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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불리던 국방기술의 빗장이 풀렸다.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방과학연구소가 민간 과학기술 분야와 더 긴밀히 연결돼 기술혁신과 융합에 나서야 할 때”라며 “국방 과학기술을 창조경제 성장 엔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 뒤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방기술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쉽게 공개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민간 기술과의 융합도 더딘 상태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국방기술 연구기관들의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먼저 움직임을 보인 곳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다. 국과연은 국방기술 사업화를 위해 창조국방사업단을 신설했으며 이와 동시에 민수화 및 벤처기업 기술발표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 대전시 대덕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첫 기술발표회에는 테크노파크에 입주해 있는 대부분의 벤처·중소기업들이 참석, 국방기술에 대한 민간기업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불산가스 탐지기, 농약 중독 예방제, 환경오염 감시 장비 등 6건의 국방과학기술이 소개됐으며 기술 시연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이해를 돕는 자리도 마련됐다. 특히 화생방 작용제의 효소 기술을 이용해 과일·채소의 잔류농약 제거에 쓰일 수 있는 과일 세정제의 경우 즉시 상품화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이어서 많은 기업의 주목을 받았다.
‘민수사업화 기술도우미’도 첫선을 보였다. 이들은 국과연 소속 연구원으로 기술 이전을 원하는 기업에 기술교육을 수행하고, 기업이 요청하면 직접 찾아가서 기술설명회도 열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함께 사업화가 유망한 ‘국방기술 설명회’를 합동 주관하며 휴대용 자가발전기 및 태양전지 기술 등 민간 사업화가 유망한 기술들을 엄선해 발표를 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총 15회의 사업발표회를 통해 157개 기술 발표와 26건의 계약, 38건의 협력관계(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보였다.

방위사업청, ‘국방기술 거래장터’ 지난해 6월 개설
국방기술은 정보통신·전자·에너지·소재·플랜트 사업 등 워낙 광범위한 분야여서 기술 수요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 방위사업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검색기능과 기술이전 신청이 한번에 가능한 포털사이트 방식의 ‘국방기술 거래장터(dtims.dtaq.re.kr:8092/techmart)’를 구축,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위성항법장치(GPS)와 인터넷 등 과거 국방기술로 개발됐던 것이 민간에서 적극 활용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보면 국방기술 개방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국방기술 공개와 민간 이전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술 이전을 통한 성과도 바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에이알텍은 ‘차량용 레이더기술’을 이전받아 미국이 독점하고 있던 초고속 광통신모듈 상품을 생산하게 됐다. 2013년 하반기 동안 이 상품 하나만으로 중국 통신업체에 250만 달러 이상의 수출을 달성했다.
국과연 또한 6개 시험장(유도무기·탄약·전자·기동·해상·항공 분야)의 전면 개방으로 민간 방위산업체의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탰다. 무기체계 개발은 그 특수성 때문에 연구 과정에서 대형야외실험장과 실험 설비를 갖춘 실내 시험장이 필수적이지만 민간기업 중 자체 시험장을 갖춘 곳은 한두 업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6개 시험장의 전면 개방을 통해 무기체계 시험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민간업체의 고충이 대부분 해소됐다. 비용 절감은 물론 방산제품의 품질 향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시험장 사용은 ‘국방기술 거래장터’와 마찬가지로 웹페이지(tis.add.re.kr)를 통해 각 시험장의 시험 일정과 인프라 등을 검색한 후 원하는 날짜에 신청하면 된다.
이런 각고의 노력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민간업체에 이전된 국방기술 건수는 60여 건을 넘어섰다. 이는 국방기술 이전사업이 시작된 2006년 이래 최다 건수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기술이 민간업체에 이전된 건수는 최근 5년간 2009년 27건, 2010년 39건, 2011년 47건, 2012년 33건이다. 2013년에는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62건이 이전됐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된 국방기술이 민간으로 파급된 국방과학기술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달과 방산업계의 수출 증대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탄약용 충격센서 설계 기술은 자동차용 노킹센서 개발로 이어졌고, 군용차량기술은 지프 생산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했다.
또 소형잠수함 건조 기술은 수중 탐사선에, 차기 FM무전기에 사용된 기술은 내비게이션이나 이동통신기기 등 현재 우리 곁에 일반화된 정보기술(IT) 기기들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국방부는 그동안 국방기술이 민간업체로 이전돼 상품화된 파급효과만 1조1,200억원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간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면서 받는 기술료 또한 최근 5년간 35억원을 넘어서며 국방예산 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그동안 국방기술 부문은 창조경제의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라 불려왔다. 국가 안보와 관련한 부분이 많아 두터운 벽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기술이 민간기업에 이전되면 이를 통한 창업이나 신규 기술 개발에 대한 사업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민·군 기술협력은 신제품 개발, 수출 증대와 R&D투자의 효율성 극대화, 중소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창조경제’와 가장 부합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상호 기자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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