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있거나, 혹은 필요한 규제가 없어 오히려 불편을 겪은 경우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직접 찾아나서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오늘도 조금씩 살기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주는 우리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봤다.

"저의 작은 목소리가 세상에 보탬이 된 것 같아 행복"
김진수 충남도청 공무원
충남도청에서 일하는 김진수(51) 씨는 어느 날 고속도로 요금소(톨게이트) 앞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의아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운전자들이 잔돈을 찾아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느라 조금씩 지체되고 있었다.
"요즘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고속도로 통행료는 꼭 현금으로만 내야 한다는 게 이상했죠. 그래서 신문고에 건의를 했는데 진짜 바뀌더라고요."
2014년 6월 그는 규제정보 포털사이트의 규제개혁 신문고에 불편사항을 올렸고, 그의 제안은 규제개혁위원회에 접수돼 6개월의 중·장기 검토기간을 거쳐 그해 12월 22일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2월 30일부터 한국도로공사 관리구간에서는 통행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특히 건의 이후, 규제개혁 신문고에서 국토교통부로 안건이 넘어가 안건이 진행되는 상황을 신문고 게시판을 통해 바로 볼 수 있었고, 관련 부처의 빠른 답변에 믿음이 갔다고 했다.
"처음에는 진짜 진행 되려나 했거든요. 그런데 신문고를 통해서 계속 진행상황을 알려주더라고요. 그러니까 건의한 보람도 있고 좋았죠."
이 외에도 김진수 씨는 '빠른 년생'을 탄생시켰던 조기 입학에 관한 규정 폐지 건의도 했었는데 2009년 실제로 조기입학제도가 폐지돼 빠른 년생에 대한 사회적 혼란이 줄어드는데 힘을 보탰다.
건의한 내용이 개선되니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히 기분 좋죠. 저의 작은 목소리가 세상에 조금 보탬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개선돼야 할 제도가 보이면 언제든 건의할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저 때문에 다른 누군가도 좋아할 수 있으니 보람"
영주시민 B씨
익명을 요구한 B씨는 매년 여름 장마철에 들려오는 산사태 소식에 마음이 쓰였다. 그러던 중 그는 산림청에서 산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산사태 현장예방단을 운영하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현장예방단에 지원하려고 보니 미리 산사태 예방교육을 이수한 사람만 지원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는 선발이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원하려는 사람이 모두 예방교육을 미리 받아야 하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규제개혁 신문고에 이 내용을 올렸고, 다음 날 산림청에서 B씨의 건의 내용을 수용하겠다는 답변이 왔다.
실제로 2014년 8월 개정안이 마련됐고, 관계부처 의견 조회 및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안 심사 등을 통해서 그해 12월 산사태 현장예방단 지원 요건이 산사태 예방교육을 받지 않은 자도 가능하고 선발 후 예방교육을 이수하는 것으로 개선됐다.
"사실 제가 필요해서 건의를 했던 건데, 저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보람도 있네요."

"규제 개선된 현장 눈으로 확인할 때 가장 보람되죠"
김녹영 민관 합동 규제개선추진단 전문위원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발로 뛰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 민관 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의 김녹영 전문위원은 2004년부터 11년 동안 규제개혁 업무를 맡고 있다. 규제개선추진단은 '손톱 밑 가시'를 비롯한 불합리한 규제 애로사항을 개선해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현장의 소리를 발굴하기 위해 김 전문위원은 전국 71개 지사를 두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기업가 단체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현안 과제를 발굴하고 이들 중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현장을 직접 찾아 문제를 점검한다.
그는 서류상으로 규제 개선 건의사항을 보면 부처의 현 법규가 맞다고 느껴지다가도 실상을 보면 건의자가 왜 이런 목소리를 냈는지 이해되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 예로 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 항공기 부품회사가 항공기 날개 부품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주재료 길이는 17m에 육박한다. 이에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자재의 회전이 원활하도록 일반 공장보다 3배의 비용을 들여 공장을 내부 기둥 없이 특별 설계했다. 하지만 현행 소방법은 반경 25m 이내에 옥내소화전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가장자리 외에도 공장 내부 중앙에 옥내소화전 2개를 설치해야 했다.
그 결과 급기야 제품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최근 소화전은 성능이 좋아져 50m 이상 분사력을 가지고 있어 공장 안쪽 가장자리에 옥내소화전을 설치하면 화재 예방에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김 위원은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진주소방서와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결국 진주소방서가 자체 심의회 안건으로 상정했고 특례 규정을 적용해 소화전 2개를 철거하도록 결정했다. 규정 개선 후 회사는 차질 없이 부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규제 개선 업무를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물으니 김 위원은 "무엇보다 제가 해결한 것이 눈에 보일 때"라고 답했다.
"요즘 주유소에 가보면 종종 차에 탄 채로 햄버거나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실 거예요. 그게 드라이브인 휴게음식점입니다. 제가 현장을 찾아 규제를 개선한 사례 중 하나인데, 이제 그 업종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거기서 음식을 기다리며 차량들이 줄 지어 있는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더라고요."
그는 규제개혁은 일시적인 체감도 제고가 목적이 아니라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주요 과제에 목표를 두고 묵묵히 규제 애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업들이 규제 건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절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작은 건의사항에도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이렇게 제 일을 묵묵히 하다보면 올바른 규제개혁을 통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 활성화에도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글 · 박샛별(위클리 공감 기자)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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