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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로펌’ 승소율 74%로 민간로펌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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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증권사들의 국민주택 금리담합사건 소송에서 승소했다. 삼성증권 등 15개 증권사는 2004년부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국민주택채권 등 4가지 종류의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해 약 4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12월 증권사들에 총 1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증권사들은 국민들의 채권매입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채권 금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부당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공정위를 대리해 소송을 맡았던 정부법무공단(이하 공단)은 고등법원에서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지난 2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펀드가 서울 역삼동에 있는 스타타워 건물 매각 이익에 부과된 법인세 1,040억원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세무서 측을 대리해 승소했다.

공단은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 헌법소송 등 국가행정업무를 전담하고 법률사무를 지원하는 법률사무소(로펌)이다.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단은 2008년 2월 법무부가 36억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서민들에게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든 대한법률구조공단과 공익적인 성격은 같지만 업무 범위가 국가 관련 사건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 공단의 특징이다.

평균 착수금 330만원… 저렴한 수임료로 예산 절감

정부가 공단을 세우기로 한 데는 국가를 상대로 한 각종 소송의 증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는 기업이나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이나 행정소송을 내게 되면 법무부 소속 관련 공무원들이 업무를 담당해 왔다. 또 정부 정책 등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 재판이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2004년 8,391건에 불과했던 국가소송은 지난해 1만1,891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소송 비용은 줄이고 전문화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하는 고민끝에 정부는 호주의 AGS(Australian Government Solicitor)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세계 최초의 국가 로펌인 AGS는 1903년 정부 출자로 세워진 뒤 100여 년간 위헌 사건과 국가 관련 소송을 맡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국가 송무를 독점했지만 1999년부터 민간 로펌과의 경쟁을 통해 국가소송을 따내고 있다. 소속 변호사는 384명으로 캔버라 등 8개 도시에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다. 법무부는 AGS가 출자자인 정부에 배당금을 지급할 정도로 자립에 성공한 점에 주목했다.

3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공단은 7,352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그동안 이뤄졌던 사건 수임은 친일재산 환수소송을 비롯해 제약사 약가 인하, 조세·공정거래 등 주요 소송에서 승소해 국가 예산을 절감했다. 특히 2011년 1월 순도 99.5퍼센트 이상의 금괴인 금지금(金地金)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제도를 악용한 이른바 ‘금지금 변칙거래’ 사건 승소로 약 2조원, 6개 제약사 약가 인하사건 승소로 약 1조7천억원의 국고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그동안 패소했던 사건을 공단이 수임한 후 승소로 이끌어 절감한 국가 예산도 1,892억원에 달한다.

공단은 지난 5년간 평균 74퍼센트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간 로펌·변호사의 국가 행정소송 승소율이 63퍼센트인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공단이 맡은 일은 소송만이 아니다. 일반 로펌보다 저렴하게 법률자문을 해 주면서 국가 예산 낭비를 막는다.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작성하거나 각종 법률안을 검토할 때도 컨설팅을 해 준다. 반면 공단의 수임료는 낮은 편이다. 수임한 사건의 평균 착수금은 330만원, 자문사건 비용은 평균 26만원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지자체의 이용 늘리는 게 과제”

현재 정부법무공단 정원은 변호사 60명, 외국법 자문사 2명 등 134명이다. 원칙적으로 공단 변호사 정원은 40명이지만 소송업무건수가 늘면서 지난 1월 7일 정부법무공단법을 일부 개정해 변호사 정원을 20명 늘렸다. 국내 최대 로펌들의 변호사 수가 200~300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이지만 능력 면에서는 우수한 인력이라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과제도 있다. 승소율은 높지만 여전히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단 이용률이 낮다는 점이다. 정부부처가 소송을 맡기는 비중은 53퍼센트이지만 공공기관, 자치단체는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법인공단 손범규 이사장은 “공공기관들의 공단에 대한 신뢰도나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단에 일을 맡기기보다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민간 로펌에 맡겨야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여전해 앞으로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김성희 기자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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