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 서울크리에이티브랩에서는 ‘불량식품 근절’을 주제로 한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경쟁이 벌어졌다. 참가 학생들은 오전부터 모여 발표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대기실을 연상케 했다.
총 7개 참가팀 가운데 해외 광고제 출전을 위해 출국한 4명을 제외한 27명이 참가했다.
순서를 기다리던 한 참가자는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할 내용이 빼곡히 적힌 메모를 외우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반드시 척결하기로 한 ‘4대악’ 중 하나인 불량식품 근절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대학생들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경찰청·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정책 및 신고정보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식약처·경찰청·문체부 모두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부정·불량식품 사범을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하고 예방·검거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량식품 근절 정책 홍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식약처와 문체부가 공동으로 시행한 ‘불량식품 근절 추진 공감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책 인지도는 30.1퍼센트, 신고센터 1399번에 대한 인지도는 15.8퍼센트에 불과했다.
이에 3개 부처는 제작비와 매체비를 포함해 총 1억7천만원의 예산까지 편성했다. ‘서울크리에이티브랩 광고 프레젠테이션’ 대회도 불량식품 근절 정책 홍보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문체부는 올해 처음 시행된 이 대회를 내년에는 질적·양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글로벌광고 크리에이티브 스쿨’ 소속이다. 문체부와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운영 중인 이 프로그램은 실무 광고인재 육성이 목적이다. 국내 광고계를 대표할 만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만 봐도 프로그램의 비중을 알 수 있다.
특히 교육자문위원인 김홍탁 제일기획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ECD)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가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칸 키메라’ 전문심사위원 14명 중 1명이기도 하다.
부처 간 협업 확대… 공익광고 활용
학생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준비한 내용을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자 날카로운 지적과 질문을 쏟아냈다. 한 심사위원은 “다소 과장되거나 과한 표현들이 눈에 띈다”고 꼬집었다.
이에 학생들은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양나래(여·한양대 신문방송학과 3년) 씨는 불량식품 제조업자에게 그가 만든 음식을 먹여 자백을 유도하는 광고 내용을 설명했다.
경찰청 홍보담당관실 김륜호 경위는 “상황이 너무 진지하고 강요하는 분위기”라며 “공익광고라고는 하지만 좀 더 코믹하게 꾸몄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임난희(여·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도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식당 주방장이 만든 음식을 먹는 손님의 얼굴은 주방장을 닮아간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발표가 끝난 뒤 임 씨는 “문체부에서 마련한 글로벌광고 크리에이티브 과정을 8개월째 수강 중”이라며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불량식품의 해악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건웅(26·한양대 광고홍보학과 졸업) 씨는 대학 졸업 후 광고업계에서 6개월 이상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번에 공익광고를 만들면서 불량식품 근절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의 발표가 모두 끝나자 전문가들과 심사위원들 사이에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당초 의도는 7개 팀 가운데 1팀을 선발해 실제 광고 제작에 참여시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는 순위를 매기기 힘들 정도였다. 심사위원들은 고민 끝에 출품작들의 우열은 최종 심사로 미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 총괄기획팀 이제명 식품기술사는 “모든 출품작이 조금만 손질하면 당장 광고로 제작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했다”며 “젊은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나아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다른 캠페인에 확대 적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종 심사에서 탈락한 아이디어 가운데도 참신성을 인정받는 작품들은 부처별 논의를 거쳐 활용될 예정이다.
식약처 등 3개 부처의 최종 심사 및 의견조율이 끝나면 10월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대행사가 공익광고 제작에 나선다.
제작이 완료되면 광고는 10월 말부터 전국 주요 극장을 비롯한 110개 옥외전광판, 각종 매체 등을 통해 소개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여론과 조재일 사무관은 “국정과제가 다양한 만큼 내년에는 보다 많은 부처가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기회가 많아질수록 정부가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영문 기자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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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