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서울에 살고 있는 김상진(36) 씨는 최근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둘째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던 아내가 복직하게 되면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성 입장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회사와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였고, 수입이 줄어들어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김 씨의 육아휴직은 가정을 위해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사와 육아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었고 삶의 소소한 기쁨도 느꼈다. 김 씨는 "네 살인 첫째와 7개월 된 둘째를 키우면서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게 매우 행복했다"면서 "많은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들이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등에 대한 정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영유아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DB
국민의 74.2%가 ‘정부의 일·가정 양립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11월 21일 발표한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한 국민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4.2%가 "일·가정 양립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그동안 일·가정 양립 정착을 위해 보육·돌봄의 효과성 제고, 모성보호제도 활성화, 여성 고용의 질 개선과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해왔다"면서 "그 결과 육아휴직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여성 고용률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경력단절여성의 규모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경력단절여성의 규모 점차 감소 추세
일·가정 양립 정착 돕는 기업문화 조성 시급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10일부터 30일까지 일·가정 양립 정책의 인지도, 필요도, 효과 등 전반적인 체감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90.5%, 정책 개별의 효과에 대한 응답은 92.1%, 일·가정 양립 정책 전반의 효과에 대한 응답은 74.2%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특성을 살펴보면 일·가정 양립 정책의 인지도는 가구의 소득이 높고 정규직일 경우 더 높았다. 정책의 필요도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높게 인식했으며, 정책의 효과는 영유아 자녀를 둔 가구 및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국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가정 양립제도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의 정착(32.5%)’, ‘가족 친화 경영 확산(31.3%)’, ‘돌봄서비스 확충(18.4%)’, ‘남성들의 육아 참여 활성화(17.2%)’ 순으로 조사됐다.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직장 내 분위기(68.8%)’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수입이 줄어드는 데 따른 ‘경제적인 부담(20.6%)’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일·가정 양립제도의 확산을 위해 ‘사업주의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 일·가정 양립제도 정착을 돕는 기업문화의 조성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제도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었으며, 최근 정부가 주력하고 있는 남성의 육아휴직 활성화 정책에 대한 인지도 역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로자가 시간과 장소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에 대한 필요성과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률도 높아 유연근무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경제단체 등과 함께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회’ 및 ‘여성 인재 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TF’를 구성·운영하고,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되도록 캠페인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여가부는 "앞으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육아휴직 지원금을 인상하는 한편, 대체인력 채용 지원 서비스를 강화해 일·가정 양립제도의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유아 돌봄서비스 관련 정책 관심 높아
정부, 일·가정 양립 선순환 체계 구축할 것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영유아 돌봄서비스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같이 부모들이 선호하는 어린이집 확충 정책에 가장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정부는 부모들의 선호가 높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근로자를 위한 직장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으며, 그 결과 국공립·직장 어린이집은 2012년 말 2726개에서 2016년 3745개로 2012년 대비 37% 증가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매년 국공립 어린이집 150개소, 직장 어린이집 80개소를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간제 보육’에 대해서는 30대와 자녀가 있는 연령층에서 특히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서도 정부는 지난해 216개였던 시간제 보육 제공기관을 2016년 392개로 확충해 시간제 보육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맞춤형 보육’에 대한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맞춤형 보육은 자녀 양육 공백이 발생하는 맞벌이 가정 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제도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맞춤형 보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정도가 89.7%로 높게 나타났으며, 맞벌이와 2명 이상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부모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종일반 모범사례를 확산하고, 보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등 맞춤형 보육을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켜나갈 계획이다.

‘초등 돌봄교실’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등 돌봄교실은 학교 내 방과 후 돌봄 기능을 강화한 정책으로 이에 대한 필요성은 90%, 효과성은 92.8%로 조사됐다. 특히 정책의 수요층인 기혼과 두 자녀 이상의 가정에서 매우 높은 정책 체감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아이돌봄 지원사업’도 인지도, 필요성, 효과성 면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직장생활과 아동 양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꼭 필요한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현재 만 1세까지만 지원되던 영아 종일제를 2017년부터는 만 2세(36개월까지)까지 확대하는 등 맞벌이 부부 양육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앞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정책 국민 체감도 조사와 기업을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는 물론, 지역 및 고용 현장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력 유지를 위한 현장 모니터링 등을 실시해 정부 정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다각적으로 점검하고 다시 돌아보면서 정책의 효과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라며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주요 경제단체 등과 적극 협력해 임신기부터 출산·양육 및 자녀 교육 시기까지 촘촘하게 일·가정 양립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김민주(위클리 공감 기자)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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