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뉴스

내가 이장을 맡고 있는 경기 여주시 대신면 옥촌1리 마을은 60가구 정도에 거의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촌마을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2일은 잊을 수가 없는 긴 하루였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그날 새벽 마을은 빗소리로 가득찼다. 창밖을 보니 예사롭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빗소리가 더 요란해지고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 이날은 더 불안했다. 오전 6시경, 집에서 100미터 떨어진 저수지가 걱정되기 시작해 나가 보았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저수지가 낙후되어 틈나면 늘 저수지 상태를 확인하고는 했다. 저수지는 우리 마을 농사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고 저수지 아래로는 8가구가 살고 있어 비가 올 때마다 노심초사했던 곳이다. 걱정하던 대로 저수지 수위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둑이 무너지면 물에 휩쓸려 인명 피해도 잇따를 것 같았다. 폭우 속에서 장화를 신고 저수지를 확인하면서 집중폭우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황급히 마을회관으로 달려가 방송을 시작했다. 폭우 소리에 방송이 안 들릴까 목이 터져라 외쳤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언덕 위로 대피했다. 모두가 피신한 지 불과 20여 분 정도 지났을까. ‘뻥!’ 하는 굉음이 들리며 저수지 둑이 터져버렸다. 3시간 후에는 마을 전체가 침수됐고 주택은 파손됐으며 농경지는 거의 유실되거나 매몰됐다. 호우로 인한 막대한 물량의 토사가 마을 전체에 쏟아졌다. 오랫동안 이장을 맡아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최고령 마을 어르신조차 이렇게 큰 비는 난생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말 그대로 폐허가 됐다. 다행히 마을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어르신들은 언덕 위에서 물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비가 그친 후한 시간이 채 안 돼 물은 빠졌지만 진흙탕이 되어버린 창고나 집안 가구들을 복구하는 게 시급했다. 피해 당일부터 구호물품과 지원 인력이 도착했다. 신속하게 물품을 전달하고 침수로 고립될 수 있는 주택들을 복구했다. 특히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곳에는 긴급 마대를 쌓아올리고 도랑치기 등을 실시했다. 우리 마을은 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둑 옆으로 유실되었던 것들을 거의 복구했다. 마을 논에 물을 대줄 저수지 공사도 이달 안으로 준공하게 됐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 마을은 올해 들이닥칠 재해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올해에는 안전점검도 강화해 수시로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 자연재난은 사실 인력으로 막기가 어렵다. 마을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한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글·임종회 경기 여주시 대신면 옥촌1리 이장 20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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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