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문재인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최우선 핵심 과제로 선정해 추진 중에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운영한 정책 홍보 누리집인 ‘문재인 1번가’에서 10만 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은 공약 중 하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직영시설인 서울요양원을 찾았다.
휠체어를 탄 노인 수십여 명이 서울요양원 4층 강당을 가득 메웠다. 중고등학생 10여 명이 무대 위로 올라가 악기를 꺼내 들고 공연을 시작했다.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들이 하나의 선율로 어우러져 강당에 울려 퍼졌다. ‘아리랑’, ‘고향의 봄’ 등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곡이 연주됐다. 곡에 따라 노인들은 환하게 웃다가 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강당에는 박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강당에 모인 노인들은 치매환자들이다.
이날 치매환자를 위해 공연을 한 학생들은 ‘아름다운 음악 봉사단’의 단원들이다. 공연을 마친 서울 단대부고 1학년 이윤석 학생은 “음악을 통해 어르신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돼서 뿌듯하다”면서 “치매환자가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이정선 씨는 “치매노인을 와서 만나보니 남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치매는 특히 가족 모두가 고통받는 질병이다. 정부가 나서서 치매환자를 돌보겠다는 정책은 분명 필요하고 또 좋은 결실을 맺을 것 같다”고 말했다.
2층으로 내려가자 가정집처럼 방과 거실로 꾸며진 공간이 보였다. 방 안에는 치매환자들이 모여 종이접기를 하거나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이곳은 치매전담실로 장기요양 2∼5등급자 중 치매가 있고 거동이 가능한 노인만 이용할 수 있다. 거실 벽면에는 미술치료,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힌 8월 일정표가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한 환자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말 만족스럽다”면서 “생활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 도우면서 힘을 낸다. 이런 시설이 많이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6월 2일 ‘치매, 이제 국가가 책임지겠습니다’ 행사를 위해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화분 만들기를 하고 있다. ⓒ연합

▶ 8월 8일 서울 강남구 서울요양원에서 치매환자들을 위해 ‘아름다운 음악 봉사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치매는 가족 모두가 고통받는 질병
2014년 11월 문을 연 서울요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 520번지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요양원을 지었다. 이곳 환자 150명 중 약 80%가 치매를 앓고 있다. 국공립 요양원은 최신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 높은 서비스의 질을 이유로 선호도가 높다. 요양보호사들의 근무 여건도 좋은 편이다. 정원 150명인 이곳에는 요양보호사 76명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요양원 모옥래 팀장은 “요양보호사들이 원예치료, 실버체조,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환자의 정서안정과 인지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치매는 무엇보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질병”이라고 말했다.
국내 치매환자는 최근 5년간 매년 11.7%씩 늘고 있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는 7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노인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환자인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치매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서고, 이어 2041년엔 200만 명, 2050년에는 27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치매환자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들을 부양하고 보호해야 하는 가족의 고충도 상당히 크다.
전국 252개소 치매안심센터 구축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일 서울요양원을 찾아 치매환자와 가족, 관련업 종사자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 가운데 하나가 치매라고 생각한다.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감당하기 힘든 병”이라며 “이제는 치매환자를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 환자 및 가족, 종사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치매와 관련한 본인 건강보험 부담률 10% 이내로 감소하고 보험급여 확대,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치매안심센터 확대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기 위해 2023억 원을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시켰다. 전국 시군구 252개소에 치매안심센터를 구축하고, 치매안심병원도 현 34개소에서 79개소로 2배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치매안심센터 전담사례관리사 등 관련 일자리 5125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
치매는 노화 과정의 일부라는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증상의 악화를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 전국 보건소에서 만 60세 이상 어르신은 치매검사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으니 치매가 의심된다면 받아보는 게 좋다. 치매는 가족 모두가 고통받을 수 있는 질병이다. 서울요양원에서는 치매 어르신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 인지 기능이 유지되고 문제 행동이 개선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치매 책임국가제’는 고령사회를 대비해 노인의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정책은 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맞춤형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많은 질병 가운데 왜 하필 치매를 책임지겠다고 했을까? 치매는 누구든지 걸릴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치매를 책임진다는 의미는 노인뿐만 아니라 미래에 노인이 될 젊은 세대의 삶도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표준모델 기관이 된다는 목표로 제도 개선 및 과제 해결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치매는 가족만 떠안기에는 버거운 과제가 돼버렸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국민의 미래가 보장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해본다.

박해구(57·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장)
김태형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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