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저유가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중 동이 혼란스럽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이후 중동은 정치사 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굴곡 속에서도 제2 중동 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유가는 단기적이며, 중동 경제의 체 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1976년 이란의 가친 중공업단지 안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술자들.
IS 테러조직의 영향력이 이라크 서부와 시리아 동부를 넘어서진 못할 것이다. 최대 5만 명에 불과한 IS 대원이 추가로 다른 지역을 장악할 가능성도 낮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IS 격퇴를 위한 지상 작전도 4월 혹은 늦어도 5월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유가와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걸프 산유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과거에 지나치게 자원에 의존하던 방식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산업 다각화를 통해 지 속 성장이 가능한 경제를 추구한다. 그 과정에 한국의 성장 모델을 배우고 더 포괄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걸프 지역 4 개국 순방은 중동 국가들의 이런 요구와 궤를 같이한다.
10여 년간 지속된 고유가
남다른 투자 여력
최근 10여 년간 지속된 고유가로 세계 경제에서 중동 국가들의 위상 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중동은 세계 최대 건설 및 플랜트 발주처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 히려 정치적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출은 늘고 있다. 석유에 서 얻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사회간접시설 건설,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등 정국 안정화와 연관된 부문에 투입한다. 이 때문에 향후 10년 간 1조 달러 이상의 건설 및 플랜트 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 자본을 바탕으로 한 중동의 투자 여력도 세계 경제에 긍정 적 신호다. 현재 중동의 국부펀드는 1조8500억 달러를 상회한다. 국 가별 국부펀드 규모에서 상위 10개국 중 4개국이 중동 국가다. 1000 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운용하는 이른바 ‘슈퍼 세븐(Super Seven)’ 펀드 중 4개가 중동의 국부펀드다. 이들 국부펀드가 개발과 투자에 나서는 큰손으로 작용한다. 중동 국가들은 자본을 미래의 전략산업 으로 간주한다. 세계 각지의 산업시설은 물론 스포츠 구단에도 투자 해 미래 수익원으로 전화(轉化)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 을 바탕으로 한 제2 중동 붐은 장기간 이어질 것이다.
1970년대
오일 붐과는 다르다
현재의 중동 붐은 ‘돈 펑펑 쓰는 졸부’와도 같았던 1970, 80년대의 모 습과는 다르다. 지금 중동 국가들은 미래지향적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석유가 고갈될 미래를 대비해 중·장기적 프로젝트들이 진 행된다.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내부로부터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개방을 통해 세계 경제와 소통하려는 것이 현재의 중동 경제다. 석 유를 추출하는 업스트림(upstream)뿐만 아니라 가공 및 유통을 의 미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에도 적극 참여한다. 사우디아라비 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대다수 걸프 국가들이 석유화 학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앞으로도 플랜트 프로젝트가 지 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히 최근엔 석유 관련 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조립, 금속 가공, 포장재 등 제조업 중심형 산업 다각화에도 눈을 돌리고 인재 및 두 뇌를 유치해 정보기술(IT)산업 등을 발전시키려는 지식집약형 산업 에도 중점을 둔다. 불만의 근원인 실업률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걸 프 산유국들은 또 원자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제도 정비 및 법 개정, 공단 및 자유지대 설치, 항만 및 인프라 정비 등의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보이는 중동 및 이 슬람권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정권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연평균 2% 에 달하는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 창출을 위한 제조업 등 산 업 전반의 발전이 미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부터 K-Pop까지
협력 분야 다변화 기회
제2 중동 붐은 파급 효과에서도 제1차 중동 붐 때외는 크게 다르다. 과거엔 단순히 경제적 분야에 국한됐다. 급격히 늘어나는 오일 머 니로 중동은 국가 건설에 매진했다. 에너지 수입 비용을 상쇄하려고 우리나라도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동 건설 진출로 대응했다.
그러나 최근의 제2 중동 붐은 포괄적이고 다각적이다. 건설 및 플랜트 시장에서도 노동력이 아닌 기술력이 중시된다. 원자력발전 소, 담수화 시설, 병원 등 기술과 서비스를 동반한 플랜트가 주력 분 야가 됐다. 여기에 자동차, 휴대전화 등 제조업 제품이 수출 품목의 1, 2위를 차지한다. 의료, 커피 전문점 등 프랜차이즈, 게임 및 콘텐 츠 산업 등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케 이팝(K-pop), 드라마 등의 우리 문화가 중동 젊은이들 사이에 빠르 게 확산되고 있다.
중동 지역이 ‘블루 오션’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다. 건설 수주와 공산품 수출시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석유 및 가스 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한 산유국들은 우리와 모든 분야에서 교류할 대상으로 변신하고 있다. 요거베리, 카페베네 등 한국 브랜드 업체들이 중동지역 곳곳에서 문을 연다. 지난해 6월엔 서울대병원이 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에서 5년간 1조 원 규모의 위탁운영권을 따내기도 했다.
제2 중동 붐 속에서 중동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와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적극적이면서 효과적인 윈윈 전략 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적, 가격적 비교 우위를 지닌 플랜트산업 에 대한 수주를 유지해가면서 제조업을 포함한 다른 분야에서의 협 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해적 송환에 왕실 전용기를 내준 UAE와 맺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다른 나라에까지 확대해야 한다. 중동 신세대의 마음을 파고들고 한류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 인적 교류도 늘려야 한다. 이 같은 협력의 가교 구실을 할 전문 인력 양성도 필수 적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진출과 협력이 제2 중동 붐에 대처하는 우리의 새로운 코드가 돼야 한다.

▷ 지난해 6월 서울대병원이 5년간 1조 원 규모의위탁운영권을 따낸 아랍에미리트(UAE) 왕립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이 2월 18일 개원 기념식을 열고 공식 진료에 들어갔다.
글 ·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20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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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