 효능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본인이 하던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법 등을 활용하면 좋다. 긍정적인 스트레스 대처 방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어 있다면 잘 환기해 건강한 쪽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구하고 이를 잘 받아들이면서 규칙적인 생활, 나에 대한 조절감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이나 중독적인 것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분노, 불안 같은 감정에 한없이 빠져들지 않아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적당한 선에서 규범이나 규제가 있어야 하고 격리 생활을 어긴 사람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겠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이런 개인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해야 한다. 특별히 감염되거나 격리된 이들에 대한 혐오, 낙인이 씌워지지 않게 보호 작용을 해야 한다.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연결감이 필요
-확진자들은 개인정보 노출로 인해 억측과 비난 등 심적 고통을 호소한다. 이들의 트라우마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확진자에 대해 이웃은 어떻게 반응하는 게 맞을까?
=우리는 경청을 1순위로 한다. 확진자들이 낙인으로 인해 불안이나 분노를 느끼기도 하지만 개인이 겪는 주관적 경험은 다 다르다. 그의 경험을,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경청을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누군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통에 공감하려 한다는 것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감정이 가라앉고 스스로 얘기하면서 정리가 되기도 한다. 분노를 폭발했다가도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구나,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상담을 하는 대상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비슷한 감정을 호소한다고 말하면 그 이야기만으로 안심하기도 한다. 건강하게 자기를 잘 조절하는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거나 조절을 못하는 것에 대해 ‘내가 이상하다, 나는 망가졌고 너무 부족하다’ 같은 자괴감에 빠질 수 있는데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지금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되는 이들도 있는데, 문제를 구체화하고 쪼개서 보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성취를 경험하고 조절감도 되찾고 효능감을 끌어올리는 것, 차곡차곡 앞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주는 거다. 우리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고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일깨워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또 감염병이다 보니 신체적인 부분에 민감하다. 달아오르면서 열감이 느껴져 불안해지기도 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든지 가슴이 답답해지면 공포를 느낀다. 이때 신체적으로 이완하도록 돕는다. 특히 센터나 시설에 고립되어 있을 때는 마음이 산만해진다. 몸은 고립되어 있지만 정신은 쓸데없이 미래로 갔다, 과거로 갔다 하면서 내가 발을 디딘 곳은 현재인데 마음이 산만해지는 것이다. 그러지 않을 수 있게,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한 가지 꼽으라면 사회적 지지, 연결감이 필요하다. 저희를 통해 연결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지지 체계가 필요하다. 믿을 만한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감염병으로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차마 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강하게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병 스트레스의 증상은 무엇인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불안이나 공포다. 내가 감염될 수 있고 전염시킬 수 있으며, 건강이나 생명의 위협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이 대표적이다. 분노감도 있다. 감염된 경우에 대한 분노, 이 질환의 관리 체계에 대한 분노, 내게 낙인을 씌우는 이웃이나 내가 속했던 직장이나 사람들에 대한 분노, 여러 차원에서 분노로 나타난다.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는 무력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벗어날 수 없다는 감정이다.

-세월호 사고 등 대규모 재난과 달리 감염병이 트라우마가 되는 과정의 특이점이라면 무엇일까?
=일반적인 사회 재난, 위기 상황과 다르다. 감염병에서 정말 특수한 부분이 뭐냐면, 일반 재난에서 나타나는 ‘허니문 기간’이 없다는 점이다. 충격이 쾅, 왔다고 해서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기가 온다.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쏟아지는 시기가 있다. 여기저기서 돕겠다는 분위기가 있어 금방 일어설 것 같은 허니문 기간이 있고 그 후에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이런 것들이 잘 작동하지 않는구나’ 느끼며 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시기가 있다. 그런데 감염병은 모두가 두려워하기 때문에 허니문 기간이 없다. 사회 재난의 경우에는 1차 피해자가 명확하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1차 피해자는 학생들, 유가족이었다. 그러나 감염병에서는 누구나 1차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확진된 사람으로 인해 내가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시기가 초반에 나타나지 않는다. 감염병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재난의 1차 피해자를 금기시하고 비난의 시기로 접어든다. 1차 피해자가 바로 2차 피해로 넘어가는 것이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비난에 2차 트라우마가 얹어지는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심리지원 대책회의에 참석한 의료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만드는 안전한 사회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현 코로나19 사태에서 사망자 유가족의 심리 상담을 맡고 있다. 두 감염병으로 인한 유가족의 반응에 차이가 있나?
=유가족의 반응은 별 차이가 없다. 유가족은 공통적으로 본인이 격리되거나 확진되기도 한다. 고인에 대한 슬픔에 더해 자신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또 다른 가족을 잃지 않을까 공포를 경험하게 되고, 가족을 보내는 데 있어서도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임종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죄책감이 든다. 충분한 의식을 통해 애도가 이뤄지는데 그것이 잘 진행되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내 가족의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날 건강하게 두 발로 입원하러 갔는데 급속히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사망하면 상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내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애도를 진행하는 이 모든 과정에 어려움이 있다.

-중국 우한 교민들이 격리된 아산, 진천 시설에서 심리지원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격리 시설에 대한 심리지원은 처음 시행됐다. 대면에 제한적이라서 전화를 통해 개별 상담이 이뤄졌고 전체적인 심리지원은 주로 방송을 이용해서 정신건강, 스트레스 해소하는 법, 낙인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진행했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개발한 지침, 평가지가 있어 나눠주기도 했다. 평가지를 배부하고 정신건강 평가에서 고위험군으로 나타난 이에게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 전체적으로는 정상군이라 해도 격리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가 없다. 누구에게나 처음 겪는 낯선 환경이기 때문이다.
심 부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우리의 적은 감염병이지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기에 같은 편에 상처를 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러스는 남녀노소, 지역, 국가를 가리지 않는다. 확진자 중 누구도 자신이 감염병 피해자가 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우리 중  누구도 감염병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비난과 차별, 혐오의 말을 내뱉기 전에 그 대상이 나 또는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회복을 기원하는 따뜻한 응원 한마디가 이 사회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다.”

박유리 기자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건강 지침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입니다.
과도한 불안은 우리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만들고 몸과 마음을 소진시켜 면역력에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세요.
불확실한 정보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더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합니다. 뉴스를 백번 본다고 내게 필요한 정보를 백번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에 대한 혐오는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숨게 만들어 방역에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우리의 적은 감염병이지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닙니다.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세요.
전염병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안과 긴장은 타당한 반응이지만 과도한 두려움이나 공포감, 특히 불면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확실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세요.
신종 전염병은 많은 것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활동으로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족과 친구, 동료와 소통을 지속하세요.
감염 위기 상황에서는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외로움, 소외감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화상전화, 전자우편 등을 이용해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유지하세요.
긍정적 감정과 행동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주위 사람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일 수 있습니다. 편지를 쓰거나 매일 일기나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세요.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가벼운 운동을 통해 활력을 유지하세요. 특히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깨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코로나19는 고령자, 만성질환자, 장애인에겐 높은 위험을 보입니다. 주변의 취약한 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십시오. 남을 돕는 행동이 나의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 서로를 응원해주세요.
모두가 힘든 시기를 이기는 힘은 사회적인 신뢰와 연대감입니다. 악성 댓글 대신 감사의 글과 응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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