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지난 3월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경찰청이 함께 ‘파밍(Pharming) 합동경보’를 발령했다. 신종 보이스피싱인 파밍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국민에게 유의사항을 신속히 전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합동 주의경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해 12월 도입된 ‘합동경보제’에 따른 것이다. 이는 날로 교묘해지고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수법에 적극 대응하고 피해확산을 조기에 차단·예방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경찰청·금융감독원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전파와 홍보에 나서는 제도다.
합동경보제는 부처 간 벽 허물기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첫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일성으로 강조한 것이 부처 간 벽 허물기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당시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이쪽저쪽이 따로따로 돈을 들여 정책을 만들면서 세금이 낭비되고 효율성도 낮아진다”고 부처 간 벽 허물기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부 3.0’이란 행정개혁안을 제안하면서 일방 행정, 행정편의 행정이 아니라 국민 개인에 맞춰 각 정부 부처가 협업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기능 연계하고 자원 공유하면 효율 높아져
박근혜정부가 국가안보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을 설치하고 부처 업무조정을 단행한 바탕에도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유사 업무를 통·폐합해 최상의 정책을 만들어 펼치겠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부처 간 융합행정체계 구축을 위한 관리전략연구’ 보고서에서는 ‘정부 부처 간 업무협의와 역할 분담, 그리고 협업을 통해 상호기능을 연계시키거나 각종 시설과 정보 등을 공유함으로써 행정서비스의 효과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활동’으로 ‘융합행정’을 정의하고 있다. 부처 간 벽 허물기는 바로 융합행정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행정연구원 임성근 행정관리연구 부연구위원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다수의 부처가 관련된 정책과 행정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 부처 간 정책 및 행정서비스에 대한 융합행정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특히 기능적으로 분화된 정부 부처가 부처 이기주의에 매몰됨에 따라 정책수립과 집행, 그리고 행정서비스의 전달 등에 대한 부처 간미협조 등으로 인해 효율성과 효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벽 허물기는 이미 선진국에서 추진하는 행정 효율화정책이다. 미국의 경우 단일 정부조직이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를 복수의 정부조직이 연계해 업무를 수행하는 활동을 ‘협업적 공공관리(collaborative public management)’라고 부른다.

사회보장위원회에는 12개 부처 머리 맞대
3월 21일 시작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부처마다 보다 효율적인 정책실행을 위해 부처 간 벽을 넘어 융합·통합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가장 먼저 업무보고에 나선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체감도 높은 맞춤형 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2개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사회보장위원회’ 발족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별 주민센터를 ‘맞춤형 복지허브기관’으로 개편해 필요한 민·관 서비스를 통합·제공하는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또한 식·의약 안전관리를 통합하여 출범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상이한 유해기준을 통일하고 분산된 식품안전정보를 통합하며, 대국민 위기관리를 총괄하는 민·관 합동 ‘위해소통 개선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부처 간 벽을 허물어 행정서비스의 효율성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들은 소외 지역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올 연말까지 국방부·법무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통해 180개 군부대, 62개 교정시설, 9개 국가산업단지 등 문화예술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음악·미술·무용·연극 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부처 간 협력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2005년 체결한 국방부와 법무부 간 양해각서(MOU)를 근거로 시작됐으며, 올해부터는 효율적인 교육지원을 위해 ‘범부처 협력 사회문화예술교육지원’으로 통합해 추진하고 있다. 부처 간 벽 허물기는 큰 틀에서 이루어지는 행정 원리가 아니다.
소외와 그늘이 있는 곳, 취약하고 위태한 곳에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 내미는 행정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부처 간 벽 허물기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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