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1

 

“패스. 여기.”

이재언(18)군이 큰 소리로 외치자 옆에 있던 친구가 빈 틈을 뚫고 공을 건넨다. 패스를 받은 이군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곧바로 슈팅을 날렸고,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른 공은 골키퍼의 손끝을 스쳐 지나갔다. 그물이 출렁이고 이군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세리머니를 하자 친구들이 모두 달려와 기쁨을 나눈다.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취미로 즐긴다는데 실력은 선수 못지않다.

3대구광역시 달서구가 개최한 청소년 스포츠리그 축구 경기 장면이다. 이군이 속한 영남고등학교는 최근 준결승에 진출했다.

우승까지 이제 단 2승만 남았다. 이군은 “중학교 때부터 발을 맞춰온 친구들이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다른 학교 친구들과 경기하며 우리 실력을 검증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달서구청장배 청소년 스포츠리그’는 이번이 첫 대회다. 가장 큰 특징은 4월부터 10월까지 리그 형태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종목에 한해 일회성 대회를 개최하는 일은 흔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리그를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해 올해 세번째 대회가 열리는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리그’가 거의 유일하다.

이번 달서구 청소년 스포츠리그에는 초등학교 18곳, 중학교 22곳, 고등학교 13곳 등 총 53개 학교 120개 팀이 참가했다. 참가인원만 1,514명에 달한다. 경기 종목은 축구·풋살·티볼(투수 없이 배팅 티에 공을 얹어놓고 치고 달리는 신종 야구 경기)·농구·배드민턴 등 5개다. 대회 운영을 맡고 있는 달서구생활체육회 김미순씨는 “앞으로 탁구·프리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들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종목 경기는 계명대 체육관과 대운동장, 호산고, 이곡운동장 등 7곳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열렸다. 참가비는 전액무료다. 전체 355경기를 치르는 일정 속에 10월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대회의 개최 취지를 설명하면서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체육 활동 등으로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찾고 꿈과 희망이 가득한 학창 시절을 가꿔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과 교사들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나타냈다. 남자 풋살팀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한 남송초등학교 김정일 교사는 “스포츠를 통해 팀원 사이에서 유대감을 키울 수 있어 좋다”며 “학교 밖에서 대회가 열리니 아이들이 연습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김현준(12)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벌써 내년 대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서중학교 축구팀 최의상 교사는 “꼭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래들 간에 하나의 목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며 “땀으로 쌓은 우정은 100년 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대구는 2011년 말 좋지 않은 일로 유명세를 치렀다. 모 중학교 2학년이던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당시 A군은 유서에서 상습적으로 친구들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2012년에도 이 사건은 전 국민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

 

2

 

즐길거리·뛰어놀 공간 줘서 학교 폭력 없앤다

사실 학교 폭력은 특정 학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 시스템에 농축된 갈등과 다툼이 어린 학생들에게 전이된 결과다. 학교와 학부모,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 우리 아이들이 밟는 땅을 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또래끼리 공통의 즐길거리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다. 대구 달서구가 스포츠 리그를 통해 학교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 생활과 체육 활동을 돕고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해 학교 폭력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대구 남부교육지원청 김기식 교육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 등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지역 사회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동의 과제”라며 “달서구생활체육회를 비롯해 지역 사회가 학생들의 건전한 스포츠 활동을 위해 각별한 애정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교 스포츠클럽 육성 지원도 대폭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학교별로 스포츠 강사를 배치해 학교 스포츠클럽을 육성하는 등 학생들의 자발적 체육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지원하고 있다. 학습 부담이 늘고, 운동량 저하로 청소년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012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중 규칙적으로 체육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27퍼센트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5월 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교내 야구 클럽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축구 등 다른 종목에 비해 클럽 수가 적은 점을 고려해 더 많은 학생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KBO는 관련 용품을 지원하고, 프로야구 선수 및 전직 감독의 일일 명예 체육교사 활동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글·장원석 기자 2013.09.30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