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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 본격화 분양가격 20~25%로 내집 마련

▶게티이미지뱅크

일반분양 주택과 공공임대 주택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주택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도심에 머지않아 등장한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과 무주택 서민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지분형 주택) 공급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분형 주택이란, 공공분양 주택의 토지·건물 소유지분 가운데 최초에는 일정 부분만 내고 입주한 다음에 장기간 공동소유 및 임차인 자격으로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순차적으로 늘려 최종 100%까지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 공급 방식이다.
정부는 8월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에서 지분형 주택 도입 계획을 발표한 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체적인 사업 시행 방안을 논의해왔다. 정부는 태스크포스의 중간 협의 결과가 나옴에 따라 이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10월 28일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실수요자 선호 지역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
정부는 지분형 주택의 공급 지역과 관련해, 주택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소유 부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재개발과 재건축 같은 도시정비사업의 기부채납분 등에서 지분형 주택 공급 모델을 먼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서울 중심의 수도권 주택 공급 일정을 감안할 때 2023년부터 지분형 주택의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 “최초 분양 때 토지·건물 지분의 20~25%만을 취득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매 4년마다 10~15%씩 균등하게 나누어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20~30년 후 주택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분양가 5억 원짜리 아파트에 최초 지분 취득 자금으로 1억~1억 2500만 원을 내면 곧바로 새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셈이다. 입주자가 취득한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에 대한 소유권은 공공분양 사업자가 갖는다. LH와 SH는 따로 부동산신탁회사(리츠)를 만들어 공공지분을 관리하고, 입주자는 이 지분에 대해 거주하는 동안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임대료는 입주자가 지분을 점차 늘려갈수록 더 떨어지는 구조로 설계된다. 정부는 지분형 주택의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분형 주택은 청약 당첨 뒤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입주 시점까지 마련해야 하는 현행 분양제도와 달리 초기 구입 비용 부담이 적다는 게 큰 장점이다. 정부가 서울 도심권에서부터 지분형 주택을 선보이기로 한 만큼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칫 ‘로또 분양’과 같은 청약 과열을 부를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20년 동안 전매 제한과 실거주 요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지분형 주택도 기본적인 재산권은 보장된다.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고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지분을 매각해 매매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매매 차익은 지분 비율대로 소유자와 공공기관이 나눠야 하고, ‘정상가격’을 벗어난 매매도 불가능하다. 만약 20~30년 거주 뒤 지분 100%를 전부 취득한 상태라면 주변 시세대로 팔아도 된다. 하지만 지분 전체를 취득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공동지분 소유권자인 공공기관의 동의를 받아야만 처분이 가능하다.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시세보다 싸게 넘긴다든지, 시세 차익을 얻으려고 금액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정부는 한국감정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시세정보를 기초로 정상가격의 인정 범위가 설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장기간 전매 제한과 실거주 요건 부여
지분형 주택의 세부적인 분양 방식과 청약 자격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와 SH가 자체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설정한 예시만 나온 상태다. 서울시는 공공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오는 2028년까지 지분형 주택 1만 7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2020년 8월 초 발표한 바 있다. 산하기관인 SH는 ‘연리지홈’이라는 지분형 주택 전용 상표까지 내놓았다. 서울시와 SH는 지분형 주택 입주자 선정 기준과 관련해, ‘공공임대보다는 높고 일반분양보다는 낮은’ 소득 요건을 제시했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수준을 10분위로 나눌 때 공공임대는 하위 1~4분위, 일반분양은 상위 7분위 이상이 핵심 수요층이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있는 5~6분위 계층을 대상으로 지분형 주택을 집중 공급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도시근로자 가구 월평균 소득의 130% 이하(맞벌이는 140% 이하), 부동산 자산 2억 1550만 원 이하 등을 우선순위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또 전체 공급 물량의 70%를 신혼부부와 생애 최초 주택구입 등 특별공급 대상에게 배정되도록 설계했다. 서울시의 지분형 주택 공급 예시는 무주택 3040 세대에 내집 마련의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3040 세대는 기존 주택을 구입하기에는 자금력이 취약하고, 현행 분양주택 청약에서는 가점이 낮아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 밀리는 연령층이다.
지분형 주택 공급의 법적 근거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다. 좀 더 세부적인 공급 규모와 분양 일정, 지분 취득 방식과 기간, 입주자 선정 기준과 절차 등은 하위 법령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2020년 중으로 지분형 주택 공급 사업에 필요한 법령 재·개정과 재원 마련 방안 등 후속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공공주택 공급에서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자가거주자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자산형성의 기회까지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적 목표이다. 지분형 주택은 향후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새로운 공급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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