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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나누기 대타협으로 경제 위기 탈출

대한민국은 지금 노동시장 개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미 민주노총은 많은 호응을 받지 못했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호소한 바 있고, 한국노총은 6월 중순 조합원의 투표를 거쳐 7월 중에 총파업을 단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여기서 질문. 왜 지금 노동시장 개혁이 이슈인가? 선진국들의 경험은 어 떤가? 오히려 질문을 거꾸로 해보겠다. 왜 선진국들은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했나? 선진국의 경험은 어떤 교훈을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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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네덜란드 노총 사무총장 빔 코크(네덜란드 전 총리)가 주도한 바세나르 협약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네덜란드 경제 부흥의 시발점을 마련한 노사정 대타협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일자리 나누기 합의

우리가 아는 노동시장 개혁, 노사정 대타협의 대표적 모델은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이다. 1982년 가을, 당시 네덜란드 노총 사무총장이었던 빔 코크(1994~2002년 네덜란드 총리 역임)와 사용자 단체 의장이었던 크리스 판 펜은 헤이그 근처 휴양 도시인 바세나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임금 동결 협정에 서명했다.

노동조합은 침 체기에 빠진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 교섭을 포기하고 정부와 기업은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특히 정부는 공무원의 임금 동결 등 고강도의 자체 개혁을 통해 재정 지출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노사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정부와 노사가 합의한 고용 보장수단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즉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에서 38시간으로 단축됐고, 주당 30시간 미만의 파트타임이 확산됐다. 지금도 네덜란드는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이 전체 근로자의 35%를 넘고 그중 60%가 여성 취업자로 선진국에서 가장 높다.

당시 네덜란드는 두 차례의 오일 쇼크, 국제적인 경기 불황, 막대한 재정 지출을 경험하며 유럽의 병자(病者)로 전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바세나르 협약은 이런 위기 상황을 멈추게 할 긴급 제동장치였다. 나아가 바세나르 협약은 네덜란드 경제 부흥의 시발점이었으며, 노동 및 사회 정책 분야에서 노사정의 역할을 전환시킨 혁신 모 델이었다.

당시 노동조합을 대표해 교섭을 이끌었던 빔 코크는 소득 감소를 우려한 근로자들을 설득했다. 그 효과는 바세나르 협약 체결 후 2, 3년이 지나자 바로 나타났다.

수출이 증가하고 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었다. 그 후 노사 갈등이 재연되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노사정이 바세나르 협약 정신으로 근로시간 단축(38시간→36시간),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해고 절차 간소화, 기간제 고용 최대 3년까지 허용 등), 임금 인상 억제와 인적자원 투자 확대, 근로소득세 부담 경감, 사회보장제도 개혁(실업급여 지급 요건 강화, 급여액 삭감) 등을 내놓으면서 위기를 극복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장기적인 호황을 누렸다.

네덜란드 노사정 합의 모델은 1998년 정권을 획득한 독일의 슈뢰더 정부에도 큰 영감을 줬다. 한때 세계 수출 챔피언이었던 독일은 1990년대 만성적인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성장, 그리고 높은 복지 비용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이른바 ‘독일병’을 앓고 있었다.

여기에 독일 통일에 따른 천문학적인 사회 통합 비용의 지출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했다. 어려운 시기에 정권을 잡은 슈뢰더는 당시 13%에 달한 실업 문제 해결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1998년 취임 직후부터 네덜란드 모델과 비슷한 노사정 대화를 추진했다. 또 2002년 페터 하르츠를 위원장으로 하는 15명의 각계 전문가들로 노동시장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합의된 개혁 프로그램을 입법화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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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하르츠 노동시장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추진한 하르츠 개혁에 따라 독일은 장기 실업자에 대한 복지 축소, 파견제도 및 해고제도의 유연화 등을 달성했다.

독일 모델, 하르츠 개혁
노사 공감대 확보

이에 따라 하르츠는 약 6개월에 걸친 위원회의 활동 결과를 13개의 혁신 모듈로 정리했고, 슈뢰더는 이 구상을 4개의 입법 패키지로 정리한 다음 2004년까지 모두 입법을 완료했다. 그 내용은 장기 실업자에 대한 복지 축소와 적극적인 일자리 알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고용 형태의 촉진, 파견제도 및 해고제도의 유연화, ‘미니 잡’등 비공식 노동의 공식화, 국가 행정조직의 일자리 친화적 개편 등 유권자들에게는 하나같이 인기 없는 정책들이었다.

하르츠 개혁의 성공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문가들을 통해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찾아내고 노동계와 경영계에 이를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에는 경제성장과 기업의 성과 창출을 위해 공동의 책임을 부담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고, 경영계에는 현실과 전망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함으로써 노동계의 신뢰를 확보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정이 어렵더라도 대량 해고를 단행하기보다는 근로시간 단축 등 일자리 공유를 통해 해고를 억제하는 것이 노사 간 신뢰 구축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은 어느 정도 고용 안정을 얻어내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지속 성장을 위해 노동계의 지지와 공동 책임을 이끌어냄으로써 노사의 공감대를 확보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비판도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업률이 4.5%에 그치는 등 고용 안정이 이뤄졌고, 가계 부문 소득 증가세와 시장 불확실성 감소에 따른 기업의 투자 확대, 수출 회복세 등에 힘입어 최근에는 1.7~2%의 지속 성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불확실성 제거
대한민국 시급한 과제

우리도 지금 글로벌 경쟁, 고령화·저출산, 정보·기술 발전 및 작업 공정의 변화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늘어나며, 낮은 고용률과 높은 청년 실업률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정년 연장, 통상임금, 근로시간 문제 등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장기 불황의 위기 국면까지 감지되고 있다.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구조적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네덜란드의 모델과 독일의 하르츠 개혁은 경제 위기와 노동시장의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일자리 창출 및 고용보장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가 자기 혁신의 자세로 타협과 양보를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 위기 극복은 요원하고 우리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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