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2014년은 슬픈 한 해였다. 유독 인명피해를 동반한 사고가 많았다. 특히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온 국민의 화두로 올린 대형 사고였다. 이 사고로 경기 안산의 단원고 학생들 등 29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1월 11일 수색이 종료된 가운데 9명의 생사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이준석 선장 등 참사의 주범인 승무원 15명은 1심 재판에서 징역 5~36년형을 선고받았다. 11월 7일 ‘세월호 3법’이 국회를 통과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작업은 새해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2월 17일에는 경남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가 발생해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했다. 5월 2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가 발생해 477명의 승객이 다쳤다. 같은 달 26일 경기 고양 시외버스터미널 화재사고로 6명이 사망했고 28일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 화재사고로 21명이 숨졌다. 또 한 번 안전불감증에 울어야 했다. 그만 울어도 됐건만, 슬픔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월 17일 경기 판교에서 열린 ‘제1회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에서 가수들의 축하공연을 보려고 무대 근처 환풍구에 올라섰던 관객 27명이 20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많은 수의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환풍구가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고 원인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모두 안전에 대한 확고한 국민의식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대형 사고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3년 10월 일어난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292명 사망), 1994년 10월 발생한 서울 성수대교 붕괴사고(32명 사망), 1995년 6월 일어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502명 사망) 등 그동안 온 나라를 슬픔에 빠뜨린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안전불감증은 공통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히기 시작했고, 20년가량이 지난 2014년 들어 다시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생명 경시한 부실시공 등 영구 퇴출 ‘철퇴’
사고가 일어난 건축물들의 경우 시공사나 건축주가 시공과 운영단계에서부터 안전문제를 충분히 고려치 않았던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의 시공사는 설계도에 기재된 제품에 미달되는 강재(SS400)를 사용했고 건축주는 무단으로 운동시설을 집회시설로 용도 변경해 써오다가 화를 불렀다. 장성효사랑요양병원 방화사고 시 건물 2층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재료 사용 대상의 건축물이 아니었던 탓에 유독가스가 발생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 때는 환풍구 덮개의 걸침턱 및 용접시공이 부실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사고를 계기로 부실 설계·시공 등 불법행위를 하다가 2회 적발되는 설계자·시공자·감리자 모두를 업계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공사현장을 불시 점검해 불법행위를 감독하는 건축안전 모니터링사업의 지속적인 실시에 나섰다. 또한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안전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되고,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난연재료 기준 등은 규모와 용도에 관계없이 모든 건축물에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각종 건축물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 7개월간 40차례의 전문가 검토를 거쳐 마련한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올해 끊이지 않았던 대형 사고들을 거울 삼아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시스템 재정비에 힘쓰는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만성적인 안전불감증 퇴치에 나서고 있다. 11월 18일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신설된 국민안전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 재난안전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국민안전처는 출범 직후 첫 행보로 ‘연말연시 100일 특별재난안전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 한 해 계속됐던 슬픔의 순간들을 잊지 않되 새해에는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민안전처 이재율 안전정책실장은 “12월 1일부터 2015년 3월 10일까지를 연말연시 100일 특별재난안전대책 추진기간으로 지정해서 총력 대응키로 했다”며 “소방과 해경 등 안전처로 통합된 기관뿐만 아니라 관계부처, 각 지자체 등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춰 국민안전 기반을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창균 기자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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