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30년 전 사람들은 날개를 단 자동차가 하늘을 질주하는 미래를 상상했다. 1985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의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30년 후 미래인 2015년 현재,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날개 달린 자동차만큼이나 혁신적인 기술들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승객을 태우고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조종사 없이 하늘을 나는 무인기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11월 4일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가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 택시 '스누버(SNUber)'가 캠퍼스 내 순환도로 4km 구간을 주행했다. 시연을 위해 연구팀 학생들이 운전석에 앉았지만 자율주행차는 이들이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았는데도 목적지까지 스스로 바퀴를 굴렸다. 차량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가 빛을 쏘아 반사되어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 장애물 위치를 파악해 주행했다.
정부는 10월 30일 자율주행차의 자율주행 시험운행 구간(실증지구)을 확정하고, 내년 2월부터 시범운행키로 했다.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자율주행 시험운행 구간은 고속도로 1개 구간(경부·영동 서울요금소∼신갈∼호법 41km)과 일반국도 5개 구간(수원, 화성, 용인, 고양지역 등 320km)이다. 운행은 사전 시험, 전문 운전자 탑승, 보험 가입 등 국토교통부의 시험운행 요건을 충족한 차량에 한해 허가된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내년 2월부터 자율주행 시범도로 구간으로 확정된 일부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지난 3월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 시연 장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11월 6일 열린 대통령 주재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융합 신산업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성과와 추가 과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5월 6일)의 추진 성과와 후속조치를 점검하고 시장 변화에 뒤처진 정부 규제, 초기 수요 부족 등으로 시장 창출이 지연되고 있는 융합 신산업을 추가로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간 우리나라는 융합 신제품에 대한 적합한 인증기준이 없어 빠른 기술 발전에 비해 규제 대응은 더디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3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꼽히는 3차원(3D) 프린터는 성능 가이드라인이 없어 국내에서조차 외국 제품이 선호하는 실정이다. 불합리한 기술 규제로 기업 부담도 가중됐다. 각 부처가 운영하는 법령, 기준, 제도의 시험항목이나 기준이 중복되거나 하나의 제품에 대해 서로 다른 법령으로 규제하는 것. 친환경 가구에 대해서만 4개 부처가 6개 인증제도를 운영한다.
더욱이 융합산업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전통적 자동차 기업이 아닌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시장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현되기 위해선 수십 가지의 기술이 필요한데, 차 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고속도로 주행 지원 시스템(HDA)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등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질수록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선도자의 지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IT업계가 예상하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판 시기는 2020년, 세계 시장 규모는 2010년 394억 달러에서 2019년 783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몸집을 불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 정부도 더 늦기 전에 융합 신산업의 선도자 자리를 점령하기 위해 규제개혁에 나섰다.

전국 4개 무인기 전용공역 지정
야간·가시권 밖·고고도 비행도 가능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운행 실증을 위해 앞선 8월에는 관련 법령에 근거 조항이 제정됐다. 시험운행 허가 대상, 고장 감지 및 경고장치, 운행 구역 등 안전운행 요건을 갖춰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12월 중에는 자율조향장치 장착이 가능하도록 규제도 완화된다. 시범도로 구간 중 고속도로 구간에는 차량과 인프라 간 협력주행 테스트가 가능한 시범도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2017년 말), 평창동계올림픽 지역에서도 자율주행 차량 운행이 시연될 예정이다(2018년 2월).
운전자 없는 차량 주행이 가능한 시대, 택배원 없는 택배 서비스도 문을 열 전망이다. 구글은 11월 2일 2017년까지 소형 무인기(드론)를 사용한 물품 배송사업 계획을 밝혔다. 초인종이 울리면 택배원 대신 드론을 맞이해야 하는 시대가 눈앞에 온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을 보급할 계획도 내놓았다. 드론이 곧 날아다니는 무선 공유기가 되는 셈이다. 참고로 무인기는 150kg 이하인 무인비행장치와 150kg 이상인 무인항공기로 구분하며, 통칭해 무인기로 부른다.
무인기 시장은 기존 항공기 시장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약 125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재난 감시, 구호, 시설물 관리 등 무인기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전 세계 무인기 시장은 제너럴아토믹, 노스롭그루먼 등 미국 기업이 선점하고 있고, 민간 무인비행장치 시장은 중국의 DJI가 70% 이상을 점유했다. 우리나라가 신시장 진출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10월 무인비행장치 전용 시범공역(지방자치단체) 및 시범사업자 선정작업을 마무리했다. 시범공역은 강원 영월군, 대구 달성군, 부산 중동, 전남 고흥군 등 4곳으로 비행 시험을 위한 충분한 공역 확보가 가능한 곳이 선정됐다. 시범사업자는 드론 개발과 운영 경험 등 전문성은 물론 신산업 발굴 및 제도 개선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된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대한항공,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15개 기관이다. 이들 사업자는 올 12월부터 시작되는 시범공역 내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을 통해 구호, 수송, 시설물 관리 등 새로운 분야의 무인기 활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적정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구실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공역에서는 현재 운영이 제한된 다양한 비행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현 항공법 시행규칙은 무인비행장치를 운행할 경우 ▶주간에 ▶가시권 내 ▶150m 이하 고도에서 운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개 공역에서는 야간에 가시권 밖에서 고고도 비행도 가능하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무인기 무선설비 기술기준 연구반을 운영해 무인기 지상제어 전용 주파수(5GHz) 기술기준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무인기 지상제어 전용 주파수는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분배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는 레저·완구용 무인비행장치에 한해 2.4GHz, 5.8GHz 대역의 비면허·소출력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까지 확실한 기술기준을 마련해 확정·고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융합 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공동으로 지난 8월 '융합 신기술·서비스 및 제품의 시장 진입 신속처리 지원 공동지침'을 마련했다. 이는 그간 산업부와 미래부가 각각 따로 운영해오던 적합성 인증제도와 임시허가를 통합한 것이다.
적합성 인증제도는 인증기준이 없어 제품 출시가 불가능할 때 6개월 내 패스트트랙(Fast-track)으로 산업융합 신제품에 대한 인증을 진행하는 것으로 트럭지게차, 융합안전모, 발광다이오드(LED) 블록 등이 이를 통해 출시됐다. 임시허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신제품에 대해 적시에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로 CCTV LED조명의 품질인증, ICT융합 품질인증 제품의 공공기관 우선구매 지원 등을 도왔다.
정부는 공동지침 마련 이후 블루투스 네트워크 저울, 접시 없는 위성방송(위성방송+IPTV 전송)을 신속히 임시허가했다. 산업부와 미래부는 공동 수요를 발굴하고 민관 협의체 구축 등의 노력을 통해 융합 신제품의 신속출시 지원을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3D프린팅 등 융합 신산업 추가 발굴
국가표준(KS) 통일 등 규제개혁도 한번에
정부는 이와 함께 규제가 과도하거나 관련 규정이 없어 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융합제품, 3D프린팅, 스마트홈, 탄소섬유, 일체형 태양광 모듈, 가정용 전기발전 보일러 등 6개 분야 산업에 대한 규제개혁에도 착수했다. 또 국가표준기본법을 제정해 기업이 유사·중복 시험검사를 받지 않도록 시험검사 방법을 국가표준(KS)으로 통일하고, 분산된 시험인증기관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가 단일인정기구로 개편한다(내년 하반기).
이 같은 규제개혁을 통해 융합 신산업 분야의 시장 진입 장벽이 해소됨으로써 시장 수요는 확대되고 기술 보급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IoT 융합제품 시장의 고용이 3만 명(2020년) 창출되고, 무인기 수출은 34억 달러(2023년)를 넘어서는 등 고용과 수출에서 경제적 효과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번 대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합리적 규제 개선으로 융합 신제품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업의 창의적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융합 신산업 창출 분야

사물인터넷(IoT) 융합제품 IoT 융합제품은 가전, 의료기기 등 기존 제품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가진 선도기업이 출현하지 않아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 정부는 올 12월 대구와 부산에 IoT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용도자유주파수(최소한의 기술기준만 만족하면 허가·신고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 폭을 확대(7→15GHz)할 계획이다.

프린팅 3D프린팅 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나, 국내에서는 소재와 출력물의 신뢰성 검증을 위한 평가기준이 없는 상황이다(정보기술 기기로 분류돼 전기적 안전성만 확인한 후 출시). 정부는 모든 국가산업단지에 3D프린팅 등 신산업의 입주가 가능하도록 12월까지 관련 기준을 보완하고, 내년 10월까지 소재와 출력물의 유해성과 안전성 등에 대한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스마트홈 인터넷으로 냉난방기기나 방범기기 등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기술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기기 간 통신방식의 차이로 호환성이 떨어져 관련 시장이 커나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개혁을 통해 이달 중 스마트홈기기 간 호환성을 실증하는 오픈랩이 구축되고, 내년 6월까지 스마트홈 제어기와 12종의 주변기기 간 통신에 관한 KS 표준이 제정·보급된다.

탄소섬유 탄소섬유는 화학섬유를 최고 3000°C 내외의 열처리로 탄화해 강철 대비 5분의 1이 가볍고 강도는 10배 이상인 초경량·고강도 신소재다. 국내 업체들이 2013년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주요 수요 시장인 자동차, 항공기 등에 적용하는 속도가 늦어 매우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탄소섬유 압축천연가스(CNG) 용기 버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융복합탄소소재센터(경북) 등을 구축해 항공기·자동차 분야 수요 연계형 연구개발에 착수키로 했다.

일체형 태양광 모듈 태양빛을 받아 직류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과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변환하는 인버터가 결합된 일체형 태양광 모듈은 설치와 수리가 간편하고 전력 손실이 적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인정되지 않아 출시가 어려운 상황. 규제개혁으로 KS 시험기준을 마련하는 중인데, 내년 하반기까지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전기발전 보일러 난방 보일러에 소형 발전기를 결합한 가정용 전기발전 보일러는 열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해 25%가량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가능한데도 전기요금 상계거래를 위한 근거 규정이 없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력 계통 연계 안전성을 검증한 후 내년 6월까지 이를 전기요금 상계거래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
글 · 조영실(위클리 공감 기자)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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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