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앞으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맺은 계약 가운데 부당특약은 무효 처리되고, 계약 변경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수급사업자의 권리가 강화된다. 원사업자의 기술을 기초로 수급사업자가 개량기술을 개발한 경우 개량기술의 소유권도 수급사업자가 가질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 작업을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 개정 대상은 전자·전기·가구제조·건설자재·자기상표부착제품(이상 제조 분야), 건설·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이상 건설 분야), 경비 등 9개 업종이다. 더불어 해양플랜트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새로 제정된다.
부당특약 무효 조항은 개별 약정의 내용이 표준하도급계약서와 상충되거나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되는 경우 약정의 효력이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업종 특성 등에 따라 개별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특약 설정 자체를 금지하기는 어렵지만, 불공정한 특약은 방지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마련됐다.
하도급 계약 변경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즉시 변경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객관적으로 계약의 변경이 필요한 정당한 사유'가 있고,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모두가 이를 인정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또한 계약을 변경할 경우 변경 전 수급사업자가 사업을 수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사업자가 사업비를 지급해야 한다. 원사업자의 지시로 수급사업자가 추가로 제작·시공한 물량 역시 발주자로부터 증액받지 못할지라도 원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수급업자 '무조건 책임' 관행 완화
대금 지급은 계약 후 30일 이내 해야
신설되는 개량기술 보호 조항은 원사업자의 기술을 기초로 수급사업자가 자체 기술을 더해 개발한 개량기술에 대해서 수급사업자가 지식재산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원사업자의 기여분에 대해서는 통상실시권을 부여해 합리적인 수익 배분이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통상실시권이란 타인의 특허발명을 활용해 일정 조건에서 새로운 특허 등을 개발해 자기 권리로 만들 수 있는 계약상 권리를 말한다.
공정위는 이상 세 가지 제·개정 내용을 모든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에 공통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제조업종 표준 계약서에는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에 대한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그간 목적물의 멸실·훼손 책임을 무조건 수급사업자가 떠안던 관행을 개선해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원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 것이다.
더불어 원사업자가 공급하는 원재료의 성격상 즉시 발견할 수 없는 하자에 대해서는 6개월간 원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가 공급하는 원재료의 하자 및 수량을 신속하게 검사해야 하고, 검사 태만에 따른 책임은 수급사업자가 져야 한다.
원사업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수급사업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된다. 개정안은 수급사업자가 지급을 요구하는데도 원사업자가 선급금이나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명확한 중지기간을 정해 통보하고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는 대금 지급보증 규정과 안전관리비 규정을 정비하기로 했다. 원사업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대금 지급보증을 이행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수급사업자도 계약이행 보증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대금 지급을 어음 또는 어음 대체 결제수단으로 할 때는 보증기간을 어음 만기일 또는 하도급대금 상환기일까지 확대하는 등 개정 법률이 반영된다.
또한 원사업자는 안전관리비를 책정해야 하며, 수급사업자는 안전관리비 사용 명세를 원사업자에게 통보하고 사용 잔액은 반환하도록 규정한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건설자재, 전자, 전기, 가구 등 9개 업종과 해양플랜트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 작업을 연내 완료하기로 했다. 이로써 원사업자의 책임이 강화되고 수급사업자의 불공정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플랜트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
잦은 추가 작업·고품질 요하는 현실 반영
한편 새롭게 마련되는 해양플랜트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이미 제정되어 사용 중인 조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바탕으로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제정할 계획이다.
우선 시운전 비용 부담 주체가 불분명해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업종 현실을 감안해 목적물의 통상적인 시운전 비용은 원칙적으로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다만 통상비용을 초과하는 경우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책임에 따라 분담한다.
경미하고 빈번한 추가 작업은 정산합의서로 추가 서면을 대체할 수 있도록 규정해 발주자의 요구가 다양하고 작업 전 현장의 사전 예측이 어려워 설계 변경 요구가 빈번한 업종 현실을 반영했다.
또한 해양플랜트업종은 기자재의 80% 정도를 수입하고, 주요 장비의 사양 및 공급자를 발주자가 결정해 원사업자의 자재 공급이 다른 업종보다 많은 게 현실이다. 제정 계약서는 원사업자가 공급하기로 한 기자재 및 장비 등의 공급 지연으로 수급사업자의 작업이 지체됐을 때는 이를 지체 일수에 넣지 않는 방안이 포함된다.
표준계약서 제정에 따라 수급사업자의 권리와 더불어 책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심해자원 개발과 같이 이 업종은 사용 목적이 구체적이어서 고도의 품질과 안전성이 요구되므로 수급사업자는 목적물의 제조 공정부터 납품 시점까지 원사업자가 요구하는 사양과 품질 등을 확인하고 보증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에 제·개정되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관련 단체에 사용을 권장하고 공정위 누리집에도 게시할 예정이다. 또한 공정거래협약평가 기준을 개정해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에 대한 배점을 상향(예 : 제조업 4→8점) 조정해 원사업자의 적극적인 사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번 제·개정을 통해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자율적인 하도급거래 질서가 확립되고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표준하도급계약서 보급 현황(1987년 3월 이후)
건설(5) 건설업, 전기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 해외건설업
제조(16) 해양플랜트업(제정 예정), 전자업, 전기업, 가구제조업, 건설자재업, 자기상표부착제품업, 자동차업, 조선업, 기계업, 섬유업, 조선임가공업, 음식료업, 제1차금속업, 의료·정밀·광학기기업, 출판·인쇄업, 화학업
용역(18) 경비업, 소프트웨어사업(4), 디자인업(3), 광고업(2), 화물운송업, 방송업, 건축설계업, 전시행사업, 엔지니어링활동업, 화물취급업, 건축물유지관리업, 장비도매업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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