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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김준호(32·가명) 씨는 지난해 말 불거진 국립대구과학관 채용 비리 사건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전시기획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던 김 씨에게 새로 문을 여는 국립대구과학관의 채용 공고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였다.
김 씨는 2차 면접심사까지 올라갔으나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탈락이 특권층 자녀들의 몫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공기업 채용 공고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다. 김 씨는 “과학전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원했지만, 특권층 자녀들의 들러리였을 뿐이었다”며 “합격자 24명 중 부정 합격자 20명가량이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자녀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공기업 취업의 꿈은 접고 중소기업에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특혜채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살펴보면 농림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정보원)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심사 기준을 변경하고 위조 성적까지 반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김 씨와 같은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공부문 특혜채용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을 막고 공정한 기회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일부 공공기관은 직원채용 시 공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직원가족을 특혜채용하는 ‘고용세습’ 관행을 유지해 왔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등록된 문서와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179개 공공기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33곳이 노사 자율협약인 단체협약을 통해 가족 우선 채용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단체협약서에서 ‘공상 및 순직으로 퇴직한 직원의 가족 중 1인에 한해 7급 상용직 사원으로 특별채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지적공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했거나 장애가 심해 계속 근무가 불가능하게 됐을 때 배우자나 자녀 중 한 명에 한해 공개채용 때 가점을 부여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강원랜드 등 4개 기관은 한술 더 떴다.
업무상 사망 외에도 정년퇴직한 경우까지 고용세습에 포함시켰다. KAIST와 원자력통제기술원 등 15개 기관도 업무 외 개인적인 이유로 사망한 경우에조차 고용세습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용세습’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해 직원가족 특혜채용을 허용하는 인사내규 관련 조항을 일제히 폐지했고, 노사협약 체결 시 직원가족 특혜채용제도 폐지 지침을 전달해 불이행 기관에 대해서는 경영 평가 시 불이익을 부여하도록 했다.
기관별 이행사항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기관이 제출한 이행계획을 검토해 방만경영 중점 관리 기관은 2월 말까지, 기타기관은 4월 말까지 이행계획을 확정하고 중점 관리 기관에 대해서는 3분기 중 중간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친인척 특혜채용이 빈번한 지방 공공기관도 중점 관리 대상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조사 결과 137개 공사·공단 중 21개 공사·공단이 노조와 단체협약에 직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퇴직 등을 한 경우 배우자, 직계비속 등을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은 직원 신규채용 시 원칙적으로 공개경쟁 채용을 규정하고 있으나 관련 기준을 위배한 것이다.
이에 안행부는 지방공기업이 직원가족 등에 대한 우선 채용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10월 신설된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상 내부 친인척 우대채용 금지’ 규정이 그것이다. 관리감독을 위해 오는 6월 지자체를 통해 기관별 내부규정 반영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세습과 함께 공공기관의 특권으로 여겨지던 공직자의 재취업 관행도 뜯어 고치기로 했다.
정부는 2011년 7월 퇴직 공직자의 전관예우 관행과 이에 따른 민관 간 유착 폐해 등을 근절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를 개선, 강화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 제도의 유명무실, 소송·일감 몰아주기 등 전관예우 관행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실제 지난 5년간 재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 공무원 1,362명 중 92.7퍼센트인 1,263명이 심사를 통과했다. 재취업심사 제도가 무의미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고위 공직자 취업심사 강화 ▶기관별 업무 관련성 심사 강화 ▶취업 심사의 효율성 제고 ▶업무취급 제한 및 행위 제한 위반 여부 조사 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4월까지 이행계획 확정… 3분기 중 중간평가
교육부 공무원의 대학 재취업 관행도 개선한다. 그동안 대학은 비영리기관으로 공직자윤리법상 재취업 제한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학의 연구용역 수주나 정부와의 유착 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있었다.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학 및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4급 이상)은 37명으로 집계돼 전관예우 논란이 있었다. 특히 이 중 절반이 넘는 19명은 퇴직한 다음날 새 직장에 출근하기도 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자체 윤리강령을 개정했다. 개정된 강령은 퇴직 후 2년 내 업무유관 사립대 총장 재취업 금지 서약 및 관리, 현직 공무원의 대학 및 연구기관 등으로의 고용휴직 제한 등을 명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정상화추진단 이만구 사무관은 “부처별 산하 공공기관의 이행계획을 점검해 특혜채용등에 대한 제도 보완을 올해 안에 마무리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최재필 기자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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