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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김정일의 선군 업적을 계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일의 생일을 며칠 앞두고 핵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이러한 모든 것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처럼 북한 지도부는 핵실험의 정치적 파괴력을 대내외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들이 기막힌 타이밍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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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중국의 강력한 경고를 무시하고 또 핵실험을 감행했다.

우리는 이번 핵실험 감행 여부를 놓고 북한과 중국 간에 ‘고성’이 오간 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실질적 생명줄인 중국의 경고도 무시할 수 있음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중국은 종종 “북한은 성난 짐승과 같아서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북한 지도부는 중국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드는 벼랑 끝 전술의 화신이다. 김정은은 분개한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더라도 북한을 버리지는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미친 척하는 광인전략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광인전략을 쓰는 것인지, 정말 광인이 되어가는 것인지 우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우리 사회에는 ‘김정은의 북한이 변화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지난해 4월,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실험을 강행한 후 실패를 시인하는 보도를 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과거에는 있을 수 없었던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7월에는 갑작스럽게 총참모장 이영호가 숙청된 것을 두고 장성택 중심의 ‘실리파’가 이영호 중심의 ‘강경파’와 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점점 무르익던 북한 변화에 대한 희망적 전망은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등장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은 과거와 뭔가 다를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2년 12월부터 2013년 2월에 이르는 두 달여 동안 우리는 이러한 모든 희망적 전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 한국과 국제사회는 더욱 호전적이며 무모해져 가는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북한의 최근 행태를 보면서 시리아의 모습이 떠오른다. 해외 유학 경험과 전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집권 초기만 해도 상당히 개혁적인 정책을 시도했고, 많은 이가 변화한 시리아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많은 사람은 알 아사드 대통령이 과거에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는 한다.

지난 2년 동안 시리아에서는 7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비인도적 학살과 관련한 소문도 자자하다. 알 아사드 대통령의 부친도 독재자였지만 아들이 아버지보다 더하다는 평가다.

2010년 12월, 김정은은 “3년 안에 주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고 말했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것처럼 행동했다. 그때의 모습과 최근 북한의 행태 간에는 시리아의 경우와 같이 아득한 괴리가 있다. 올 연말이면 김정은이 말한 3년의 시한이 찰 것이지만, 그는 이미 돌아오지 못할 길로 들어선 듯하다.

이제 한국과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국제사회가 고강도 제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올해 안에 한두차례 핵실험을 더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렸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선택지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북한제재를 강화하면 우리도 그에 동참할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상황도 미리 계산에 넣고 있다는 것이 난제다.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면 “보복의 불벼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2월 초다. 대북제재에 동참하면 제2의 천안함 폭침과 제2의 연평도 포격도발사태로 대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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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북한 핵문제의 ‘위협-도발-제재-대화-지원’ 사이클을 목도했다. 우리가 제재에 동참하면 도발로 대응했고, 그 강도는 점점 더 과감해졌다. 그 와중에 북한의 핵 능력은 점점 강성해졌다. 이제는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

우선 북한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가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명쾌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당신들이 그것을 선택하면 우리도 이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공식적 언명과,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향후 있을지 모르는 대남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내부 단결과 정신무장을 확고히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북한 핵문제를 볼 때마다 필자는 북한의 행태를 ‘주폭’에 비유하고는 했다. 이웃 중에 주폭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는 주폭 짓거리를 일삼는 이웃에 끌려 다녔다. 그를 깨워야 한다. 그에게 명료한 정신으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라고 말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글·부형욱(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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