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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들어 이틀에 한 번 꼴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지난달 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입은 부상 때문이다. 사고는 세종시 첫마을아파트에서 공주 시골집으로 출근하다 발생했다. 도로 위로 나뒹굴면서 잠깐 정신을 잃었지만 다행히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오토바이도 다시 시동이 걸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른쪽 무릎과 팔뚝에 각각 자상과 심한 찰과상을 입었다.
곧장 공주의 병원으로 달려가 가정의학과와 정형외과 두 곳에 잇달아 들러 처치를 받았다. 오른쪽 팔뚝의 찰과상은 과거 교통사고로 이미 46바늘을 봉합한 자리여서 또다시 꿰매기가 여의치 않아 소독치료만 받았다. 무릎의 자상은 6바늘을 꿰맸다.
한마디로 경미한 부상은 아니었다.
사고 직후 첫마을아파트로 돌아갈까 잠깐 망설였다. 그러나 첫마을아파트 쪽은 신생 단지여서 병원이 드물어 찾아갈 만한 곳이 언뜻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공주로 간 것이었다.
하지만 두어 주 넘게 병원 신세를 지다 보니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에 들락거리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어린아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집 근처에 병원이 없다는 점이 적잖이 신경 쓰일 듯싶었다.
세종시 첫마을아파트단지가 의료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있다.
주민들의 입주 시점과 병원 개원이 발을 맞추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2월 현재 보건소와 소아과·가정의학과 병원 등이 문을 열었고, 약국도 서너 군데 있다. 게다가 올해 안에 다수의 병·의원이 입주할 예정인 의료전문 빌딩이 준공되면 ‘집 근처 병원’ 문제는 곧 해소될 것처럼 보인다.
세종시 주민들의 관심은 사실 동네 병원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세종 시민들은 3차진료 수요를 흡수하고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할 대형 종합병원 설립을 바란다. 현재 세종시에는 이렇다 할 종합병원이 없다. 그러나 도시설계상으로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대규모 의료단지가 구획돼 있다. 세종시는 1~6생활권 등 모두 6개의 생활권으로 나뉘어 설계됐다. 대형병원은 5생활권에 들어서게 되는데, 5생활권은 국내 생명의료과학의 거점으로 부상하는 오송이 지척인 지역이다.


세종시는 명품도시를 지향한다. 대한민국의 의료를 선도할 만한 종합병원의 입주는 명품도시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3차 진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의 입주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 간 배타적 갈등 탓에 대형 종합병원의 개원이 한참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민들의 신뢰를 받을 만한 종합병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 검증된 종합병원 유치는 세종 시민들의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 없다. 행정의 중심도시이자 지역 간 균형발전의 모델 도시로서 세종시의 의료 인프라는 세종 시민을 뛰어넘어 전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수도권 집중이 도를 넘은 상태다. 대한민국의 5대 병원은 모두 서울에 있는데 환자 수나 병원 수입의 50퍼센트 이상은 지방에 기인한다. 세종시는 이런 의료기관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시범도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책무가 있다.
지역적으로 중부권에 위치한 세종시에 의료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구축돼야 남부지방 등 다른 지역으로도 세종 모델이 확산될 수 있다. 세종 의료 인프라에 전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시민들은 의료 서비스의 공급주체인 병원과 수요자인 시민이 모두 ‘윈-윈’ 하는 의료 인프라가 하루빨리 세종에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국내에서는 사례가 드문 의료기관들의 컨소시엄 구성이나 운영과 진료주체를 분리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포함한 다각적 접근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글과 사진·김창엽(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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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