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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근절정책, 사랑과 관심 손길이 학대 막는다

아동학대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말을 듣지 않았다며 아들을 죽이고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하거나, 열한 살짜리 딸을 4세 아동의 평균 몸무게인 16kg에 불과할 정도로 수년 동안 학대하거나, 무차별적 폭력으로 아들의 두개골을 골절하거나, 가구를 훼손했다며 딸을 죽여 암매장한 부모도 있고, 떠들었다는 이유로 네 살짜리 유아에게 가혹한 발차기를 날린 어린이집 교사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 사례가 보도되고 있으니 놀라움도 내성이 생길 지경이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해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해 이뤄지는 유기와 방임까지를 의미한다.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아동 방임은 아동학대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2014년 9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아동학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근절정책이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 아동 보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1961년 12월 30일 제정되어 196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아동복리법'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동복리법은 20여 년간 아동복지사업의 기본법이 되었지만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시설 수용 보호, 후원사업, 해외 입양 같은 업무 위주의 소극적인 복지정책을 주로 규정했다.

1970년에는 '사회복지사업법'이 공포됨으로써 아동복지사업을 사회복지사업으로 포괄하는 종합법이 확립됐다. 정부는 1981년 4월 아동복리법 전문을 개정해 '아동복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아동의 비물질적, 심리적 욕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990년에는 유엔아동권리협약(CRC)에 가입하고 1991년부터는 협약 당사국이 됐다.

아동학대 문제가 가정과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사실이 뒤늦게 인식되면서 2000년 7월 '아동복지법'이 아동학대의 정의와 유형을 정확히 명시하도록 개정됐으며, 2011년에는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이 지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아동복지사업이 시작된 것은 1888년(고종 25년) 3월 프랑스 신부가 서울 명동성당에 고아원을 설립하면서부터였다. 더욱이 1962년 아동복리위원회가 설치되고 1969년 '아동복리시설 설치기준령'이 제정됐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아동복지사업이 결코 늦게 시작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힐링브러쉬

▶ 지나가는 시민이 빔 프로젝터 앞에 서면 학대 부모를 막는 슈퍼맨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시민과 함께하는 아동학대 방지 캠페인.

 

지나친 친권 보호가 아동학대 방임 불러
중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필요

전통적으로 유교 사상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에 대한 체벌을 부모의 권리로 인정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친권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아동학대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에 따라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은 보호받기 어려웠다. 아동에 대한 체벌을 훈육으로 보고 아동학대를 단순한 가정 문제로 치부해 외면해왔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정치권에서도 미취학 아동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의 적극적 대응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비롯한 여러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나 정치권의 법안 발의도 필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아동학대 현황을 생생하게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본질적인 아동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아동의 권리를 강조했다. 미국은 1974년 제정된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법'에 따라, 영국은 1989년 제정된 '아동법'에 따라 아동 보호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아동학대로 사망한 8세 소녀 클림비에 대한 2년간의 조사 결과를 400쪽 분량의 '클림비 보고서(Climbie Report)'로 발표했다. 소녀를 검시한 결과 그녀의 몸에서 128군데의 상처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비롯해 이 보고서에는 아동학대 방지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제시돼 있다. 모름지기 아동 보호 프로그램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때리지 마세요 안아주세요

 

우리나라도 아동학대 신고 의무제를 도입했지만 피해 아동 발견율은 1000명당 1.1명으로 저조하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1.8%가 친부모라고 한다. 이런 통계는 목격자 등 제삼자의 신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최근의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 내 훈육으로 치부되던 아동학대를 중한 범죄로 간주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장기결석 아동 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아동 실종에 대한 담임교사 신고 의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마련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언론에서는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의 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감시의 안테나를 켜는 일일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온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돌봄 속에서 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학대당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어린이는 생존할 권리, 보호받을 권리, 발달할 권리, 참여할 권리 같은 네 가지 기본권을 가진다. 정부의 대책 마련과 정치권의 법안 발의만으로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생명 그리고 교육적 방임을 온전히 지켜내기는 어렵다. 아동학대 징후에 대한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 사진 · 동아DB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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