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청년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아람(19)씨. 그는 서울 선일여고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청년인턴 일반 전형’에 지원했다. 고졸 학력인데도 그는 대졸자 800여 명을 제치고 일반 전형에 합격했다.
영어성적 제한을 없애고 서류전형 없이 필기시험만으로 합격자를 뽑은 공단의 채용 방침 덕분이었다. 박씨는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고졸을 대상으로 한 청년인턴 채용 전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단에서는 정부 권고에 따라 청년 인턴의 20퍼센트를 고졸로 뽑는다. 하지만 박씨는 일반 전형에 지원을 했고 공단이 청년인턴제를 시행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일반 전형에 합격한 고졸자가 됐다.
“일반 전형 채용 공고를 읽어봤는데, 고졸자는 지원할 수 없다는 내용은 전혀 없더라고요. 이왕 지원하는 거 젊은이의 패기를 보여줄 겸 일반 전형에 서류를 내자고 결심했죠. 고졸 청년인턴에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 전형에 지원한 건 순전히 도전 정신 때문이었어요. 일반 전형에 고졸이 지원했으니 특이해서라도 한번쯤 나를 쳐다봐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박씨는 흔히 말하는 ‘스펙’이 전혀 없었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사회 경험도 없었고 자격증도 전무했다. 하지만 공단의 자기소개서에는 이러한 내용을 기입할 필요가 없었다.
공단은 올해부터 출신 학교와 수상 경력 등 간단한 인적 사항만 기입하는 이력서를 만들었다. 직무연관성이 떨어지는 학점이나 영어 성적, 가족 관계, 직무 관련경력을 적는 란을 전면 없앴다. 박씨는 “일반 기업이 받는 이력서와 비교했을 때 너무 달라서 얼떨떨하기는 했다”며 “무언가 다르구나 싶기는 했다”고 말했다.
공단은 입사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서류전형을 폐지하고 필기시험(직무능력평가)만으로 지원자들을 뽑았다. 박씨는 선발 공고가 난 후 주어진 2주 동안 한국사, 영어 등이 포함된 필기시험을 준비했다. 수능을 준비하며 공부했던 내용들이어서 공부하는 데 큰 부담은 없었다. 박씨는 “수능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과목이 시험에 포함돼 있어 오히려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온 박씨가 대입을 전혀 생각 안했던 것은 아니다. 미술공부를 하며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박씨는 대입에 실패하면서 재수와 취업을 놓고 고민했다.
“수능을 본 직후 이 점수로 대학 가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대 입시를 위해 재수를 하려면 돈이 만만찮게 드는 데다 부모님께 큰 부담을 드리기 싫어 취업을 결심했죠. 제 손으로 돈을 벌어서 미술을 배우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열정·잠재력 가진 청년들 뽑아 ‘멘토스쿨’ 만들어
박씨는 오는 10월까지 총무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다.
인턴 기간을 마치면 논술·프레젠테이션·면접을 거치게 되는데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인턴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번에 합격한 청년인턴 57명 중 10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박씨를 제외한 인턴 전부가 대학 졸업생이다.
고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으로 다가올 법도 하지만 박씨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턴 근무를 시작하면서 제 인식부터 바뀌었어요. 공단에 지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졸 졸업장으로 ‘어떻게 직장을 구하나’ 불안감이 있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자격증도 없었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불안이 사라졌어요. 지원자와 기업 간의 미스매치가 많다고 하는데 고졸 자격으로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무엇보다 ‘해볼 수 있겠다’란 자신감이 생겼어요.”
정부는 이달부터 능력 중심의 인재를 채용하도록 하는 ‘스펙초월 시스템’을 시행한다. 스펙초월 시스템은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구직자와 기업 간의 일자리 불일치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잠재력 있는 청년을 선발해 직무 능력에 필요한 멘토링을 제공하고 기업과 연결시켜주는 정책이다.
6월에 시범운영하는 ‘멘토스쿨’은 열정과 잠재력을 기준으로 참가자를 뽑을 계획이다. 참가 청년들에게는 정보통신, 문화 콘텐츠 분야와 관련된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한다. 수료한 청년들은 인재은행에 등록시켜 기업 채용 담당자가 이들을 평가하고 채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스펙에 가로막힌 청년들에게 더 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은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 각종 성적보다는 개인의 잠재력을 보도록 한다는 취지다.
글·김슬기 기자 / 사진·박상문 객원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