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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볼모 잡는 누리과정 혼란 막아야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논란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월 3일 기준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 현황을 살펴보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곳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서울 1곳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곳은 서울, 경기, 광주, 전북, 강원 등 5곳이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곳도 대구, 대전, 울산, 경북, 충남, 세종 등 6곳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서울·광주 등 5곳
예산편성 거부는 정치적 이익 추구 혐의

당초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은 7곳(서울, 경기, 광주, 전남, 세종, 강원, 전북)이었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편성 촉구로 세종과 전남은 예산 편성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이 많아 학부모와 보육교사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다.

 

 

어린이집아이들

▶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수업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다섯 살 아들을 둔 주부 이모 씨는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논란이 이렇게 오래 해결이 안 될 줄 몰랐다"면서 "당장 내일이라도 어린이집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해 보육비를 학부모가 내야 한다'고 이야기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씨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정치적인 희생양이 된 느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고 갈 아이들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들의 이 같은 분노와 실망에도 일부 교육청은 여전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 경기, 부산, 광주 등 전국 14개 시·도교육감들은 2월 3일 서울교육청에서 긴급대책회의를 가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약속이며 국책사업인 누리과정 공약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범사회적 협의기구 구성을 통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시·도교육감들의 이 같은 태도에 교육부는 학부모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도교육청이 하루빨리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월 3일 시·도교육감들의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현행 법령상 당연한 의무사항인 누리과정 지원은 이행하지 않고, 범사회적 협의기구 구성 등을 운운하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교육감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처사로서 학부모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리과정은 도입과 확대 당시 교육감들도 환영을 표한 것으로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를 거쳐 시행돼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누리과정은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그 재원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총리는 "교육감들은 아이들의 교육권을 볼모로 정치적 이익 추구로 이해될 수 있는 행동을 중단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차별 없이 전액 편성해 교육 현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누리과정은 교육청의 법정 예산편성 사업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 용인되지 말아야

보육대란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높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악화일로를 걷는 중앙-지자체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누리과정 논란의 해법을 모색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및 보육대란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을 하나도 편성하지 않은 곳의 예결위 및 본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이 누리과정 전액 삭감 수정안을 주도해 통과시킨 것으로 파악됐다"며 "전액 삭감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예비비의 내부유보금으로 묶어놓으면서 보육대란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이들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아이들과 학부모, 유치원, 어린이집을 볼모로 정치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정수 교수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문제는 세출 권한과 세입 의무의 비대칭에 있다"며 "지출 권한은 있는데 이에 필요한 세입을 부담해야 할 의무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간과 정부 간에 교육, 복지, 산업 진흥 지원 등 역할을 분명히 하고 그 기초 위에서 중앙과 지방의 역할을 구분해, 이에 따라 세입 부담과 세출 권한을 동시에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정부가 국고보조금을 줄이고, 재정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자체 재원이나 지방세로 살림을 해결해나가는 지자체의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동국대 법학과 김상겸 교수 역시 "누리과정 예산은 2012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편성·집행돼왔는데, 2015년 10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2016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의 법정 예산 편성 사업인데 교육감협의회에서 이를 편성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교육감협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유는 2015년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39조가 개정되면서 의무 지출의 범위에 누리 교육·보육과정 지원비가 추가된 것에 반발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청의 권한이 됐다"며 "만약 이러한 실정법에 문제가 있다면 권한쟁의나 기관쟁송 등 분쟁 해결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지, 예산 편성조차 하지 않고 국민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2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일부 시·도교육청의 위법한 행태를 더이상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2월 2일 국무회의에서 누리과정에 우회 지원할 수 있는 목적예비비 3000억 원 지출을 의결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시·도교육청에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 김민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 0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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