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 병원에서 남편의 병간호를 하던 64세 박 모 씨는 지난달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폐암으로 남편이 입원한 응급실에 있던 다른 메르스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이다. 당시 병문안 간 두 아들도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였는데, 큰아들은 감염돼 격리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작은 아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주동안 자가 격리돼 있어야 했다.
부산에 사는 박 씨의 남동생도 문병을 왔다 메르스에 걸렸고, 결국 숨지면서 부산 지역 첫 사망자로 기록됐다. 박 씨의 여동생 부부도 병문안을 온 뒤 여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일가친척 5명이 한꺼번에 메르스 환자 명단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고 각각 격리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일러스트 · 안중만
함께 사는 가족은 물론 사돈에 팔촌, 친구, 직장 동료까지…. 우리나라의 ‘줄줄이 병문안’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누군가 병원에 입원하면 찾아가보는 것을 마땅한 도리로, 그렇지 않을 경우 몰염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병문안 문화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원인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7월 9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 186명 가운데 환자 가족과 문병을 온 가족 이외의 방문객이 64명으로 전체 34.4%를 차지한다.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일 교수는 “직접 병원을 찾아 환자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게 인정이 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의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병문안이 환자의 정신적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방문객에게 질병을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질병을 가진 방문객이 면역 력이 약한 환자에게 병을 옮기기도 쉽다.
특히 소아, 임산부,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문병을 삼가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문병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과일 등 외부 음식을 선물로 가져가는 것도 위생에 좋지 않다.
위로 인사는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대신하고, 퇴원 후에 직접 찾아가보는 게 좋다. 병문안을 갔을 때에는 병실 밖에서 대기하며, 병원의 문병시간을 준수해 장시간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감염성 질환이 크게 확산됐을 때는 병원 방문 사실을 정직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메르스 외에도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 많은만큼 병원 내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손바닥보다 세균이 많은 손등과 손가락 사이, 손톱 밑 등을 깨끗이 씻는 게 중요하다. 물보다는 손 세정제가 세척 효과가 좋다. 병원에서는 손 세정제를 항상 비치해 병원 이용객은 누구나 손 씻기를 생활화할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간병인 등 비의료인 병원 상주 자제
포괄간호 서비스 확대 주장도
간병인들은 병원에 머무르며 24시간 환자의 의식주를 책임진다. 문제는 6인실 등 북적이는 병실에서 환자들을 씻기고 먹이고 입히며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하다 보면 간병인이 고스란히 질병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병문안 문화와 함께 간병인의 병실 상주문화가 이번 메르스 사태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유다. 실제로 메르스로 확진된 병원 종사자 39명(7월 9일 기준) 가운데 간병인이 8명으로 간호사 다음으로 많다. 심지어 한 병원에서 간병인이 3명이나 감염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간병인은 병원에서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용역업체에서 고용한 일종의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감염을 예방할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일선에 투입된다. 인천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이 모(56) 씨는 “간병인 중개업체에서 사전에 환자 돌봄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질병 감염 예방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며 “메르스가 한창 유행할 때도 별로 위험하지 않으니 나와서 일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경수 교수는 “병원마다 간병인 모임이 형성돼 있고 병원에서 간병인을 알선해주기도 하는 등 간병인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는데도 간병인을 대상으로 한 병원 시설물 사용법이나 감염 예방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감염이 우려되는 환자가 있는 병동에서는 간병인도 보호복을 입고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등 실제 의료인에 준하는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의 위생 및 감염병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개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의료 인력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간호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예방의학회에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전문간호 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는 포괄간호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포괄간호 서비스를 도입한 병원은 일반 병원에 비해 감염 발생률이 평균 3분의 1, 특히 폐렴은 7분의 1로 더 적게 발생했다.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보호자 없는 병동’ 시범사업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시범병원에서는 병원 내에서 보호자에게 쉽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요로 감염률이 보호자가 있는 일반 병원에 비해 약 4배 더 낮게 나타났다.
문병 · 간병 문화 이렇게 바꾸자
•병문안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하기
•장시간 병원에 머무르지 않으며 문병시간 준수하기
•소아, 임신부, 노인은 병문안 삼가기
•병원 방문객은 방문기록 남기기
•병원 내 손 세정제 비치 및 손 씻기 생활화하기
•비의료인의 환자 간호 자제(포괄간호 서비스 확대)
•감염 질환 환자 간호 시 간병인 보호장구 착용하기
•병실에 외부 음식 가져오지 않기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 도움말 · 대한예방의학회 201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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