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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기차를 타고도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 기술은 크게 발달했다. 초반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배터리 용량이었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길지 않아 민간 보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그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 한 번 완전히 충전하면 300킬로미터 이상 달리는 차도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멀리 차를 가지고 이동했다가 충전시설이 없을 경우에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에 정부가 나섰다.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안성휴게소와 화성휴게소 등 6곳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공공 충전인프라를 구축했다. 서울에서 세종, 당진, 춘천까지는 마음놓고 전기차를 타고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까지 단일 충전방식의 충전기 위주로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종별로 충전방식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듀얼형 충전기를 설치해 충전호환 문제를 해결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급 초기 운전자들의 충전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선도도시 등의 시내를 중심으로 충전기를 확충했다.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 지역별 전기차 보급대수, 접근성 등을 폭넓게 고려해 최적의 위치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힘썼다. 주로 공공기관과 공영주차장,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를 구축했다.
전기차 보급대수·접근성 고려해 충전기 설치
올해부터는 주요 거점별 연계를 위해 단계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충전기를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공공 급속충전기는 지난해 118기에서 현재 177기까지 늘렸다. 올해 말까지 50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환경부는 공공 급속충전기를 해마다 늘려 2017년까지 약 600기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환경부 교통환경과 박연재 과장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공공 급속충전기를 설치하는 작업을 도로공사와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단계적으로 충전기를 늘려 2015년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기자동차로 왕복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BMW, 포드, 닛산, 도요타 같은 세계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장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1위 브랜드인 BMW는 별도의 전기차 브랜드까지 만들어 미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기차 개발이 한창이다. 현대차 ‘블루온’, 기아차 ‘레이EV’ 등이 출시돼 판매 중이다.
한국GM은 경차 ‘스파크’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했고 르노삼성은 SM3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기차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시기를 두고는 아직 반응이 엇갈린다. 일본의 한 시장조사기관은 2020년께 전체 자동차시장의 6퍼센트 정도인 450만대의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2020년에는 전기차가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40퍼센트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제주도 전기차 구매 경쟁률 10.5 대 1
지난해부터 국내 전기차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민간에 전기차 보급이 시작됐다.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은 환경부가 책정한 보조금에 각 지자체가 정한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기존 4천만원이 넘던 전기차 구입 비용이 2천만원대로 줄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경차나 소형차 위주인 국산 전기차를 2천만원대에 구입하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환경을 지킬 수 있고 휘발유나 경유에 비해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도는 올 상반기 도민을 상대로 전기차 판매 신청을 받았다. 226대의 전기차가 배정됐는데 1,650명이 구입을 희망해 7.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하반기 판매는 경쟁률이 10.5 대 1까지 올라 전기차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전기차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정부가 무작정 인프라를 늘린다고 전기차 보급이 늘지는 않는다. 해당 지역주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 보급이 시작된 제주도에서는 인프라 공급을 놓고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와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yard)’ 현상이 동시에 벌어졌다.
아파트에 충전기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이 있다. “공동의 공간을 할애해 내가 쓰지도 않을 충전기를 설치하지 말라”는 게 반대 논리다. 아파트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한다거나 전기충전기가 설치된 공간에는 전기차만 주차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 많은 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됐다. 충전기를 아파트 지하주차장 기둥에 설치하면 기존의 주차공간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다. 충전기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요금은 모두 설치회사에서 부담하며 전기차 사용자에게 별도 요금이 부과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적다. 주민들에게 올바른 사실을 알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전기충전기를 설치해 달라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카페·식당의 점주들이다. 전기차의 특성상 쇼핑을 하거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실 때 충전이 되는 장소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런 미래의 수요에 대비해 미리 충전시설을 마련해 두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래 어느 시점에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기차 경쟁에서 다소 처진 느낌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처럼 차근차근 인프라를 늘리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간다면 전기차는 한국의 효자산업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글·박성민 기자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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