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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천에서 다이아몬드 공구를 만드는 제조업체 대표입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25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기업이지만 일본 등에 수출해 외화를 벌어오는 산업역군이라 자부합니다.

15년 전 지금의 공장을 사면서 늘 고민이 있었습니다. 공장 문 옆에 바짝 붙은 전봇대 때문입니다. 제품을 실은 화물차가 늘 전봇대에 걸려 긁히고 자동차들끼리 접촉 사고도 잦았습니다. 대형 트럭이 전봇대를 건드리면 뒷집에 전기가 나가는 일도 흔했습니다. 화물차 기사나 뒷집에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의하라는 표지판을 붙여봤지만 허사였습니다.

5년 전 한국전력공사에 공문을 보내 전봇대를 뽑아줄 수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전봇대는 정부 재산이어서 개인을 위해 뽑아줄수 없다. 정 뽑고 싶으면 철거비용을 내야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체념하고 지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손톱 밑 가시 뽑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시처럼 공장 앞 전봇대도 뽑을 수 있을까 싶어 자필로 사연을 써 중소기업청에 보냈습니다. 며칠 뒤 정부에서 간담회를 하니 오라고 하더군요. 갔더니 저보다 훨씬 억울한 사연을 가진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많더군요. 전봇대 하나 뽑는 건 ‘손톱 밑 가시’ 축에도 못 끼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보름 뒤에 한전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오더군요. 그러고는 반나절 만에 전봇대를 쑥 뽑아갔습니다. 5년 동안 안 된다던 일이 반나절 만에 이뤄진 겁니다. 3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정부로부터 이렇게 고마운 혜택을 받아본 것은 처음입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일할 맛이 납니다. 전봇대 하나 뽑은 걸 넘어 중소기업인들에게 국민과 정부가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이제 일만 열심히 하면 중소기업도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개발 열심히 해서 특허 많이 내고 수출 더 많이 해서 달러, 엔 많이 벌어 오고 일하려는 청년들에게 일자리 더 많이 만들어주는 게 전봇대 뽑기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시’는 덜 뽑혔습니다. 간담회에서 만났던 훨씬 더 억울한 사연을 가진 중소기업인들 이야기입니다. 주말도 휴가도 없이 개미처럼 일만 하는 중소기업체 사장님들은 자신들의 사연을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저도 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이런 분들의 ‘손톱 밑 가시’는 반드시 뽑아주셨으면 합니다. 가시 하나가 뽑힐 때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인들은 몇 배씩 기운을 낼 겁니다. 중소기업인들이 일어서면 국가경쟁력도 하늘로 솟아오르겠지요.

 

글·이상돈 인성다이아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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