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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 애매한 규정들 “모두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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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피 사장 전국에 인터넷 PC방이 1만4천 개래요.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었는데도 여전히 많아요. 시간당 1천원 받는데, 7년 전에도 1천원이었어요.

죽을 지경입니다.

만화방 방 사장 원래 PC방은 사용료로 돈 버는 거 아니잖습니까. 각종 과자와 음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잘 나가는 컵라면을 캐시카우(Cash cow,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즉 돈을 벌어주는 상품)로 삼아야 합니다.

피 사장 저라고 그런 생각을 안 해봤겠습니까?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컵라면을 사놨지요. 그런데 그게 단속 대상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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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사장 단속 대상? 컵라면이 없는 만화방은 그야말로 고무줄이 빠진 속옷이요, 팥소 빠진 찐빵 아닙니까? 단속하는 사람들은 분명 만화의 진미와 인터넷의 묘미를 모르는 분들일 겁니다.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장금이’처럼 입으로는 맛을 그릴 줄 아는 인생의 즐거움이 있는 법인데.

피 사장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더군요. 컵라면을 별도로 파는 건 괜찮은데 거기에 물을 부어주면 안 된다는 거지요.

방 사장 정보의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시고 시각예술의 스토리텔링에 전념 중이신 고객님들께 더운물 한 번 부어드리는 게 그 무슨 죄가 된다는 건지.

사우나 목 사장 그거 올해 12월이면 관계법령이 개정된답니다. 정부에서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지 않아도 간편 조리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답니다. 이제 두 사장님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걱정이지요. 하루 종일 현금 받아서 장부에 기록하는데도 나중에 또 장부정리를 해야 합니다. 들어오는 현금에다가 나가는 물값, 기름값 등등 빼고 세금 내면 되는 일인데, 저도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복식부기를 적어야 한다구요.

방 사장 그러면 목 사장님, 회계사처럼 막 계산하고 그러시는 겁니까?

목 사장 그럴리가요. 수십 년 지역 주민들의 피부 관리에 전념하던 제가 ‘복식’이 뭔지 ‘단식’이 뭔지 어찌 알겠습니까. 첨엔 그거 탁구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복식부기, 매년 세무사 찾아가서 다 맡깁니다.

피 사장 세무사요? 돈 많이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목 사장 한 80만원씩 줘야 합니다. 목욕비 한 사람당 8천원 하는데, 80만원이면 100명 목욕비예요. 단지 장부 정리하는 데만 쓰는 건데 너무 아깝습니다. 그 돈으로 수건이나 새로 사 넣고, 비누도 향기 좋은 걸로 바꾸면 단골고객인 방 사장님 피부가 한결 산뜻해질 텐데 말입니다. 목욕업 하면서 연수입이 7,500만원 이상이나 음식·숙박업 하면서 1억5천만원 이상이면 복식부기를 반드시 내야 해요.

프랜차이즈 빵집 맹 사장 올해 말이면 그런 복식부기 안 쓰셔도 됩니다. 정부가 업종별 과세 형평이 확보될 수 있도록 복식부기 의무 부과 대상을 개선할 예정이랍니다. 매출액이 5천만원 미만인 2,138개소, 1억원 미만인 1,689개소, 1억원 이상인 3,448개소가 그 대상인데요.

간편장부만 작성해도 된다더군요.

목 사장 그래요? 거 참 좋네요. 손톱 밑에 가시가 뽑힌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네요. 그나저나 맹 사장님 빵집은 요즘 리모델링하고 계시던데요. 전에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던데, 돈 좀 버셨나 봐요.

맹 사장 아이고 말도 마십시오. 멀쩡한 인테리어 뜯어라 고쳐라, 몇 년에 한 번씩 싫어도 울며 겨자 먹깁니다.

그것도 가맹본부가 지정한 업체에 리모델링을 맡겨야 된답니다. 그게 가맹점 계약 조건이래요.

방 사장 그래도 가맹본부가 업체를 지정한다면 리모델링 비용이라도 주겠죠 뭐. 안 그런가요?

맹 사장 그럴리가요. 요즘 갑을 관계가 어쩌고 하는데, 가맹점은 가맹본부에게 슈퍼 울트라 을입니다. 계약서를 따져보면 ‘노예계약’에 가깝습니다. 좋아서 하는 리모델링이 아닙니다. 그뿐인 줄 아십니까? 판촉행사 해야 한다, 사은품 줘야 한다 하면서 가맹점주들한테 물건 떠넘기기 일쑤입니다.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할 때 걸어뒀던 보증금을 떼이게 돼요.

목 사장 거 참 나쁜 사람들이네요. 그래도 올가을(9월)에는 좀 달라질 겁니다. 표준가맹계약서가 만들어진답니다. 판촉처럼 중요한 사항은 가맹본부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겁니다. 계약 이행 보증금도 아무렇게나 산정할 수 없도록 해요. 산정기준을 표준가맹계약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2011년 12월 현재) 가맹본부 2,405개, 가맹점 17만926개가 표준가맹계약서를 준수해야 할 겁니다.

피 사장 그렇다고 표준가맹계약서대로만 진행되겠어요? 갑은 갑이고, 을은 을인데….

방 사장 그럴 수 있죠. 그래서 문화가 중요한 겁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말씀드리건데,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돼야지요.

목 사장 그런 문화도 번지게 될 겁니다. 그게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거든요. 표준가맹계약서 하나 던져놓고 지켜라, 이러는 게 아니죠. 갑과 을이 서로를 이해하고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피 사장 창조경제를 위한 생태계도 그런 게 아닐까요?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창조적인 생산에 참여하는 거죠.

방 사장 그래, 그거예요. 자 그런 의미에서 만화방에 가서 컵라면이나 한 그릇씩 하십시다.

글·박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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