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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 저 병원 의료쇼핑 무조건 응급실 직행No!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민들의 건강 생활문화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메르스는 생활 속 위생수칙과 감염병 예방지침을 따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후진적인 병원 이용 문화와 의료 안전 불감증,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등으로 더 확산된 측면이 있다. 이에 <위클리 공감>은 제2의 메르스 발생을 막기 위한 건강 생활문화 캠페인을 마련했다. 그 첫 시작으로 메르스 확산을 촉발한 의료쇼핑과 불필요한 응급실 직행 문화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 주부 최 모(50) 씨는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돌아 가까운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사흘 치의 약을 지어줬고 사흘 뒤 최 씨는 감기가 낫지 않자 또 다른 병원을 찾아 효과가 빠른 약 처방을 주문했다. 며칠 후 다시 약을 지으러 갔으나 지나친 약물 복용은 좋지 않다는 의사에 말에도 최 씨는 다시 옆 동네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 68세 남성 ○○ 씨는 폐렴 치료를 위해 지난 5월 12, 14, 15일 충남 아산서울의원을 방문해 외래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증상이 낫지 않자 평택성모병원으로 옮겨 15일부터 17일까지 입원했고, 퇴원한 직후에는 365서울열린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다. 계속되는 폐렴에 ○○ 씨는 1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고 이틀 뒤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됐다. ○○ 씨가 8일 동안 들렀던 4개 병원에서는 33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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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안중만

 

치료 빠른 병원 찾아 ‘의료쇼핑’
경증 환자는 동네 병원 이용 바람직

병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진료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러 병원을 옮겨다니며 ‘의료쇼핑’을 하는 사람이 많다. 메르스 2, 3차 감염을 확산시킨 주범으로 의료쇼핑이 지목되고 있다. 1번 확진자 외에 또 다른 메르스 ‘다수 전파자(동일한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다른 개인보다 특별히 많은 2차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전파자)’가 된 한 환자는 3곳의 병원을 거치며 무려 80여 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17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9차 긴급위원회에서 한국의 메르스 확산의 원인을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혼잡한 병원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의 메르스 환자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많은 방문객과 환자 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 탓에 빚어진 2차 감염 등으로 분석했다. 현재까지 지역사회를 통한 감염은 없고 병원에서만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특유의 병원 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메르스와 향후 또 다른 감염질환을 막는 중요한 열쇠다.

전문가들은 경증 질환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이용은 되도록 자제하고, 주거지 인근 의료기관에서 최종 진료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환자가 자유롭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은 특정 병원의 환자 독점을 막고 소비자 선택을 존중하기 위한 것인 만큼 환자 스스로 과도한 의료쇼핑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환자가 어떤 치료를 어느 정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병원 간 정보를 공유해 불필요한 2, 3차 진료를 줄 이고 필요한 경우에만 대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집에서 스스로 치료하는 재가보건 문화를 확산해 지나친 병원 의존 행태를 개선하고 병원에 가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환자들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원하는데 병원에서는 약 처방 횟수와 입원 일수에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장 낫지 않으면 병 원을 옮겨다닌다”며 “장기간 약물을 복용하거나 여러 약을 동시에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환자는 병원 처방을 철저히 따르고, 지나치게 병원 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선진국처럼 병원 지도 아래 집에서 먼저 치료하는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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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응급실 직행
출입 통제 및 대기시간 제한 필요

“우리 애가 자꾸 우는데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겠고… 얼른 좀 봐주세요.”

“아~ 술 먹고 속 쓰려 죽겠는데 약 좀 가져와 봐!”

“먼저 온 환자가 많아서 기다리셔야 돼요. 10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대형병원 응급실은 하루 평균 200~500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응급 진료를 받거나 병실 입원을 기다린다. 지난해 과밀 순위 20위에 드는 응급실의 평균 대기시간은 14.5시간이었다.

그러나 응급실을 점령한 사람들 중에는 단순 발열 환자, 일반 병원 병실을 잡기 위해 응급실을 경유지로 이용하는 사람들, 위 통증을 호소하는 취객 등 비(非)응급환자도 다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지역 응급의료센터 141곳을 찾은 환자 500만9109명 가운데 비응급환자가 121만3043명(24.2%)이나 됐다.

이 같은 과밀 현상 때문에 응급실은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 삼성서울병원은 5월 27~29일 응급실에 입원했던 1명의 메르스 환자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결국 88명의 환자와 893명의 격리 대상자를 만들었다.

대한의사협회 오윤수 홍보팀장은 “감염질환 확산 방지를 위해 4시간 이상 응급실에서 대기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는 시민의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응급실 대기시간을 6시간으로 제한한다.

특히 환자 보호자는 응급실 출입을 더욱 자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병원의 허가를 받아 정해진 시간에만 가족의 응급실 방문이 가능하고, 응급실 밖에서 문을 열 수 없게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환자 가족 출입을 1명으로 제한하고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다. 대구시도 지난달 30일 응급실 감염병 예방 을 위한 스마트 통제시설을 설치하고 출입카드를 발급해 무분별한 응급실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응급실은 누구나 언제든 오갈 수 있는 만큼, 스스로 불필요한 방문과 장시간 이용을 자제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석구 충남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은 확인되지 않은 질병 환자들이 모인 곳이므로 감염 위험성이 높아 신중하게 방문해야 한다”며 “일반 병원이 문을 닫은 시간에는 우선 집 근처 당직 병원을 먼저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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