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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국민이 행복한 사회의 출발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한민국에 이처럼 법률 하나가 오랜 기간을 두고 언론의 조명을 받고, 공무원은 물론이고 언론사와 각급 학교의 종사자를 비롯해 국민 대다수의 시선을 모은 적은 없었다. 한마디로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헌법 소원이 제출되는 초유의 일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이 법은 정부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저절로 홍보가 되었다.

법률 명칭에 있듯이 이 법은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는 내용이다. 공직자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그러하지를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법은 시행일인 2016년 9월 28일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 격변을 예고한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더 그렇다. 이날 자정에 청렴사회를 알리는 종을 울릴 만도 하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돼 있듯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행복을 추구하려면 공정사회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법률에 의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편파적 우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부패한 사회는 갈등과 반목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정부패 일소를 내세운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비리 공직자가 엄한 처벌을 받더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구태를 반복한다. 더구나 부패의 단초인 청탁과 금품 수수 공직자에 대한 처벌은 현행 형법의 한계인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서 변죽만 반복적으로 울려왔다. 2002년 부패방지법도 제정되고, 부패방지위원회(국가청렴위원회를 거쳐 지금의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부 조직으로 설치됐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우리 사회의 부패는 현행 형법만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더더욱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게 바로 청탁금지법의 탄생을 불러오게 했다.

연고주의 풍토에서 공직자에게 건네지는 일종의 보험료인 금품을 차단하는 길은 대가성 여부를 묻지 않고 처벌하는 것이다. 세상에 누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냥 그랜저와 벤츠 승용차를 줄 수 있겠는가? 형제자매 사이에도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아무런 이유 없이 늦은 시간까지 밥 사주고 술을 사주겠는가?

선물도 다를 바 없다. 금액의 차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이러한 접대 문화를 그대로 두고는 부정부패를 막기 어렵다. 공직사회에 접대 문화 풍조가 상존한다면 공직자가 공정한 업무를 수행하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풍토에서는 대부분의 선량하고 청렴한 공직자라도 접대를 거절하기 쉽지 않다.

접대와 청탁에 익숙한 소수에게 제재 가하는 법률
부패인식지수 상승으로 대외신인도 올라갈 것

청탁도 매한가지이다. 청탁금지법 제5조 1항에서 열거했듯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온갖 청탁이 만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청탁과 금품이 붙어서 다니지만 그러하지 않은 경우도 너무나 많다. 가령 친구와 친지, 동향의 선후배, 더구나 상사의 전화 한 통을 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 인간관계를 끊을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매몰차게 말하기가 어렵다.

공직자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겐가는 절대적인 피해를 주는 일이다. 때로는 정부 조달에 정품이 아닌 불량품이 납품돼 그 피해가 국민 모두에게 가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아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청탁을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지내왔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것도 사실은 이런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청탁금지법

▶국민권익위원회 조두현 법무보좌관이 8월 10일 세종시에서 진행된 청탁금지법 특강을 통해 공무원들에게 법 취지와 적용기준, 처벌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결국 청탁금지법은 접대 문화와 청탁 문화를 법률로써 차단하려는 것이다. 접대와 청탁에 익숙한 소수의 공직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법률이다.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자에게는 청탁과 접대를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확실히 주는 착한 법률이다. 앞으로는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수하며 청탁을 들어달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또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수하면서 금품을 받으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선진 문화국가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청탁과 접대 문화일지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미풍양속과 사회상규로 포장되는 게 관행이었다. 어느 누구도 대놓고 청탁금지법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접대가 중요한 수입원인 외식업계와 유흥업계, 선물이 소득원인 농·수·축·임산물 업계에서 매출이 반 토막이 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음식물 접대는 3만 원, 선물은 5만 원으로 한도를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주장에 따르면 3만 원과 5만 원 이상이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의 ‘청탁금지법의 적정 가액 기준 및 경제 효과 분석’이란 연구 결과를 보면 선물의 경우 예상되는 매출 감소가 최소 0.0052%에서 최대 0.86%에 불과하다. 오히려 청탁금지법이 시행됨으로써 기업의 접대비가 감소해 기업의 경영 효율화에 기여하고, 산업 전반에 불건전한 경쟁구도가 철폐돼 건전한 경쟁구도 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청렴도가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만큼 개선되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65%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청탁금지법의 효과는 경제적 측면 말고도 비경제적 효과가 너무 크다. 대내적으로는 무엇보다도 공직사회(언론사, 학교 포함)에 청탁과 접대가 현격하게 감소함으로써 좀 더 공정한 업무 수행으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사회 갈등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고가의 유흥업소와 외식업계는 퇴조하면서 건전한 소비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기업 역시 접대 관행이 줄어들면 건전한 회식 문화가 자리 잡고, 더 나아가 직장 문화보다는 가정 중심의 문화로 변화될 것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의 상승으로 대외신인도가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현재 37위인 부패인식지수는 머지않아 월드컵 본선 무대라 할 수 있는 32위로 진입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국제신용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금리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청탁금지법

 

글· 송준호(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겸 안양대 교수)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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