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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앞에 위치한 숭인시장은 오랫동안 서울 강북구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전통시장이다.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유정마트 김찬호 (61) 사장은 이곳에서 30년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토박이이다.

김 씨는 오전 9시경 시장에 나와 문을 연다. 새벽부터 장사를 하기엔 나이가 든 탓도 있지만 손님도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이어서일까, 이따금 담배를 찾거나 아이 과자를 사가는 손님이 들락거릴 뿐 한산했다.

한때 직원을 두 명이나 둘 정도로 호황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환갑을 넘긴 부부 둘이서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인근에 백화점이 세 개나 들어섰을 때에도 가게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대형할인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 상권 전체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는 중소 규모 할인마트가 연이어 인근에 들어서고,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그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은 손님이 확 줄었다.

"한창 때에 비하면 손님이 5분의 1로 줄어든 것 같아요. 뒤편 주택가가 재개발되면서 오랜 단골들도 많이 떠나고, 새로운 젊은 부부들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가까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지 여기까지 오질 않아요."

가뜩이나 어려운 그를 더 울상 짓게 만든 건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손님들이 3~4년 전부터 부쩍 늘더니 지금은 전체 매출의 70%를 넘는다고 한다.

"담뱃값이 대폭 인상된 뒤로는 담배 한 갑 살 때도 카드를 내미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젠 어르신들도 1000원짜리 물건 하나 사면서 신용카드로 결제해요."

보통 슈퍼마켓이 물건을 팔면 평균 12% 정도 수익(마진)이 남는다. 그런데 3년 전만 해도 신용카드 수수료가 2~3%였다. 카드사에지불하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우유 같은 유제품이나 라면, 담배 등 슈퍼마켓에서 주로 팔리는 물건은 그나마도 마진율이 7% 남짓에 그친다. 물건 판 수익의 30% 이상을 카드 수수료로 내야 했던 것이다.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196만 영세·중소 자영업자 혜택
올해에만 연간 4800억 원 수수료 감소 혜택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사용 대가로 내는 수수료는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내가 고생해서 카드사 배불린다는 생각이 들 만도 했죠. 남는 게 없었으니까."

그동안 정부는 영세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내리고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영세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율이 2007년 기준 4.5%에이르던 것을 1.5%로 크게 인하한 바 있다.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가맹점도 연매출 4800만 원 미만(2007년 8월 기준)이던 것을 연매출 2억 원 이하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영세사업자 수준을 갓 넘어선 수준인 연매출 2억~3억원 사이의 중소 상공인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이들이 내는 연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14년 2.34%에 달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금융위원회는 2014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개정해 2015년 1월부터 연매출액 2억 원 이상 3억원 미만인 신용카드 가맹점을 중소가맹점으로 분류하고,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 2.0%로 낮췄다. 이를 통해 0.34%포인트의 수수료 인하 효과를 줌으로써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다소 완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2013년 말 기준으로 약 28만 개인 중소가맹점이 2015년 한 해 동안 연 680억 원 정도의 수수료를 절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5년 11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추가로 개정해 2016년 1월 31일부터 가맹점의 매출액 규모에 따라 수수료 부담을 대폭 낮췄다.

연매출액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씩 인하한 것이다. 체크카드 수수료도 영세가맹점은 1.0%에서 0.5%로,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0%로 각각 0.5%포인트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연간 최대 140만 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됐고, 연매출 2억~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연간 최대 210만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카드사 전체 가맹점은 240만여 개에 달한다.

이가운데 영세가맹점은 178만여 곳, 중소가맹점은 17만6000여 곳에 이른다. 전체의 80% 이상인 196만여 영세·중소 자영업자가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혜택을 받게 된다. 이들은 연간 총 4800억 원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상공인

▶ 중소상공인 김찬호 씨는 카드 수수료 인하로 부담을 덜게 됐다며 반겼다.

 

김 씨는 "올해부터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꼼꼼히 정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카드 수수료 부담을 조금은 덜게 돼 기쁘고 고맙다"며 반겼다.

"지금 매출 규모로 어림짐작을 해보면 연간 180만 원 정도 혜택을 보지 않을까 싶어요. 월평균 15만 원인 셈인데,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죠. "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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